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 접목시키는 사업 한창…경복궁 복원·도심재개발 병행정부부처 건물, 송현동 미대사관 숙소 터 재개발 여부가 최대 관심사

[광화문 르네상스] 광화문 일대는 지금 리모델링 중
전통과 현대 접목시키는 사업 한창…경복궁 복원·도심재개발 병행
정부부처 건물, 송현동 미대사관 숙소 터 재개발 여부가 최대 관심사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 건설 중인 '르메이에르' 공사현장. 박철중 기자

광화문 일대의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경복궁 복원 사업과 구역별 재개발 등 도심 전체에서 ‘리모델링’ 망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광화문 일대서 일과를 보내는 직장인들조차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거리를 지날 때면 어느새 바뀐 주변 풍경에 ‘어…’ 하는 놀라움과 함께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근래 몇 년 사이 광화문 일대의 변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도심 리모델링의 키워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다. 구역별로 서울의 600년 역사를 돋보이게 하는 작업과 동시에 현대적 멋과 시민의 편의를 높이는 다목적용 도심 재정비가 기본 방향이다.

우선 북촌 지역은 2001년 고건 전 서울시장 때부터 ‘북촌 가꾸기 사업’을 진행해 요즘 새로운 전통문화 중심지로 각광 받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90년에 시작한 경복궁 복원이라는 대역사도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2009년이면 경복궁의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도 공사 완료 시점인 2009년에 제자리를 찾을 예정이다. 또 광화문 앞에 반달 모양의 광장도 조성된다.

광장은 가로가 효자동길 입구에서 삼청동길 입구까지 450여m, 세로는 30m인 반원 형으로, 1,800여 평 규모로 만들어진다. 문화재청은 광화문을 원래 있었던 자리인 남쪽 14.5m 앞으로 옮기고 월대(月臺ㆍ건축물의 권위를 더하기 위해 건축물 앞에 세운 돌층계)의 복원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월대의 길이가 40m나 돼 차로가 너무 줄어든다며 복원에 반대하고 있다.

광화문~숭례문 잇는 보행 네트워크
서울시는 또 광화문의 제자리 찾기와 더불어 100m 폭의 세종로 차로를 줄이고 인도를 지금보다 더 넓힐 계획이다. 도심길을 보행자 중심으로 바꿔나가는 정책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2008년까지 소공로를 정비해 서울광장과 명동ㆍ남대문을 연계하고, 광화문~숭례문 광장까지를 포함하는 도심의 종합적인 보행 네트워크를 만든다.

‘피맛골’(조선시대, 종로통을 오가던 평민들이 고관대작의 행차를 피해 다니던 골목길)로 불리는 청진동 일대 재개발도 한창이다. 현재 도심 재개발 대상인 청진구역 6개 지구의 일부에 지하 7층과 지상 20층 규모의 주상복합 타운(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이 2008년 완공 계획으로 공사 중이다.

하루 유동인구가 20만 명에 달하는 요충지에 위치한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이 완성되면 24시간 성업중인 음식점 거리인 청진동은 물론, 종로 1가가 새로운 이미지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민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골목길과 전통 먹거리 거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을 어떻게 보완해 낼 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또한 사업지구 내 기존 상인들의 손실보상에 대한 민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종로구 중학동 77 일대의 일본대사관 주변 ‘중학구역’도 주상복합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이 몇 년째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부 토지 소유자들이 반발하며 낸 소송으로 개발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또한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공평구역 18지구’도 현재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대지 2,300여 평의 이 구역은 업무시설과 판매시설 등이 들어?전망이다. 개발 업체들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복합빌딩을 건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그 밖에 종로구 도렴구역 21개 지구, 신문로 2가 12개 지구, 사직1가 1개 지구 등이 도심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현재 일부 사업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삼성 타운 건너편인 북창동 일대는 당초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최근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광화문 일대의 장기적 변화는 신행정 도시 건설에 따른 도심의 정부부처 이전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전키로 된 문화관광부 자리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 박물관이나 문화 관련 공간이 들어설 것을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안은 없다. 미국대사관도 마찬가지. 용산으로 이전이 확정됐嗤?현재 미 대사관 자리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종로구 도심재개발구역 현황

삼성생명 소유 송현동 미 대사관 숙소 터…뭐가 들어서나

한국일보사 앞 옛 미대사관직원숙소 부지. 박철중 기자

이 땅의 현재 주인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2000년 미국 대사관 측으로부터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로 사용하던 1만여 평의 송현동 부지를 1,40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삼성생명은 당초 1997년 미 대사관 측과 매매계약을 했다가 IMF 사태로 달러가치가 2배로 뛰자 계약금을 포기하고 중도 해약했다가 2000년에 다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땅에 무엇이 들어설 것인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이 매입한 이후 삼성미술관이 들어설 것이라는 설도 있었고, 한때는 미 대사관 이전 부지로 검토되는 등 땅 용도를 싸고 이런 저런 얘기들이 무성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현재로선 이 땅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술관 건립 얘기가 나온 배경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였다. 서울대 미대를 나온 홍 씨는 미술계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95년 고미술 분야 중심의 호암미술관장으로 취임할 때도 현대미술 중심의 ‘삼성미술관 건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한때 미술계 인사들 사이에선 송현동에 삼성 현대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을 기정 사실화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삼성이 지난해 10월 한남동에 삼성미술관 ‘리움’을 개관함으로써 이 곳에 미술관을 건립할 것이라는 소문은 일단 사라진 상태다.

송현동 땅의 활용 변수는 바로 인접한 기무사령부다. 기무사령부가 이전할 경우 이 자리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옮겨와야 한다는 주장이 문화ㆍ시민 단체들로부터 제기된 것이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에서 너무 떨어져 쉽게 찾을 수 없으니 시민들 곁으로 옮기자는 주장이다.

여하튼 문화재 관련 단체나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가 광화문과 삼청동, 인사동을 잇는 역사적 문화벨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주상복합 빌딩 등 사무용 공간이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송현동 땅은 고도제한에 묶여 높이 16m(5층 정도) 까지의 건물 밖에 짓지 못하게 되어 있다. 삼성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6-16 15:51


조신 차장 shincho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