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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부활하다] 세종로 충무공 동상
대한민국 심장부에 우뚝 서다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건립, 조국 수호신 의미 지녀




3월 20일 춘분. 세종로 사거리에 우뚝 선 이순신 동상을 두고 대대적인 세척 작업이 이루어졌다. 통상 먼지 세척으로 끝났던 작업이 이 날은 특수 약품과 고압 세척기까지 동원돼, 찌든 때는 물론 새 배설물 좌대(화강석)의 백화 현상을 제거하는 대공사로 벌어진 것. 예전 같으면 충무공 탄신일인 4월 28일을 며칠 앞 두고 실시됐지만 올해는 한 달 정도 앞 당겨졌다.

물 청소 자체만으로도 어김없이 큰 뉴스 거리가 돼 온 작업이 서둘러 진행된 것은 발빠르며 시의 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침 일본의 독도 망동으로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분노가 극으로 달리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교보생명 사옥 앞의 비각(碑閣)서부터 광화문까지의 폭 100m, 길이 600m. 바로 세종로(世宗路)다. 원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을 기리기 위해 1946년 현재의 이름으로 명명됐던 길이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길을 점유한 것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 충무공 동상 중 수작으로 꼽히는 동상이다. 이 동상은 충무공 탄신 423주년이 되던 1968년 4월 28일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당시 ‘애국 선열 조상 건립 위원회(총재 김종필)’가 만들어 서울시에 기증한 것으로, 김남조 시인의 남편이기도 했던 고 김세중 서울대 미대 교수가 설계하고 만든 작품이다. 높이 7m(좌대 높이 12m)에 무게는 8t인 이 동상은 고인이 제작한 기념물들 가운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화문의 이순신상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세종로에 왜 충무공이냐’는 것. 당시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박 대통령이 가장 존경했던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의 문화 자문이자 충무공기념사업회 회장이던 노산 이은상 선생이 권유했다는 설명이다. 동상 건립 사업의 첫 헌납자가 박정희 대통령이고, 동상의 글씨도 박 대통령의 친필이라는 사실은 이 동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보게 한다. 국가의 심장부라는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 입구에 동상을 세움으로써 조국 수호신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원래 현재 이순신 장군상 자리로 올 예정이던 세종대왕상은 자리를 비켜주고 일주일 뒤인 5월 4일, 인근의 덕수궁으로 이사했다.

승전 장군의 자세 형상화
아직도 들리는 소리, “검을 왜 오른손에 쥐고 있느냐, 충무공이 왼손잡이였느냐?”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순신 장군이 패장(敗將), 혹은 항장(降將) 이니냐는 의혹마저 분분했다. 오른손으로 칼을 뽑을 준비가 안돼 전의(戰意)를 상실했거나 투항(投降)한 장군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계의 해석은 다르다. 숙고에 숙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예술 작업의 특성상, 설계와 제작 단계서부터 오른손 잡이임을 전제로 제작되었다는 것이 예술계의 대체적 평가다. 도심에 놓일 동상이라는 점을 십분 고려한 결과, 적과 대면하여 칼을 뽑으려는 무사적 동세(動勢)가 아니라 수호자상의 상징적 자세와 승전 장군의 자세를 형상화 했다는 해석이다.

서양의 경우는 지배층의 상무적 분위기 조장 등을 이유로 군국주의적 색채를 띠는 무장 동상의 건립이 유행했지만, 한국에서 무덕(武德)을 기리는 방법은 주로 사당이나 비문 건립을 통해였다. 공공연한 장소에 무장의 동상을 건립하는 전통이 없었다는 것이다. 1994년에는 칼을 쥔 손뿐만 아니라 투구나 갑옷 등이 국가에서 정한 충무공 영정 모습과 달라 문화부에서 동상을 다시 만들자는 요구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세종로의 이순신 상이 유신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어졌건, 민족 정기의 중흥을 바라는 염원의 소산이어건 간에 확실한 것은 37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입력시간 : 2005-03-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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