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진짜 이기는 방법 찾아야"감정적 대응보다는 차분한 애국실천이 중요
[이순신 부활하다] 이순신의 후손들 "일본을 진짜 이기는 방법 찾아야" 감정적 대응보다는 차분한 애국실천이 중요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조례 제정안 의결에서 촉발된 독도 문제가 한일 간의 뜨거운 쟁점이 되면서 독도를 찾는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독도에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울릉도에는 1997년 개관한 독도박물관이 있다. 고(故) 이종학 초대 관장이 30여년 동안 국내외에서 수집한 자료(351종 512종)를 모아 건립한 것이다. 이종학 씨는 독도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는 이순신 전문가다. 그는 ‘난중일기’ 번역본이 오역 투성이라는 사실, 충무공이 해전 뿐만 아니라 지상전에도 능했다는 사실 등 수많은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그가 독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이순신 때문이다. 영토와 민족을 한 몸 바쳐 지키겠다는 호국 정신에 감화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독도박물관은 이순신 장군이 세워준 것”이라고 말해 왔다. 이종학 씨는 자신이 목숨처럼 보존한 충무공 친필의 한산도가를 비롯한 이순신 관련자료 800여점을 1998년 현충사에 기증했다. 이 씨는 이순신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 그리고 이순신 관련 자료를 기증하면서 이순신 후손들과 깊은 교감을 가졌다. 이 씨와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는 덕수 이씨 충무공파 이재왕(62) 문중 회장은 “충무공에 대해 이종학 씨만큼 많이 아는 사람도 없었다”며 “자신의 조상처럼 열정을 갖고 연구하고 충무공을 진심으로 존경했다”고 말했다.
충무공 후손 전국에 4만여 명 거주 종손인 이 씨는 “요즘도 충무공 할아버지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며 “막상 종손이 되고 보니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신은 물론 가족이 역사와 애국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충무공에 대한 국민의 존경을 고려할 때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매년 3ㆍ1절 때 아이와 함께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의 횃불 만세 시위에 참석하는 것도 충무공의 극일 정신과 연관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씨는 최근 독도 문제와 맞물려 일고 있는 ‘이순신 신드롬’에 대해 “충무공 할아버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반가운 얘기지만 감성적 애국이나 감정적으로 일본을 대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일본을 진짜 이기는 방법을 찾고 애국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월 24일 충남 아산 현충사를 동행한 이재왕 문중 회장은 “요즘 드라마(KBS TV ‘불멸의 이순신’)나 일부 책 중에 재미를 위해 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충무공을 왜곡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역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말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현충사는 박정희 박물관 같은 곳”이란 발언을 했을 때 항의 편지를 보내 직접 사과문을 이끌어 냈던 장본인이다.
"충무공은 일본인도 존경하는 장군" 그에 따르?연간 현충사를 방문하는 인원은 대략 150만명 정도로 그 중에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들은 충무공에 대해 “우리(일본) 입장에서는 적이지만 존경할 만한 장군”이라는 평을 한다는 전언이다. 이순신은 4형제 중 셋째로 맏형인 이회신은 참판공파를 이뤄 종손인 이원형씨가 대전에 살?있고 둘?형인 이요신은 조선 선조때 명재상이자 이순신의 후원자였던 유성룡과 친구로 율리공파를 이뤄 종손인 이동렬씨가 현충사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다. 넷 째인 이우신은 일찍 사망해 후손이 없다. 이순신은 부인 상주 방씨와의 사이에 세 아들 이회ㆍ이열ㆍ이면을, 둘째 부인 해주 오씨와의 사이에는 이훈ㆍ이신 두 아들을 두었다. 이회의 종손은 현재 이철용 씨이고 이열의 종손인 이재문 씨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이훈의 종손인 이재룡 씨는 일본으로 건너간 뒤 문중과는 사실상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이면과 이신은 일찍 사망해 후손을 두지 못했다. 이순신의 충무공파 후손으로는 법무부 장관과 감사원장을 역임한 이종남 씨를 비롯해 이종호 전 원호처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이규갑, 이민우 씨 등이 있다. 충무공 후손인 덕수 이씨 정정공ㆍ풍암공 종회의 이재신 회장은 “충무공과 관련된 큰 행사는 국가나 지방 자치에서 주관하는 만큼, 종중 중앙의 행사에 치중하고 있는 후손들도 있긴 하다”며 “우리는 후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장학금 지급이나 선양 행사 등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03-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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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