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 흡연이 폐암 발병 주원인"CEO와 발병률 상관관계 없어, '불치' 인식 버리고 금연해야

[폐암] 국립 암센터 인터뷰
"직·간접 흡연이 폐암 발병 주원인"
CEO와 발병률 상관관계 없어, '불치' 인식 버리고 금연해야


이진수 박사

세계적 폐암 전문의로 꼽히는 이진수(55) 국립암센터 폐암연구과장은 미국 텍사스의대 MD앤더슨 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 여러 유명 CEO(최경영자)와 유력 인사들의 폐암을 치료했다. 2001년 귀국, 암센터 부속 병원장을 맡은 뒤에도 이 박사를 찾는 사회 저명 인사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5월 21일 타계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을 비롯해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2002년 별세)이 미국서 이 박사의 치료를 받았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국내서 이 박사의 진료를 받다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계속했으나 5월 23일 새벽(한국 시간) 별세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폐암은 아니지만 1999년 이 박사로부터 폐관련 질환 치료를 받고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CEO들과 폐암 발병률 사이에는 의학적 상관관계가 있는가. 그리고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 25일 국립암센터 연구실에서 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80~90% 이상이 흡연때문

관련기사
[폐암] 당신은 안전한가…
[폐암] 국립 암센터 인터뷰
[폐암] 금연이 최고의 예방약이다
[폐암] 법정에 선 담배…폐암 주범 공방
[폐암] 폐암 이겨낸 이재명 씨
[폐암 별세]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폐암 별세]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 최근 많은 CEO들의 사망원인이 폐암으로 밝혀졌는데 의학적 상관관계가 있는가.

▲CEO들의 폐암 발병률이 높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한국의 하루 평균 폐암 사망자는 35명으로 매년 1만2,000여 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CEO들은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암 발생률이 높고 폐암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것이다.

- CEO들이 폐암에 걸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흡연이 주 원인이다. 폐암에 걸리는 원인은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80~90% 이상은 흡연 때문이다. 직접 치료한 여러 CEO들도 흡연이 원인이 돼 폐암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 최근 타계한 정세영 회장을 비롯해 박정구ㆍ박성용 회장을 치료한 적이 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폐관련 질환을 치료해 널리 알려졌는데 이들 CEO의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역시 흡연이다. 박정구 회장은 담배를 많이 피웠고 박성용 회장은 나중에 금연을 했지만 그 전에 흡연을 해왔다. 정세영 회장은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았지만 간접흡연에 노출돼 있었다. 이건희 회장도 줄곧 흡연을 했지만 나중에 금연을 하고 몸관리를 잘했다.

이들 CEO들은 젊었을 때 조직문화, 대인관계를 중시하는 환경 속에서 직간접의 흡연에 노출돼 폐 질환을 얻은 경우인데 나중에 병을 알고 금연과 함께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지만 그렇다고 발병 원인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 이건희 회장은 완전히 치유된 것인가.

▲이 회장은 본래 폐암과는 다른 질환이 발생했지만, 초기인데다 지시를 잘 따라주어 5년간 재발하지 않았다. 완쾌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트레스와 폐암. 관계 없어
- 스트레스도 폐암의 주 원인이라고 하는데.

▲CEO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폐암에 걸렸다는 기사도 봤는데 스트레스와 폐암은 관계가 없다. 단, 스트레스로 인해 폐암의 원인이 되는 환경에 노출되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 일반인이나 폐암환자를 위해 조언을 한다면.

▲최근 청소년과 여성 흡연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매우 우려할 상황이다. 여기에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 폐암 환자는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금연 운동이 확산되면 폐암을 비롯해 암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 금연운동이 시급하다.

폐암은 치료 불가능한 죽을 병이 아닌 만큼 환자나 가족들은 치료하면 살아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환자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6-02 17:35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