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부터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겠다"바다의 생산적·산업적 가치에 주목하는 인식전환 필요남북 '평화어로' 분위기 조성할 것…항만 서비스업도 본격 육성

[바다의 날 특집] 인터뷰-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해양수산부부터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겠다"
바다의 생산적·산업적 가치에 주목하는 인식전환 필요
남북 '평화어로' 분위기 조성할 것…항만 서비스업도 본격 육성


- 1948년 부산 출생
경남고, 서울대 철학과, 행정학 박사(동아대)
- 1973년 행정고시(14회)
- 1974년 부산시 산림청 행정사무관
- 1988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 1996년 부산시 내무국 국장
- 1999년 부산시 기획관리실 실장
- 2001년 부산시 행정부시장
- 2004년 부산시장 직대

“미래 해양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생산적ㆍ 산업적 시각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부터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할 것입니다.”

오거돈(57) 해양수산부 장관은 향후 해양 정책의 바탕이 될 기본 방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북아 중심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해양 관련 정책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에 대한 포부와 과제를 동시에 담고 있는 말이다. 오 장관은 해양 입국의 핵심 요소인 항만 육성과 관련 “강력한 상대로 떠오른 중국과 물동량 경쟁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고부가가치 항만을 만드는데 승부를 걸 방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취임 5개월을 맞는 오 장관은 작지만 다부진 체격에 호쾌한 인상을 준다. 이름 때문에 ‘오거던, 가거던’이란 재미난 별명도 가지고 있다. 성악 실력은 프로급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에는 즐겨 부르는 노래를 CD 앨범으로 냈을 정도다. 6월 1일에는 서울 여의도 KBS홀 주최의 ‘바다사랑 음악회’에서 한 곡조 부를 예정이다.

5월 31일 ‘바다의 날’ 10주년을 앞두고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집무실에서 오 장관을 만나 우리나라의 미래 해양 강국 청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양국가 국민인식 가져야
-이번에 제정한 ‘바다 헌장’의 의미는.

인류사를 보면 바다를 지배했던 세력이 세계를 지배했다. 미래학자들은 지중해는 과거의 바다이고 대서양이 오늘의 바다라면 태평양은 미래의 바다라고 한다. ‘바다 헌장’은 우리가 선진 해양국가를 지향하는 기본 철학을 담았다. 우리 스스로 해양국가의 국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바다를 생산적, 산업적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부터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겠다. 중앙의 언론이 지방 언론에 비해 해양수산부 사업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좀 부족한 점이 아쉽다.

-부산항-광양항을 대표 항만으로 육성하는 ‘투 포트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 이의를 제기하는데.

‘투 포트 정책’은 85년에 이미 국가정책으로 결정된 사업이다. 사업도 상당히 진척됐다. 광양항의 경우 12선석(1선석=30만 TEU 하역 능력)은 완공됐고 7선석이 공사 중이다. 이미 ‘투 포트’는 만들어져 있다. 다만 부산항은 100년이 넘는 역사로 우리나라 항만 중 국제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항만이다. 중국 상하이, 일본 요코하마, 대만 가오슝 항 등에 대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투자가 불가피하다. 광양항은 개항한 지 7년 정도 된 초창기 항이다. 자립이 가능한 물동량 창출이 관건이다. 지금 배후 산업단지의 활성화로 자체 물동량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3~4년 후엔 부산과 물동량을 나누지 않고도 자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항만체질 개선 방안은.

