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의 고도화·복잡화로 기상변화에 따른 영향력 갈수록 커져

[한반도 기상이변] 날씨가 기업을 움직인다
산업구조의 고도화·복잡화로 기상변화에 따른 영향력 갈수록 커져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난방 공급량과 날씨 정보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난방 지수’를 활용, 고객에게 난방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난방예보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난방예보시스템은 지역 난방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필요한 난방 정보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지원해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각 가정에서는 날씨 변화에 따른 적절한 난방이 가능해졌고, 난방공사는 예상 못한 기상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해 안정적으로 난방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난방공사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각 지역별로 3일 간의 난방 예보를 실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3시간 간격으로 온도ㆍ습도 등의 정보와 함께 이에 걸맞은 난방 지침을 제시해 각 가정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난방예보시스템의 운영 효과는 쏠쏠하다. 난방 품질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아진 데다 난방 판매량 증대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난방공사는 향후 축적된 난방예보 데이터를 열생산 시설 운영에 반영함으로써 설비 운영의 효율성도 제고할 계획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변화가 심화하면서 기업 경영과 산업 구조에 미치는 날씨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들에게 ‘날씨 마케팅’이나 ‘날씨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날씨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꿔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날씨와 기업 활동의 밀접한 상관 관계는, 흔히 맑은 날에는 우산 장수가 울고 비 오는 날에는 짚신 장수가 운다는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속담으로 대변된다. 기상 변화가 어떤 기업에는 기회를 주지만 또 다른 기업에는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기상 정보 제공업체 케이웨더의 김정현 과장은 “봄ㆍ가을이 짧아지거나 이상 기후가 빈발하는 등 한반도 기상 여건이 바뀌면서 기상 정보는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했다”며 “최근의 기상 변화는 놀이동산, 가전업체, 패션업체 등 상당수 업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에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과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다. 특히 대규모 자연 재해 발생으로 인한 교통과 통신의 두절은 전 산업에 충격을 주기도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70~80% 정도가 날씨의 직ㆍ간접적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날씨의 영향력이 이처럼 커진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복잡화를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산업 구조가 단순해 일부 업종에만 날씨가 영향을 미쳤으나, 요즘에는 각 산업이 유기적으로 얽혀있어 서로 연쇄 효과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대 사유로는 기상 재해 자체의 발생 건수와 규모가 커지는 경향을 들 수 있다. 독일의 뮌헨연구소에 따르면, 사상자 1,000명 이상 또는 피해액 1억 달러 이상의 전세계 대형 자연 재해(지진 포함)는 1950년대 20건에서 1990년대 91건으로 4.6배 증가했다. 피해액의 증가세는 더욱 폭발적이다. 1950년대 449억 달러에서 1990년대 7,036억 달러로 15배나 늘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 재해로 인한 국내의 피해액은 90년대 들어 급증, 연 평균 6,092억원에 달하고 있다. 1960년대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날씨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이 정부와 기업들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삼성지구환경연구소가 2003년 공동 수행한 ‘기상의 사회경제적 영향 및 상관 관계’라는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상의 영향을 받는 산업 비율이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의 조사 방법을 적용한 연구진은 ‘기상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 분야가 GDP 기준으로 52%에 이른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즉 국내총생산의 52%는 날씨에 좌우될 수 있는 산업의 몫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기상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GDP 규모도 크게 등락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또 건설업ㆍ소매업ㆍ금융업 등 기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종에 대해 사례 조사를 한 결과, 기상 정보의 활용으로 인한 국내의 사회ㆍ경제적 가치는 연간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범위를 전체 산업으로 확대하면 그 규모는 당연히 더욱 엄청날 것이다.

기상 정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름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날씨 경영에 나서고 있다. 외국의 유수 기업들은 대부분 기상 정보를 적시에 파악해 경영 활동에 반영하는 ‘날씨 리스크’ 관리 체제를 상시 가동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날씨 보험’으로 잠재적 위험을 회피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날씨 관리가 경영의 중요한 자원이나 요소가 된 것이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정예모 수석연구원은 “기상 정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를 생산과 물류 등에 반영하는 등의 능력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기상 이변이 일반적인 추세로 등장한 만큼 앞으로 여기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상 이변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3월과 4월초에는 때늦은 폭설이 한반도 곳곳을 뒤덮었다. 갑작스런 폭설은 여러 업종의 희비를 갈라 놓는 심술꾼이다. 스노우체인, 염화칼슘, 제설장비 제조업체는 당연히 호황을 누리는 쪽이다. 인터넷 쇼핑몰, 택배 서비스 등도 주문 전화가 불티 난다. 철도와 지하철, 카센터, 정형외과, 스키장, 방송사 등도 웃음 짓는 업종들이다.

반면 주유소나 세차장, 항공사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 골프장, 백화점, 레스토랑 등도 폭설이 내리면 가슴을 쓸어 내린다. 손해보험회사도 빠질 수 없는 눈물의 주인공이다.

올 봄에는 황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보다. 황사 역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찮다. 병원, 약국, 세제회사 등은 특수를 누릴 만큼 대표적인 황사 수혜 업종이다. 화장품, 바디용품, 선글라스, 스카프, 모자 등을 만드는 회사들도 황사를 반기기는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나다니기를 꺼리기 때문에 통신판매업체도 호황을 누린다.

이에 반해 항공사들은 운항에 어려움을 겪어 손해를 보게 되고, 농가들도 비상이 걸린다. 반도체 등 정밀기계를 생산하는 회사들도 황사를 싫어하는 경우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4-21 17:11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