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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정신적·신체적 폭력에 멍드는 아이들
"엄마 아빠가 무서워요"
부모 2명 중 1명 꼴로 아동학대 행위, 그릇된 자녀 양육관이 폭력 불러
'아동인권' 개선 위해 부모·사회구성원 모두의 노력 필요






5월은 가정의 달.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부모로부터 사랑과 보호는 커녕 학대 받고 상처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어머님의 은혜는 가이 없어라’는 가사로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한 ‘어버이 은혜’라는 노래가 이들에게는 과연 어떻게 다가올까.

최근 들어 자식을 살해하거나 감금하는 등 충격적인 ‘아동 학대’소식이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어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아동 학대는 얼마 전 여성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여성부는 2월 전국의 부모 3,597명과 아동 1,0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4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부모의 69.2%가 아이가 태어난 후 한 번이라도 아동폭력으로 간주할 수 있는 행위를 했다고 응답했다. 또 아동의 경우도 52.4%가 폭력으로 느껴지는 행위를 부모로부터 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가정 폭력, 아동 학대의 그림자가 우리 삶의 주변에 그림자를 깊이 드리우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반 가정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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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지재단 복지사업본부 김혜수 팀장은 “아동학대는 교육을 목적으로 학교나 가정에서 아동에게 가하는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 징계인 체벌과는 엄격히 구별된다”며 아동학대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선 아동학대를 ‘신체적 구타(폭력), 부적절한 취급(양육), 유기, 신체적ㆍ성적 착취나 가해, 그리고 성적인 측면의 어느 한 부분, 또는 그 이상에서 아동의 건강이나 복지를 위협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김 팀장은“대개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학대를 행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학대는 일반가정에서도 경미한 수준으로나마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일정시간 동안 감금, 큰소리를 지르거나 ‘X년’ 같은 심한 욕설을 퍼붓고,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거나, 엉덩이나 손바닥 이외의 부분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고 상처를 입히는 등의 심한 신체적, 정신적 폭력이 학대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도 여러 가지다. 중앙아동학대센터가 2003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31.5%는 부모의 미성숙과 아이양육에 대한 지식 부족에서 비롯된다. 부모의 나이가 어리거나 안정되지 않아 아동의 행동이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그 주된 요인이다.

초등학교 2년생 자녀를 둔 송은숙 씨(가명ㆍ38)는 “큰애가 어렸을 때 대소변을 좀 늦게 가려 때린 적이 있어요. 남의 애들은 18개월 정도면 가린다고 하는데, 아이의 성장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 때문이었죠”라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송 씨는 이어 “겉으론 교육을 목적으로 아이들을 때린다고 해도 알고 보면 아이들을 상대로 화풀이 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어린이 날을 맞아 서울 구로구에서 열린 '열려라 구로 꿈나무' 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 아동학대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키는 사회적 범죄다. <연합>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서 비롯된 부모의 그릇된 양육관도 학대로 이어진다. 아동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아동의 권리의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폭력과 훈육을 혼동한다는 것이다. 현재 방과 후 3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은지 양(가명ㆍ초등학교 3년)은 “엄마한테 학원을 다니기 힘들다고 말했다가 집에서 쫓겨난 적이 있어요. 시험 성적이 떨어져서 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웠던 때도 많아요. 시험 못 보면 엄마한테 맞아서 멍들 때도 있어요”라며 울먹였다.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들 중 30~60%정도는 자신들이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어릴 적 학대 받은 경험 또한 아동학대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미영 씨(가명ㆍ27)는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도둑질을 했다는 의심을 받아, 강물 위 나무에 밧줄로 매달렸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나중에 그의 아버지도 어렸을 때 그와 같은 방식으로 부모에게 학대 당한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외에도 자녀 학대의 원인은 다양하다. 알코올남용,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사회적 고립 등이다. 여성부 인권복지과 사무관 박동혁 씨는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부모 자격증을 만들어야 한다. 대개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옳은 방법이 아니란 사실은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심각한 아동학대 사례들
한편,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는 일반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미한 학대보다 강도가 높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기 힘든 사례들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 피해자는 대개 부모와 격리되고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상담과 치료를 제공받지만, 생각만큼의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아 꽤 오랫동안 부모와 자녀간의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박은숙 양(가명ㆍ당시 7세)은 부모의 신체적 학대로 2001년 강원도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신고됐다. 이웃에 사는 최 모씨가 외출했다가 얼굴에 상처가 나고 코피를 흘리고 있는 박 양을 발견했다. 최 씨는 박 양이 아버지에게 매를 맞아 이 지경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5년전 부부갈등으로 어머니가 가출하고, 택시 기사인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던 박 양은 아버지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 경제적 어려움을 비롯한 양육자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학대 유형이다.

