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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대학 대충돌] 분노한 고딩 "우리가 실험용 쥐냐"
학생 대부분 내신등급제 반대, 교사·학부모는 찬반 팽팽
교육부 입시정책엔 모두 강한 불신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학생이 유인물을 들고 앉아 있다. 김주성 기자

내신등급제의 파고가 고1 교실을 흔들고 있다. 상대 평가를 통한 내신등급제에 대해 학생들은 대체로 반대입장이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의 경우는 찬ㆍ반 의견이 비교적 극명하게 갈리는 추세다.

7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촛불시위에선 고1 학생들의 반발 수위를 가늠하게끔 했다.

"내신 비율 줄여야" 주장
이날 집회에 참여한 S예고 1년 김모 양은 “요즘 선생님들 태반은 ‘너 졸면 감점이야’라는 등의 말로 학생들을 압박한다”며 “공부하느라 밤새고 와서 수업시간에 조는 친구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 양은 “학생들 사이에서 노트필기를 안 보여주고, 친구를 적으로 보는 것은 예술고등학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Y여고 1년 백모 양도 “학원에 다니는 애들이 늘어나서 현재 절반이 넘는 상태다. 내신등급제가 공교육을 정상화시켰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교육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관성을 잃고 정부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교육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섞인 의견도 적지 않다. 수도권 지역 A고 1년 홍모 군은 “저주받은 89년생”이라며 “고1은 교육부 꼭두각시고 고2는 실험용 쥐냐”며 작금의 교육제도를 비판했다.

내신등급제를 청소년의 인권과 연결해 생각하는 학생들도 다수에 이른다. 이날 촛불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가수 엑기스의 ‘우리들의 현실’이란 곡을 부르며 “청소년이 주인이다”라는 구절이 나올 때마다 입을 모아 외쳤다. 김모 양은 청소년 자유발언시간에 “우리는 등급에 따라 나눠지는 돼지고기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많은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포털사이트 토론장에 의견을 올린 익명의 일부 고1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내신등급제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아이디가 jyaco인 학생은 ‘내신등급제는 예전의 말도 안 되는 절대평가에 비하면 훨씬 완성도 높은 교육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공부 때문에 친구 사이가 갈라지고 짝꿍도 적이 되었다는 것은 교육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의 도덕성 문제”라고 써 대다수 학생의 내신등급제 반대 근거가 공부하기 싫은 핑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글 밑에는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이라는 댓글이 봇물을 이었다.

공정한 내신관리 선행돼야"
교사와 학부모들도 내신위주의 교육에 대해 비판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안양 모 고등학교의 교무주임인 박명태(가명)씨는 “내신등급제가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것이라는 데 일면 수긍하지만, 고1학생들은 중간-기말-수능의 3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내신의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신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이 대학에 갈 방법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 모 고등학교의 1학년 담임 교사는 “내신등급제는 비강남,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학부모들은 내신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 고1 자녀를 둔 강명자(51ㆍ경기 안양) 씨는 “객관적인 척도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일부 과목의 수행평가는 채점권한이 담당 선생님에게 있기 때문에, 불공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신=치맛바람’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고1 자녀의 학부모(아이디 CJ2021)도 “내신을 신뢰할 수 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촌지 등 비리개입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없는 집 자식들만 손해보라는 얘기냐”며 흥분했다.


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


입력시간 : 2005-05-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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