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음료에서 식사대용식·아이스크림 등 건강 먹거리와 미용팩으로 화려한 변신유산균이 인체 유해세균 증식 억제, 웰빙바람과 함께 판매시장 갈수록 커져

[요구르트 열풍] 요구르트 전성시대
단순음료에서 식사대용식·아이스크림 등 건강 먹거리와 미용팩으로 화려한 변신
유산균이 인체 유해세균 증식 억제, 웰빙바람과 함께 판매시장 갈수록 커져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를 장난스럽게 잘 먹는 요구르트 가족. 아이들의 건강간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엄마 김경숙 씨, 딸 김주희, 아들 세훈. 임재범 기자

“누나, 그냥 끊고 나와!”, “아빠, 아직 멀었어?”, “주희야, 언니 지각하겠다. 빨리 비켜줘.”

화장실을 두 개나 갖춘 아파트지만, 김진일(45ㆍ유통업) - 김경숙(43) 부부 집의 아침은 1년 전만 하더라도 화장실을 두고 한판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것도 집안의 내력인지, 식구 대부분이 변비를 앓았던 까닭이다.

그러나, 1년 전 김경숙 씨가 요구르트 제조기 한 대를 집으로 들이면서 아침 분위기는 180도로 바뀌었다. 분주하기만 했던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기고, 집안에는 평온함마저 감돌기 시작했다. 김 씨 가족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듯, ‘길어야 2분’이면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아들 세훈(8ㆍ초1)의 말을 빌리면, 이들은 ‘요굴트 가족’이다. 다섯 식구가 하루에 소비하는 요구르트만도 90㎖들이 컵으로 열 대여섯 컵.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 사람이 하루 두세 컵씩 먹고 있는 셈이다.

"우리집은 직접 만들어 먹어요"
“모든 식구가 좋아하는 요구르트니까 아침식사 대용, 간식으로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어요. 입맛 따라 과일, 시리얼, 꿀, 잼 등을 곁들일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두릅 등 채소의 드레싱으로 제격입니다. 요구르트를 생마와 함께 갈아 마시면 애 아빠 건강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니 웰빙식 중에서도 으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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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지만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인 안주인 김경숙 씨의 요구르트 예찬론이다. 요구르트를 만들어 쉬지 않고 냉장고에 채워 넣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다. “그냥 우유에 농축 요구르트(유산균)을 섞은 뒤 전용 용기에 따르고 버턴 하나 누르는 게 전부입니다. 가격도 슈퍼에서 사다 먹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비슷한 양의 요구르트를 구입했을 때 드는 비용은 6,000원 선. 1ℓ 우유 1통(1,100원)과 농축 요구르트 1병(800원)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비용은 직접 사서 먹는 경우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김 씨 가족처럼 집에서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는 가구 수를 145만 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가구 수를 1,200가구로 봤을 때 약 8가구 당 1가구 꼴로 집에서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 가정용 요구르트 제조기를 생산하는 기업만도 NUC전자 등 20여 곳에 달한다. 김치를 먹는 한국 사람은 먹을 필요가 없다던 요구르트가 새콤달콤한 맛과 어느 식품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기능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요구르트 하나가 집안에 이렇게 큰 변화를 부를 수 있는 것일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안영태 책임연구원은 이른바 정장작용(整腸作用: 장을 건강하게 하는 작용)으로 불리는 유산균의 기능이 이 같은 변화를 가능케 한다고 강조한다. 발효유는 기본적으로 장질환, 설사, 소화불량 등을 일으키는 병원균이나 부패균과 같은 인체의 유해세균이 장관(腸管)에서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이 같은 기능을 통해서 인체의 면역기능도 향상시키는데, 발암 위험인자로 꼽히는 아미노산 대사생성물인 페놀 등의 유해물질의 해독에도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 안 연구원의 설명이다. 장을 튼튼하게 해서 소화와 영양분의 흡수를 증진하는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했다. 면역기능 향상, 항암 작용에 영양분의 흡수까지 증진시킨다고 하니, 오히려 김 씨 가족이 체험한 변화는 작은 경험에 속한다는 것이다.

요구르트를 직접 만들어 먹는 가정이 늘고, 아이스크림이 요구르트의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발효유 시장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보통 TV 홈쇼핑으로 연일 가정용 제조기를 보급하고 있지만, 요구르트 판매량은 되레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울 신촌의 모 요구르트 업체 직매소 관계자는 “가정용 제조기가 요구르트 시장을 잠식하기 보다는 요구르트를 먹지 않던 사람들을 새로운 소비자로 끌어들이는 기능을 하고 있?것으로 보인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대학가 등의 먹거리 문화 바꾸는 요구르트
‘우유와 요구르트는 사무실과 집에서 먹는 것’이라는 통념도 깨지고 있는 분위기다. 막걸리와 소주, 맥주 등 알코올로 점철되던 대학가의 먹거리 문화를 요구르트가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숙명여대 인근의 모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박도화 씨는 “모꼬지를 다녀온 일단의 대학생들이 요구르트 가게에서 ‘뒷풀이’를 할 정도”라며 대학가에 부는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의 인기를 전했다.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그는 또 “과음 등으로 장내 환경이 급변하면 많은 유산균이 죽는다”며 “이 때 요구르트를 먹으면 체내 밸런스를 빠르게 잡을 수 있다. 학생들이 이 점을 체득하고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내로 알코올이 유입되면 많은 수의 유산균이 죽는다. 때문에 음주 후에 요구르트로 장내의 유산균을 복원시켜주면 숙취로 망가진 신체의 리듬을 보다 짧은 시간에 회복시킬 수 있다. 알코올 뿐만 아니라,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도 유산균의 수는 급격한 감소를 보인다. 감기약을 먹은 뒤에 체력이 더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기약의 항생제가 유산균을 죽여 신체 리듬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감기약을 먹은 후 감기가 나았다고 생각되면 약 복용은 멈추고, 요구르트로 장내 유산균을 복원시켜주는 것이 건강을 회복하는 데 효율적이다.

