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는 여울, 호안은 돌과 흙자연 그대로가 최고의 명약악취 진동하던 쓰레기 개천에서 생명의 하천으로 탈바꿈

[하천, 되살아나다] 전주시 전주천
바닥에는 여울, 호안은 돌과 흙
자연 그대로가 최고의 명약
악취 진동하던 쓰레기 개천에서 생명의 하천으로 탈바꿈


23일 동틀 무렵 전북 전주시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전주천. 최근 비가 오지 않아 수량은 적지만 물 소리와 인근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로 기분이 상쾌했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나와 둔치에 조성된 산책로와 체육시설에서 간단한 몸풀기 체조를 하거나 걷거나 달리고 있었다. 전주천의 새벽은 그야말로 활기로 넘쳤다.

“우리 정말 복 받은 거야, 물고기도 있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엄청 좋아 졌어. 이런 곳에서 운동을 할 수 있으니 말이야” 조깅을 하다 기자를 만난 이학송(53ㆍ전주시 서신동) 씨는 전주천을 가리키며 자랑했다.

날씨가 무더운 요즘에는 해질녘에 더 많은 시민들이 나와 산책하면서 더위를 식힌다. 매일 저녁 운동하러 나온다는 전주 토막이 이연운(59) 씨는 “전주천변을 따라 뛰다가 벤치에 앉아 쉬면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 어린시절 친구들과 이곳에서 멱감던 생각이 나고 마음마저 편하다”며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지만 악취가 진동하던 몇 년 전에 비하면 정말 깨끗해 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주천이 시민들의 생활체육과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은 전주시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모여 민관 공동사업으로 지난 2000년 벌인 전주천변 공원화 사업 때문. 여론을 모으고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단체 회원과 시의원, 공무원 등 14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회가 설계단계부터 일일이 검토하고 감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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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복원 모델된 '자연형 하천'
전주시는 우선 보를 걷어내고 강 바닥에 여울을 만들고 호안 콘크리트를 뜯어낸뒤 자연석으로 바꿨다. 징검다리도 놓았다. 물이 돌에 부딪쳐 돌면서 포말을 만들고 산소가 녹아 들자 수서곤충과 물풀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사실 전주천은 1998년 이전 만해도 오염에 찌들어 악취가 심했고 둔치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만 나뒹굴던 버려진 하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80도 변했다. 2년 전부터 한벽교에서 삼천 합류지점까지 7.2㎞ 구간을 120억원을 들여 수질개선 및 생태계 복원, 시민 휴식공간 마련하는 등 자연형 하천으로 가꾸었다.

이런 노력으로 1급수에만 사는 쉬리와 모래무지, 다슬기 등을 볼 수 있고 돌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장구 치고 멱을 감을 수 있는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물고기도 25종이며 조류는 32종이나 된다. 말 그대로 전주천이 살아난 것이다. 전주시는 민간단체와 함께 전주천 생태학교를 열고 있다. 올해도 12개 학교와 단체에서 400여명이 참가했다. 생태학교에 온 아이들은 물 속에 들어가 고기도 잡고 들꽃을 관찰하며 생태강의를 듣는다.

특히 전주천은 우리나라 자연형 하천 조성 붐을 이끌었다. 지금까지 전국 100여개 지자체가 전주천 견학을 다녀갔고 하천 복원의 모델로 삼았다. 지난 2002년 일본 환경단체와 전국 수환경교류회가 주최한 제5회 ‘일본 강의 날’ 대회에서 전세계 79개 팀 가운데 대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러나 전주천 자연형 하천조성사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실제로 전주천 자연형 하천조성사업은 사업 추진 초기에 예산낭비라는 여론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는 IMF도 채 가시기 전이어서 “무슨 돈이 썩어 나서 멀쩡한 강 벽은 왜 허무는 거야”라며 반대가 심했다. 더욱이 둔치 주차장 5곳을 폐쇄하자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거세게 들고 일어나기도 했다. 다급해진 시청 직원들은 천변 25개 동을 돌며 주민설명회를 열고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온갖 정성을 쏟아 부어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는 고초를 겪었다.

이학훈 하천관리담당은 “하천 오염을 막기 위해 생활 하수관을 매일 순찰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산책로와 체육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만경강 합류지점 구간(8㎞)까지 생태하천 공사도 2010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최수학기자


입력시간 : 2005-06-30 19:02


글ㆍ사진=최수학기자 sh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