박 양의 아버지는 박 양이 옆집에 들어가 남의 음식을 먹거나 오줌, 똥을 잘못 가린다는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효자손, 맨손으로 구타했다고 증언했다. 박 양은 당시 머리, 눈 주위, 입술, 코, 어깨, 다리, 성기 부분에는 멍ㆍ상처가 있었으며, 얼굴이 부어 있는 상태였다.

초기 면접때 박 양은 “아빠가요”“몰라요”하는 최소한의 의사소통만이 가능하였으며, 어른 만큼의 식사를 하는 등 지나친 식탐을 보였다. 박 양의 성기에 난 상처를 우연히 발견한 상담원은 춘천경찰서 여성 청소년계와의 연계를 통해 가해자인 아버지를 긴급 체포했다. 그 후 박 양은 서울에 있는 24시간 어린이 집에 입소 되었고 아버지와는 거의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라남도에 사는 이세은 양(가명ㆍ당시 15세)은 아버지에 의한 성 학대 유형에 속한다. 어머니는 평소 술을 많이 마시고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 때문에 17살된 그의 오빠를 데리고 가출해, 당시 이 양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에 의한 성추행은 그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됐으며, 이혼 후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진 것으로 밝혀졌다.

아버지는 특히 술을 마셨을 때 성추행 양상이 심해지고, 울거나 반항하는 경우에는 부엌에 칼이 있다고 하며 농약을 가지고 와서 함께 죽자고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상담 중 털어놨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그의 어머니가 아동학대예轢씽沽?신고하면서 이 양은 안정을 찾게 됐다. 그는 현재 어머니ㆍ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학대극복을 위한 사회적 노력 필요
한국복지재단의 백혜수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일반 가정에서도 학대가 벌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강도가 심한 학대유형만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아동학대 발생건수가 신고건수에 훨씬 못 미친다고 본다”고 밝혔다. 외국에는 이미 70년대부터 아동보호법이 생겨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야 비로소 아동보호법이 개정돼 아동학대예방센터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인력이나 예산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전국에는 48여 개의 쉼터와 220여 개의 폭력상담소가 있다.

아동학대가 날로 늘어남에도 아동보호의 현실은 낙후하다는 여론이 높아가자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지속적인 자녀학대와 무관심 등으로 양육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부모에게는 친권을 박탈, 자녀를 입양시키거나 보호시설에 위탁한다는 것과 어린이를 학대하는 부모가 ‘강제’로 교육과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아동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강원도 아동학대센터 정희원 씨는 “아동학대에 대한 의식이 미흡한 국민들은 아직까지 주변에서 학대의심사례를 봐도 아이를 교육하려는 목적이겠거니 하고 묵인하고, 좀 심한 경우라도 선뜻 신고하기를 꺼린다”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아이가 밝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함께 사?이웃의 한 명으로 적극적인 신고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체벌과 학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녀와의 의사소통에도 미숙한 부모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모들도 자식 기르는 법에 대해 가르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아동인권 개선‘을 위해 부모는 물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한층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


입력시간 : 2005-05-1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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