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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대학 대충돌] 교육부가 물러서야 교육이 산다?
정부-대학, '대입 3불정책' 놓고 대충돌…논쟁의 핵은 '본고사 부활'





2008학년도 대학입학 시험을 둘러싸고 고1 교실이 여전히 혼란스럽다.

상대 평가로 바뀐 내신 비중 강화냐 본고사형 논술 비중 확대냐를 놓고 교육부와 대학들의 핑퐁게임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입 ‘3불(不)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대학은 입시 자율권 확대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미약하나마 ‘3불 정책’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논쟁의 핵심은 학생 선발권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이다.

그리고 고1 학생들은 이달 첫 주말부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의 시위로 학생 선발권을 교육부에서 대학으로 넘어가도록 하는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고1 사태’의 발단은 4월말 전후 첫 중간고사를 치른 후 교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온 학생들의 한숨에서 시작됐다. 내신성적을 상대 평가 방식으로 바꾼 후 2008학년도 입시부터 이의 반영률을 높이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지난해 확정된 후 고1 교실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삭막해져 갔다. 동급생끼리의 우정은 사라지고 시험 부담을 못 견딘 급우가 자살했다는 소식은 학생들의 한숨을 점차 분노로 바꿔 놓았다. 결국 고1 학생들은 스스로 ‘저주 받은 세대’라고 자탄하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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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서울대는 내신위주의 교육부 대입안에 정면으로 맞서고 나섰다.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새로운 전형방식인 ‘본고사형 논술’을 도입한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이는 교육부의 대입 정책 전반에 대한 논쟁의 불씨를 당기는 상황으로 치닫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교육부는 고1 교실과 대학으로부터 협공을 받는 형세가 됐다. 다급해진 교육부는 9일 ‘3불 정책’의 법제화를 위한 연구작업에 착수한다고 맞받아쳤다. 기선 제압을 통해 본고사 부활 논쟁이 확산되기 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에서였다.

'3불정책' 재검토 계기 마련
그러나 이번에는 연세대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26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3불 정책’의 법제화 움직임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하며 교육부 발표 바로 다음날 임시총회를 열었다. 서울대가 빠진 이날 총회에서 대학들은 일단 교육부와의 정면 충돌은 피해갔지만 2008학년도 대입전형에서 본고사 형태가 아닌 논술과 구술 면접 비중을 높이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또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학생들이 동일계 대학으로 진학할 경우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고교 간 학력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제한적 고교등급제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당사자들인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연합>



학교측에선 논술이 본고사 형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렇게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또 교육부가 어떤 잣대로 본고사형 논술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느냐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각 대학들이 학생들의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논술 방식을 개발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논술시험이 갖는 학력 측정의 기능을 간과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해 고려대 1학기 수시모집 수리논술 문제가 전형적인 사례이다.

‘직선 y=x+2와 포물선 y=x2의 두 교점을 P, Q라고 하자. 또 그림과 같이 직선 아래 영역에 속하고 포물선 y=x2 위를 움직이는 두 점 R, S를 잡자. 사각형 PQRS의 넓이가 최대일 때, R, S의 좌표를 구하시오.’

위의 논술문제는 과거 본고사 주관식 문제와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교육부가 본고사 형태의 논술 출제를 한 고려대에 어떠한 제재를 가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없다.

결국 고교등급제와 변형 본고사 파동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대학들이 일단은 교육부의 체면을 고려해 ‘3불 정책’ 안에서 탄력성을 확보하려는 타협안을 택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무시할 수 없는 명분을 일부 수용한 셈이지만 내용상으론 본고사형 논술과 일부 특수목적고 등 학력차 반영의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타협안의 의미는 ‘논술과 면접은 입시 전형에서 보조적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기존 입장을 무너뜨린 것으로 자연스레 ‘3불 정책’ 재검토 계기를 만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입학 처장 총회에 참석한 대학 관계자도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연적인 현상과 같아 교육부도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지 못하고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학입시에서 논술 강화가 대세임을 자신했다.