‘차(茶) 메뉴에서 ‘요구르트’를 볼 수 있는 곳이 어두 침침한 다방으로 한정되었다가 최근 대학가 커피숍으로 확산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처럼 요구르트가 광범위하게 사랑 받자 한 대형 마트에서는 기껏해야 140㎖이던 요구르트 포장의 불문율을 깨고 물 마시듯 마실 수 있는 1ℓ짜리 요구르트를 내놓기도 했다.

젊은 층에 부는 요구르트 인기는 먹거리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살갗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미안술인 팩(pack)에도 요구르트가 이용되고 있다. 요구르트를 몸에 바르면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탱탱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집에서도 밀가루와 요구르트를 섞어 바르는 요구르트 팩이 몇몇 연예인들을 시작으로 젊은 층에 급속히 확산하자, 한 화장품회사에서는 아예 간편하게 팩을 즐길 수 있는 ‘요구르트 팩’ 상품을 출시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유기농 채소와 함께 웰빙 식단의 정점에 오른 요구르트. 1971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지 30여 년이 지나 불고 있고 있는 요구르트의 늦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요구르트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편의점 진열대를 가득 메운 요구르트 제품. 김지곤 기자

▲ 요구르트?얼려 먹을 수 있나.
유산균은 영하 60도까지 가사(假死)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얼려먹는 것도 가능하다. 해동하면 유산균은 활동을 재개한다. 특히 사람의 셀쩜?37~38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유산균의 효과에는 하등의 차이가 없다. 다만,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 일부 유산균이 죽을 수 있다.

▲ 데워 먹을 수도 있나.
데워 먹는 것도 가능하다. 단, 데워서 바로 섭취한다는 조건에서다. 25~40도의 온도에서 장시간 방치하면 유산균의 활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신맛이 강해져 요구르트 본래의 맛은 느끼기 힘들다. 50도를 넘으면 유산균은 죽기 시작하고 80도에 이르면 거의 다 죽는다.

▲ 우유를 못 마시는데, 요구르트는 괜찮나.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거나 복통을 일으키는 원인의 대부분은 유당불내증 때문이다. 70%의 한국인에게 이런 증상이 있다. 유당불내증은 소장의 유당분해 효소(락타제) 분비가 적기 때문에 유당을 소화시킬 수 없어 설사나 장내에 이상발효가 생기는 증상. 유산균은 유당의 40% 가량을 갈락토스와 포도당으로 분해, 감소시킴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요구르트는 당뇨환자도 마실 수 있나.
환자의 식이요법 중 우유나 과일쥬스 등에 대해선 제한이 없는 환자는 음용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당류의 제한을 받는 환자일 경우 상태에 따라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좋다.

▲ 요구르트를 많이 먹는 아이들은 충치에 잘 걸리나.
유산균 자체가 충치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요구르트에 첨가되는 설탕 등의 당류에 의해 유발될 가능성은 있지만, 초콜릿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은 비율이다.

▲ 사먹는 요구르트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요구르트의 차이는.
같은 유산균을 원균으로 사용했다면 비슷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정 제조기에서는 무균제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산균 뿐만 아니라, 다른 잡균들도 함께 배양될 가능성이 높다. 한번 개봉한 우유는 즉각 제조한다든가, 용기와 손의 위생을 청결히 해야 한다.


요구르트 집에서 만들어 먹기

전용 제조기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요구르트를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직접 만들어 먹으면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 좋고, 맛이 담백해서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다음은 플레인 요구르트 만드는 방법.

1. 우유 중탕하기 우유 1ℓ를 80도로 중탕한다. 우유에 요구르트(유산균)를 타기 전에 우유를 따뜻하게 데우되, 너무 뜨거우면 균이 죽으니 주의한다.

2. 우유에 유산균 섞기 요구르트(유산균) 90~100㎖를 넣어 잘 섞는다. 요구르트 안에 있는 균들이 우유 속에 있는 양분을 먹으면서 번식, 발효돼 새로운 플레인 요구르트가 된다. 요구르트 대신 약국에서 파는 유산균 종균을 넣어도 된다. 골고루 잘 젓는 것도 발효를 잘 시키는 비결.

3. 밥솥에 넣기 발효에는 온도가 중요하다. 균 번식에 가장 적당한 온도는 40∼42도. 요구르트를 랩으로 덮어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하고 보온 상태의 밥솥에 넣어 5시간 발효시킨다.

4. 완성된 요구르트 먹기 완성된 요구르트는 맛이 좀 신편. 기호에 따라 좋아하는 과일을 갈아 넣거나, 잼, 꿀, 빵 등을 곁들이면 훌륭한 요구르트가 된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6-09 17:58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