중국과 물동량 수치 경쟁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물동량에 비해 큰 이익을 남기는 로테르담항처럼 고부가가치 항만을 추구해야 한다. 로테르담 항은 지난해 물동량 830만 TEU로 245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얻었다. 반면 부산항은 1,143만 TEU의 물동량을 처리하고도 34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올리는데 그쳤다. 체질을 바꿔야 한다. 수출입 물류 단일민원창구(Single Window)를 올 9월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급유업, 선박수리업, 선박용품 공급업, 금융ㆍ보험업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항만 서비스업을 본격 육성할 것이다. 항만 배후부지에 조성할 글로벌물류단지가 그것이다. 부지 임대료도 상하이항보다 싸게 제공할 것이다. 상하이항이 평당 2만3,000원인 것에 비해 부산항과 광양항은 평당 1,568원, 1,190원이다.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

-부산-광양항 배후단지의 외국 물류기업 유치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3월 네덜란드에?‘항만 세일’을 위한 외자 유치 설명회를 가졌다. 지금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곧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광양의 경우 네덜란드 STC그룹 산하의 로테르담 해운운송대학 분교를 2007년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항만노무공급 100년 관행을 개혁했다.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나.

항운노조가 가지고 있던 노무 공급권이 하역업체에 넘어갔다. 하역업체에서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는 상용화 체제가 정착되면 항만하역에 투입되는 인력이 30~40%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항만 물류기업과 해운기업, 화주의 물류비용 절감으로 연결된다. 또 시설 현대화를 위한 재투자 여력이 생겨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물류비 절감 등 연간 1,000억원의 효과가 기대된다.

-위그선(Wing-In-Ground Effect Ship) 개발 등 해양과학기술분야 육성책은.

위그선은 구 소련이 군사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시속 250㎞의 속도를 내는 100톤급 위그선을 2010년 취항 시킬 계획이다. 특히 위그선은 동북아, 동남아 등 도서지방이 많은 지역의 노선에서 탁월한 운송수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속철도(KTX)에 버금가는 빠른 속도 때문에 국내 교통지도도 다시 그리게 될 것이다. 경제성이 있다. 또 해양 신물질, 동해 심층수, 에너지 자원개발을 위해 2007년까지 해양과학기술 부문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 쇄빙 능력을 갖춘 첨단해양조사선을 2008년까지 확보하고 남극대륙에 제2기지를 2010년까지 건설할 것이다. 아울러 6,000m 심해저를 탐사할 수 있는 심해저 잠수정도 건조할 예정이다.

-해양수산 부문에서 남북한의 협력을 넓힐 가능성은.

지난해 6월 체결된 남북해운합의서의 발효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남북 관계 경색으로 해양협력을 위한 접촉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수산분야는 남북관계의 중요한 의제다. 최근 중국 어선들이 북한 해역을 침범, 서해에서는 꽃게를, 동해에서는 오징어를 남획하고 있다. 수산자원 관리 차원에서 남북 수산관계자 회의가 시급하다. 기왕이면 남북이 공조해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거래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통일부와 협조해 남북 간 ‘평화어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해 나갈 것이다.

-부산, 경남지역에 걸쳐 건설 중인 ‘신항 명칭’을 둘러싸고 두 지역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 차원의 갈등 조정 역할에 문제는 없나.

미래 갈등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중앙 정부가 빠른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할 것이다. 국가 전략사업이 지역이기나 정치논리에 발목을 잡히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장관이 부산 출신이란 선입견 탓에 어려움은 있다. 그러나 장관이란 입장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이익을 넘어선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노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다. ‘18번’은 무엇인지. 취미 생활과 건강 비결은.

어릴 때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할 정도로 말을 더듬었다. 주변에서 노래 부르면 말 더듬는 것을 고칠 수 있다고 해서 혼자 있을 때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땐 음대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받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자연히 평생 취미가 됐다. ‘18번’은 따로 없고 ‘그리운 금강산’에서 ‘돌아와요 부산항’까지 안 가리고 즐겨 부른다. 1990년대 초 부산시청을 다니던 시절에 시작한 ‘멜로마니아’라는 성악 동호회 활동이 계기가 돼 CD도 내고 연주회도 하게 됐다. 그리고 어릴 때 기계체조를 해서 그런지 모든 스포츠를 좋아한다. 건강 비결은 별 것 없다. 짬 나면 산에 오르고 아침에 동네 목욕탕에 간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5-26 17:31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