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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부활하다] 'CEO 이순신' 리더십 학습 열풍
역경을 헤쳐나간 리더의 표상
불굴의 의지와 인간경영 능력 등 재조명






‘반도체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지구촌에 떨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그의 평소 좌우명은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로 알려져 있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 길이 열리고 살 길을 먼저 생각하면 죽는다’는 뜻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어록 중 하나다.

황 사장은 부하 임직원들에게나 혹은 외부 강연을 할 때마다 이 말을 즐겨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또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공 신화에도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수시로 말하곤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연구 개발과 시장 개척을 한 끝에 오늘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단 황 사장뿐만이 아니다. 재계의 유명한 최고 경영자(CEO)들 중에는 이순신 장군을 흠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단지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낸 민족의 영웅으로서 이순신을 존경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CEO 이순신’의 리더십과 조직 경영, 인간 경영 능력을 본보기로 삼는 데까지 나아간다.

무장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CEO적 면모가 근래 새로이 조명되고 있다. 성웅이라든지 극일(克日)의 상징으로서 박제화 돼버린 기존의 시각 대신, 장군이 가졌던 CEO적 자질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학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장군을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온고지신의 자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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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빛난 신뢰의 리더십
CEO들이 개별적으로 장군을 존경하거나 모범으로 삼는 것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순신 경영학’ 또는 ‘CEO 이순신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몇몇 학자들의 관련 저술이 나온 다음부터다. 2003년에 출간된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지용희 지음ㆍ디자인하우스)와 지난해 나온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김덕수 지음ㆍ밀리언하우스)는 대표적인 예다. 저자들은 공교롭게도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현직 대학 교수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장군에게서 CEO의 덕목을 발견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저자들은 구체적으로 장군의 어떤 점을 CEO적 특성으로 파악한 것일까. 먼저 ‘경제전쟁시대…’를 살펴 보자. 저자인 지용희 서강대 교수는 이 책에서 7년 동안 이어진 임진왜란 기간 중 장군의 족적을 그대로 밟아 갔다. 그 곳에는 믿기 어려운 승전의 신화도 있었지만 쓰라린 고난의 역경이 더 많았다. 여기서 지 교수가 주목한 것?승리 그 자체가 아니라 장군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미래에 대한 준비,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얻은 신뢰의 리더십, 거북선으로 대변되는 혁신적인 창의성, 기록을 통한 지식정보 구축 등이다.

어느 것 하나 오늘의 기업 경영자들에게 필요치 않은 덕목이 없다. 특히 1597년 봄 조정 일부의 모함으로 하옥됐다가 가까스로 석방된 이후의 백의종군 행로는 ‘이순신 리더십’의 백미에 가깝다. 일개 군졸의 신분으로 전장으로 나온 장군은 얼마 뒤 선조로부터 삼도수군통제사에 다시 임명한다는 교지를 전해 받는다.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 휘하의 조선 수군이 궤멸되다시피 참패한 뒤의 일이었다.

장군은 경상도와 전라도 해안의 내륙 지역을 2,000여리나 행군하며 우선 민심을 다독이고 흩어진 패잔병들을 수습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백성들은 장군의 등장만으로도 안정을 되찾았고 군사들도 속속 장군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애민 정신과 이전까지 보여준 백전백승의 전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리더십이었다.

장군은 이어 불과 12척만 남은 전선으로 얼마 뒤 200여척의 왜선 함대를 맞아 승전고를 울린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명량대첩이다. 지 교수는 전선도 군사도 없는 빈손의 장군이 불가사의와 같은 승리를 이끌어낸 가장 큰 동인으로 신뢰를 꼽았다. 장군이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라는 재산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군사를 모으고 전력을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됐다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전세 속에서 천혜의 요지를 전장으로 선택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한 위기 관리 능력과, 최선봉에서 적 함대를 맞아 싸운 불퇴전의 기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승인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는 기업들에게 신뢰는 무형의 자산이다. 신뢰가 곧 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인 것이다. 또한 불확실하기 그지없는 기업 환경을 헤쳐나가야만 하는 CEO에게는 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독려할 수 있는 솔선수범의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이순신의 리더십은 CEO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교과서인 셈이다. 지 교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까지 말하며 장군을 칭송했다.

장군의 삶은 국민통합의 상징
‘맨주먹의 CEO…’가 하나씩 밝히는 ‘CEO 이순신’의 이미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인 김덕수 공주대 교수는 장군의 리더십을 다양성ㆍ열정ㆍ감성ㆍ정보ㆍ창의력ㆍ기록ㆍ도덕ㆍ변화 등 8개 지수(quotient)로 세분화했는데, 장군은 이 모든 지수에서 남달리 높은 수준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난 데다 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던 장군이 모든 것을 다 이룬 데 대해 “역경을 헤쳐나가는 리더십의 표상”으로도 평가한다.

장군의 리더십이 더욱 돋보이는 대목은 그가 남긴 대통합의 행로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충남에서 자랐고, 전라좌수영을 지키며 경상도 앞바다에서 연이은 승전을 거둔 장군의 삶이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순신 장군은 단지 싸움을 잘한 전쟁 영웅에 그치지 않는다”며 “오늘날의 지도자들에게는 통합의 리더십을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뿐 아니라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층이 귀담아 들을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용희 교수 인터뷰
"장군은 새로운 한국적 리더의 전범"

“이순신 장군은 하늘이 내린 영웅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간 영웅이었다는 점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귀감이 됩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만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에게 가장 적합한 ‘역할 모델’이라고 봅니다.”

‘이순신 리더십’의 전파자로 이름난 지용희 서강대 교수는 장군이 현대의 CEO들에게 모델이 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청렴성과 도덕성은 투명 경영과 윤리 경영에 연결되고, 거북선과 학익진법은 혁신 경영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는 식이다. 또한 방대한 분량의 난중일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쓴 것은 지식정보 경영의 자세이며, 부하들과 백성들을 진심으로 대한 것은 신뢰 경영의 토대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이순신 리더십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 정부, 정치인 등 모든 계층이 배워야 한다”며 “세상은 변해도 리더십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은 영원히 새로운 한국적 리더의 전범”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이순신 리더십 연구회의 이사장으로서 ‘CEO 이순신’을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는 것 역시 지 교수의 몫이다. 연구회에는 송자 대교 회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등 유명 CEO들도 이사로 참여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5-03-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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