교육부가 고수하는 대입 ‘3불 정책’에 대한 대학인들의 근본적 문제의식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교육부의 3불 정책 재고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정 총장은 12일 서울대 교직원 대상 특강에서 “교육부의 3불 정책 가운데 적어도 한두 가지는 재고되야 한다”며 “정부는 대학에 지금보다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날 연세대 정창영 총장도 개교 120주년 인터뷰에서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관련 “대학이 자기 학생을 뽑는데 얼마나 공을 들이고 온갖 고민을 하겠냐”며 “정부가 지난 30~40년간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면 지금쯤 세계 수준의 대학이 5~6곳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10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연세대 행정대학원 총동창회 주최 초청강연에서 교육정책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그는 또 교육 행정도 눈을 밖으로 돌려 치열한 국제경쟁의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어윤대 총장 역시 10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소위 3불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은 모든 대학 총장들이 강력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개인적으로 본고사를 포함한 입시문제 만큼은 정말로 대학에 넘겨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교육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대학교 입시에 대해서는 대학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 정답이란 얘기다.

'입시 자율권 강화' 한 목소리
대부분의 대학 관계자들은 대입 3불 정책이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 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상대 평가한 내신이 대학 입시의 중요한 전형 자료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지원하는 상황에서 내신은 변별력을 상실하고 면접이나 논술이 중요하게 될 수밖에 없고, 결국 과도한 경쟁으로 사교육비만 오히려 늘어난다고 비판한다.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교 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내건 ‘3불 정책’이 현실에선 자기 모순적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교육개혁포럼 공동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백순근 교수는 ‘대학입학전형의 다양화ㆍ전문화ㆍ특성화’ 란 주제의 논문에서 이번 사태를 이미 예고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백 교수는 학교 간 학력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화, 전문화, 특성화를 지향하기가 불가능하다?진단했다.

그는 나아가 학교 간 학력차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단위 학교 안에서 상대평가에 의한 등급화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 간 학력차가 극심한 현실에서 단위 학교 내에서의 석차는 별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 간의 지나친 경쟁만 조장해 교육의 순기능을 저해한다는 얘기다.

백 교수에 따르면 학교교육에서 상대평가에 의한 석차나 내신등급은 일제의 잔재다. 우리에게 근대식 교육제도를 소개한 일본도 상대평가에 의한 석차의 폐해를 인식하고 1894년부터 문부성 훈령으로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제가 우리나라 초ㆍ중등 교육기관에 상대평가에 의한 석차를 도입한 것은 식민지 통치 전략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경쟁, 투쟁 대상이 동료 학생이 되도록 해 반일ㆍ항일운동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논문에서 대입 방식의 다양화 등을 추구하느라 학력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서울대 같이 연구 위주의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전형자료는 학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반대하는 학력 측정 중심의 논술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10일 부산 글로리 콘도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주최로 열린 대학입학업무담당자 및 고교 교원 정보교환 워크숍. <연합>



물론 학력 측정을 위한 논술이라도 과거 본고사 식의 암기위주로 학력을 평가하는 형태는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2008학년도 입시 전형의 골격을 발표한 서울대의 논술 시험 방향을 들여다보면 70년대의 국ㆍ영ㆍ수 중심 본고사와는 다르다. 언어ㆍ수리ㆍ사회ㆍ과학ㆍ문학ㆍ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평소 독서량과 판단력,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형태의 논술시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또 권장도서 범위 내 출제를 한다는 등 논술시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논술이 ‘이름만 바꾼 본고사’로 왜곡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다.

