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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나의 잊지 못할 여름휴가 -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
아이 손 잡고 만난, 그녀는 옛 연인
이국의 풀장에서 중년의 모습으로 해후, 잠시의 머뭇거림과 긴 반가움






올해도 어김없이 공포의 계절이 찾아왔다. 바로 여름 휴가철이다. 나같이 일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름은 가족의 눈치 보느라 등덜미가 서늘해지는 계절이니, 그야말로 공포가 아니겠는가.

지난 10년 동안 휴가라고는 딱 2번을 갔으니, 나도 어지간히 고집 센 사람이다. 올해는 사업 확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살고 있고, 그것을 아는 아내는 고맙게도 아이들과 먼저 휴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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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번의 휴가, 그 중 한번은 한때 사랑했던 여인과 재회했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4, 5년 전 쯤이었다. 태국으로 떠난 가족여행, 어렵게 시간을 내느라 발걸음이 무거운 출발이었지만, 태국에 도착하니 이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슬슬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리조트에서 4일을 보내는 동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몇 년 동안 쌓인 피로를 풀 정도로 여정은 즐거웠다.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투숙하고 있던 호텔 풀장에서 아이 손을 잡고 가는데, 역시 아이를 데리고 오는 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낯이 익다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20대 때 사귀었던 여인이었다. 10년 만의 재회였다. 몇 번의 사업 실패로 참 힘든 나날을 보내던 때에 나는 그 여인에게 이별을 고했었다. 기다려달라고 하기엔 너무 어려운 상황, 그리고 실패의 아픔을 감당하기에 연애는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았다.

가녀린 뒷모습으로 멀리 걸어가던 그 여인이 10년 후 오늘,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재회의 장면 치고는 다소 우스운 상황이었다. 여름 휴가지에서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거의 반쯤 벗은 몸이 아닌가. 그녀임을 알아보고 난 몇 초 동안 재빨리 나의 몸을 점검했다. 약간 나온 아랫배를 집어넣고, 트렁크 수영복 매무새를 다듬고, 그리고 인사를 했다.

세월이 약이라고, 그때의 아픔은 시간 속에 흩어지고, 반가운 마음뿐이었다. 일상의 상황이었다면 과거의 남자, 여자, 이런 머뭇거림도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게 느슨해지는 이국에서의 재회, 그건 우리 두 사람에게 행운이었다. 그녀도 가족들이랑 여행 중이라고 했다. 가끔 궁금했다며 근황도 물었다. 편안함 속에 행복이 묻어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난 막연하게 지녀왔던 마음의 빚 같은, 그런 무거운 감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의 3번째 휴가는 어떤 추억으로 채워질까. 열심히 일하다 보면 마음 편하게 푹 쉴 여유도 생기겠지. 그런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프로필> 65년 서울생.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좋은만남선우 대표이사. 로버트김후원회 회장.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소장. 우송정보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입력시간 : 2005-07-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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