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가깝게, 비용은 저렴하게지자체 실버타운 조성 붐, 고령화사회 대비한 노인정책 수립 절실

[실버산업] 실버타운 성공의 조건
도시에 가깝게, 비용은 저렴하게
지자체 실버타운 조성 붐, 고령화사회 대비한 노인정책 수립 절실


농어촌 복합 노인복지 단지의 모델이 된 전북 김제의 노인종합복지타운 조감도.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 하고 부부중심의 가족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실버타운들이 각 지자체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버타운은 주거비용을 입주자가 전액 부담하는 고급 노인주거시설로, 양로원이나 요양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거는 물론, 의료와 문화시설 등이 모두 갖춰져 단지 내에서 일상 생활이 모두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타운’인 셈이다.

국내 실버타운은 아직 초기 단계로 일부 ‘돈 있는’ 노년층만 입주가 가능한 게 현실이다.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뿌리깊은데다 거의 모든 시설들의 개발비용을 민간업체가 떠안고 있어 입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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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녀들이나 친구들이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도심형(도시형) 실버타운이 인기지만, 비교적 접근이 용이하고 가격도 저렴한 도시근교형 실버타운도 각광 받고 있다. 2004년 12월 현재 전국의 유료노인주거 복지 시설은 49개소에 총 4,085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는 노인 인구 3만3,600명당 시설 1개가 운영되는 꼴이어서 황혼에 여유로워야 할 노인들의 쉴 곳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도심형·도시근교형·전원형 '일장일단'
실버타운은 노인복지 시설 중 유료 운영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건강한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양로시설’과 ‘유료노인복지주택’으로 구분된다. 이 중 유료노인복지주택이 ‘실버타운’에 근접한 모델이다. 또 설치된 위치에 따라 도심형(도시형), 도시근교형, 전원형으로 나눠진다.

도심형은 자녀와 주변 친구들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닌 반면, 주변환경이 쾌적하지 못하고 높은 땅값으로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근교형은 단위 면적도 넓고 주거환경도 비교적 쾌적한 편이다. 전원형은 주로 온천이나 관광지 인근에 있다. 생활 기본 시설과 의료시설이 모두 단지 내에 있어 편리하나 생활 터전이던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입주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실버타운은 아직 사업성이 불확실해, 민간 차원의 시설 운영 만으론 노인 인구 급증에 따른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김제 노인종합복지타운에서 요가를 하는 동네 노인들.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도시 근교형의 ‘농어촌복합노인복지단지’가 대표적 정부 지원 사례다. 이 복합노인복지단지는 주거와 건강 증진을 위한 요양시설 뿐만 아니라 여가, 문화생활 등 통합적인 보건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 이 단지는 전북 김제시의 ‘노인종합복지타운’을 모델로 한 것이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서 마련한 계획안에 따라 전국 14개 지자체가 응모해 이중 강원도 영월, 충남 서천, 전북 진안, 전남 곡성 등 4곳이 시범단지조성 예정지로 선정돼 현재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모델이 된 김제시의 노인종합복지타운은 2000년에 목욕탕, 이ㆍ미용실, 물리치료실 등을 갖춘 종합복지관 건립을 시작으로 부지 2만여 평에 노인 요양원과 주거시설, 게이트볼장, 야외공연장, 대학, 일거리 창출센터 등을 단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하루 500명 이상이 이용하는 인기 시설인 이곳은 연간 60개 이상의 단체가 성공비결을 확인하기 위해 찾을 정도로 지자체에서 만든 성공한 실버타운이다.

사회와의 괴리감 주지 말아야
김제 복지타운의 성공 비결은 우선 값싼 노인 주택 공급이다. 물론 도심형이 아닌 도시근교형 실버타운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 실버타운은 60세 이상 노인 누구나 2,000만원이면 10년간 임차할 수 있다. 도심의 실버타운이 수 억대의 보超駙?1인 100만원 이상의 관리비를 지불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다. 그 덕에 최초 분양에서 150가구 모두가 분양됐고 아직 1,000여 세대가 줄을 서 있을 정도다. 이 타운은 오는 8월에 2차 노인전용주택 완공과 함께 290가구의 새 식구를 맞게 된다.

성공 비결은 또 있다. 버스로 10분이면 시내를 오갈 수 있는 도시 근접성이 뛰어난 것이다. 도시에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는 은퇴한 노인들이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소외감을 덜 느끼게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또 노인주택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요양원의 노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하루 여섯 차례 셔틀 버스를 운행했다. 먼 지역의 노인들도 이곳 방문을 가능하게 하는 등 ‘유동인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실질적으로 ‘타운화’ 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앞으로도 은퇴농장과 실버 거리 및 상가, 한방병원, 테마공원 등도 만들어 대단위 복지타운으로 재도약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노인전용주택에 입주한 150세대 중 부부가 함께 사는 세대는 40세대에 불과하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들 사이의 ‘그레이 로맨스’도 화제거리. 타운에서 만나 결혼한 커플도 있고 젊은이 못지않게 자유연애를 즐기는 노인들도 있다고 한다. 관리사업소는 내년께 공개적으로 노인들에게 짝을 지어주는 행사도 벌일 계획이다. 김성희 관리사업소장은 “요즘 어르신들은 자식과 함께 생활하면서 간섭 받는 것보다 편하게 활동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또 “편하게 지내다 보니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노인이 많은 것 같다”고 노인들의 숨은 건강비결을 전했다.

2018년에는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한국. 이 같은 통계가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 30대만 접어들어도 ‘은퇴 이후의 인생’ 준비에 예사롭지 노력을 하는 것이 사회 추세인 점을 비춰볼 때 노령화 사회를 대비한 사회 전체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져야 할 것 같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7-07 16:07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