논술시험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보완하든 큰 줄기는 학생 선발권에 대한 대학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서울대의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또한 최근 대학의 입시 자율권에 대한 보다 분명한 주장도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국가주도 교육개혁에 한계 드러내
강원대 신중섭 교수(철학)는 교육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교육을 정부에서 분리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가계에서 부담하는 총 사교육비가 16조원에 이르고 외국 유학, 연수, 동반 가족 생활비가 8조원을 넘으며 서울시의 한 해 조기 유학생만 1만2,000명을 초과하는 기막힌 교육 현실의 배후에는 교육부의 시대착오적 교육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교육 문제는 정부가 더 좋은 정책을 입안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독점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국가가 주도하는 중앙 집중적 교육 개혁은 원천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대입제도를 15차례나 뒤집었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해졌고, 급기야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는 말도 나오는 지경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그 동안 자율과 자유가 확장돼 왔지만 유독 교육에서만은 반대의 길을 걸어 왔다는 대학인들의 지적은 교육 개혁의 큰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말해 주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갈지 자 행보'…
교육계 "속내가 뭡니까?"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갈지(之) 자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 부총리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대학입시문제는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소신을 수 차례 밝혀왔지만, 막상 '고1 사태'가 터지자 그 동안 했던 말을 삼키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 관료 출신 김 부총리가 석 달 전 교육부 수장에 전격 임명됐을 때 우려와 함께 많은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퓽甄?

특히 대학과 재계에서는 "교육전문가가 교육행정을 독점해 온 결과가 공교육 붕괴로 나타난 만큼 교육계 전반을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김 부총리의 임명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물론 경제 관료의 교육 부총리 임명에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교조와 흥사단, 참교육학부모회 등 19개 교육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교육개혁시민연대는 김 부총리 임명을 앞두고 "교육을 경제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것"이라며 임명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내심 지금까지와 다른 획기적인 교육 개혁을 기대하며 그의 행보를 주목했었다.

김 부총리도 1월 취임 당시 "교육은 산업"이라는 전제 아래 본고사 금지 등 대입 '3불 정책' 수정에 대한 전향적인 뜻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돈 많은 사람이 우선적으로 돈이 많다는 이유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국민정서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그의 발언들로 비춰볼 때 자율권 확대를 바라는 대학의 손을 들어 주는 듯 했다.

그러나 취임 3~4개월 후 고1 교실의 분노가 촛불시위로 이어지고 정치권ㆍ학계가 교육부를 맹성토 하는 상황에서도 김 부총리의 기존 발언 내용은 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교육행정가들을 논쟁의 전면에 내세우며 '3불 정책' 수정 불가 입장으로 돌아섰다. "수능 과열이 그대로 내신 과열로 옮아갔다"는 질타에도 김 부총리는 홍보 부족, 이해 부족을 탓하며 여론을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김 부총리는 나아가 "새 입시제도는 오랫동안 교육 전문가가 모든 방법을 놓고 토론한 결과"라며 자신이 취임 전 이미 마련된 새 입시제도의 당위성을 두둔했다.

그는 한편으론 6일 발표한 학생ㆍ학부모에 대한 호소문에서 지역균형 선발, 특기자 전형, 정시 모집의 인원을 3분의 1씩 나눠 뽑는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을 긍정적으로 언급해, 여론에 몰린 교육부가 사실상의 '논술형 본고사' 실시를 의미하는 서울대 안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불렀다. 김 부총리의 속내가 정확히 무엇인지 해석하기 힘든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러자 교육부는 9일 다시 대입 '3불 정책' 법제화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학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정부와 대학 간의 대입 공방은 확실한 결론 없이 계속됐다.

이런 불확실한 공방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김 부총리가 교육에 대한 자신의 기본입장도 정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 실정이다.

마침 10일 고려대 어윤대 총장에 이어 12일 서울대 정운찬, 연세대 정창영 총장이 잇달아 교육부의 3불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적어도 학생 선발권은 대학으로 넘기라는 주장이다. 김 부총리의 갈지 자 행보가 어디에서 멈출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  


입력시간 : 2005-05-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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