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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나의 잊지 못할 여름휴가 - 이순원 소설가
대관령 옛길따라 시골집으로
소설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의 모티브 된큰 아이와의 여행길






언젠가 아내가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직 한번도 여름휴가를 우리 가족끼리만 가 본 적이 없어요.”

그 말에 다들 의아해 하며 이렇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가는데요? 여름휴가 안 가는 것은 아닐 테고.”

“가긴 가죠, 매년. 그런데 매년 강릉 시골집으로 가요. 한 번도 다른 데로 가 본 적이 없어요.”

그 자리에 있던 여자들이 ‘참 안됐다’ 하는 얼굴들을 했다. 변명을 하자는 뜻은 아니고, 그래서 내가 아내에게 “왜 전에 설악산에도 우리끼리 한번 갔었고, 아이들 강릉에 보낸 다음 변산 격포에도 한번 갔었잖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시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맞아요, 두 번. 그런데도 그때에도 거기 갔다가 그 다음 날 다시 차를 돌려 강릉으로 갔잖아요.”

“그런데 그때 차를 돌린 사람이 누구였지? 강릉 가자고 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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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올해는 좀 다른 곳으로 가보지, 하는 사람은 나였고, 그렇게 떠났다가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강릉 대관령 아내 시골집으로 가자고 하는 사람은 아내였다. 이제까지 우리집의 여름휴가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나만 이런 것이 아니라 우리 4형제의 여름휴가가 모두 이런 식이었다. 7월이 되면 형제들이 서로 전화를 해서 그게 7월 말이든 8월 초든 모두 날짜를 맞춘다. 추석과 설 연휴에 형제들이 시골집에 모이던 아주 예전부터 우리집은 여름휴가 때에도 아버지 어머니가 계시는 시골집 마당에 모였다.

모처럼 시골집 아닌 곳으로 떠난 휴가 역시 하루만 지나면 다시 형제들과 온 가족이 모여 있는 강릉으로 가곤 했다. 예전에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여름이면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3박4일씩 설악산의 어느 시설 좋은 콘도 이용권을 주곤 했다. 그러나 그때에도 단 한번 그걸 이용하지 않았다. 휴가면 우리는 늘 강릉 대관령 아래의 시골집으로 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해, 큰 아이와 대관령을 걸어 넘었다. 그건 여름휴가 때가 아니라 연휴가 든 오월 어느 토요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아이와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이라는 소설을 썼다.

그러고 나니 늘 작은 아이에겐 그렇게 해주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해 여름 시골집에 가 있는 동안 작은 아이와 함께 예전에 형과 아빠가 걸었던 대관령 주변을 둘러보는 여행을 일부러 했다.

길가의 옥수수 밭에서 옥수수를 몰래 따서 냇가에 불을 피워놓고 옥수수도 구워 먹고, 대관령 산자락 아래 여기 저기 붉은 꽃처럼 피어있는 산딸기도 따보고, 계곡물에 함께 발을 담가 보기도 하면서 여러 날 일부러 걷는 여행을 작은 아이와 함께 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대관령에서 흘러내려오는 냇물에서 고기를 잡기도 했다. 그러다 저녁이면 온 식구가 모여 있는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저마다 아빠와 함께 대관령을 걸었던 여름방학이 가장 즐거웠다고 말한다. 나 역시 돌아보면 이런저런 많은 여행 중에 아이들과 대관령을 걸으며 넘었던 그 여행길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그러나 지금 그 아이들은 내가 다시 걷자고 하면 아마도 사양을 할 듯싶다.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대관령 길을 걸어 넘었던 큰 아이는 다 자라 군에 가 있고, 아빠와 함께 여러 날 대관령 체험 여행을 했던 작은 아이 역시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제 새삼 아버지와 함께 걷자면 쑥스럽다며 사양할 그 아이들도 보다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대관령 자연을 누렸던 그 해의 여름휴가가 가장 즐겁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고, 그때 로드매니저처럼 우리를 매일 자동차로 현장에 데려다 주었던 아내 역시 그 해의 여름휴가 얘기를 두고두고 한다.

입력시간 : 2005-07-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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