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몰고 고원과 사막지대 넘어 28일 간 14,000㎞ 대장정

[여름휴가] '애마' 타고 더나는 실크로드 대탐험
지프 몰고 고원과 사막지대 넘어 28일 간 14,000㎞ 대장정

지프를 타고 거친 실크로드를 달린다. 그 옛날 캐러밴(隊商)의 흔적마저 삼킨 채 정적만 흐르는 타클라마칸 사막, 별이 쏟아지는 들판 한가운데서의 야영, 끝을 가늠할 수 없이 펼쳐진 우루무치 대초원…. 평균 고도 3,000m를 넘나드는 고원과 사막지대가 연출하는 대자연의 파노라마에 그저 감탄사만 터져 나온다. 구비구비 길목에서 스치듯 만난 얼굴들에선 세련된 도시인들이 잃어버린 순박함을 발견한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대자연으로 떠나는 탐험’이다. 때마침 이번 여름에 탐험전문 여행기획사에서 27박28일의 긴 여정으로 중국 내 실크로드를 탐사할 여행자들을 모집한다. 유람하듯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사서 고생하는 탐험 여행이다. 편안함만 추구하는 현대 문명의 반대편을 경험하는 이색적인 웰빙 여행이다. 일정이 직장인에게 너무 긴 것이 흠이지만 삶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 이번 고대 비단길 횡단의 가이드는 남기환(38) 오버랜드 대표. 그는 1999년 런던-서울 단독 횡단과 2002년 유라시아 횡단팀을 이끈 대륙횡단 여행 베테랑이다.

현재까지 참가 신청자는 지프 차량 6개 팀 20여명이다. 이들 탐사팀은 8월 2일 인천항을 차량과 함께 출발한다. 이번 고대 중국의 실크로드 탐사루트는 인천-톈진-베이징-시안-난조우-주톈-둔황-투르판-우루무치-바인부룩-타클라마칸-시안-무위-훅후트-베이징-위해-인천으로 총 14,000㎞ 거리에 꼬박 28일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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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도전 타클라마칸 사막 횡단
오프로드(비포장 도로) 중심으로 차를 타고 달려가는 이번 여행은 서쪽 로마로부터 동쪽 장안(현재의 시안)으로 이어지는 고대 비단길 3개 루트 중 하나인 서역북로(西域北路)를 답사하게 된다. 실크로드(비단길)란 말은 양잠기술이 없었던 중동과 유럽 지역에 가벼워 운송이 편리하고 이윤이 많이 남는 비단을 위주로 한 중국산 물품을 캐러밴들이 이 길을 통해 날랐다는 데서 유래한다. 고대 캐러밴들이 비단을 실어 나르던 발자취를 따라가는 27박28일의 이번 대장정 중 9박은 야영을 할 계획이다.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타클라마칸 사막 횡단은 이번 여행의 백미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동서 2,000㎞, 남북 600㎞로 총 면적은 한반도 2배 크기다. 여름철 한낮에는 섭씨 50도, 밤엔 섭씨 10도를 오르내리는 금단의 땅이다. 거기에다 카라부란(Kara Buran)으로 불리는 살인적인 사막 모래폭풍이 사나흘씩 몰아치기도 한다. 이 폭풍을 운 없이 만나게 되는 날이면 ‘끝없이 이어지는 죽음의 땅’이란 뜻을 지닌 위구르어 타클라마칸(Taklamakan)의 이름값을 절감한다. 1908년 이 사막을 탐험했던 영국의 고고학자 오렐 스타인은 “아라비아의 사막은 타클라마칸에 비하면 길들여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악명 높은 곳이다. 이 사막을 건너는 데에는 차로 꼬박 17시간을 달려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적막한 사막 한가운데서 야영을 하며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 무시무시한 모래 폭풍인 카라부란을 만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또한 타클라마칸 사막 변에 있는 투르판에서는 손오공도 엉덩이를 데었다는 화염산을 만날 수 있다. 지표온도가 섭씨 70도까지 오르는 사막분지로 중국 내 거주지역 중 가장 더운 지역의 여름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막 기후는 습도가 낮아 햇볕만 일단 피하면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중국 내 실크로드 대장정의 회기 지점은 위구르 언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을 지닌 신장성 자치구의 성도(省都)인 우루무치(Urumqi)다. 드넓은 초원에서 목축을 하며 살던 우루무치 사람들은 이제는 석유, 석탄, 철광석 등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신흥공업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그러나 교외로 조금만 벗어나면 지금도 낙타와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그 옛날 우루무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루무치는 바다로부터 1,200㎞나 떨어진 실크로드의 오아시스로 예나 지금이나 서역지방의 최대 도시이다.

우루무치에서 120㎞ 거리에는 천산 산맥 중턱에 자리 잡은 천산 천지가 있다. 또 우루무치 남쪽 75㎞ 카쟈흐족의 방목지인 ‘남산목장’에선 승마도 즐길 수 있어 고단한 대장정의 測摸?재미가 더해 진다.

중국 오지의 색다른 문화 체험도
여행 동안 식사는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한국서 준비해 간 밑반찬과 현지 호텔 음식이 준비되어 있지만, 야영할 때는 현지 토속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계획이다. 또 인적이 드문 오지를 탐험하는 여행객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산적이다. 그러나 탐사팀을 이끄는 남기환 씨에 따르면 중국 국경 내 여행은 길은 험할지라도 치안상의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란이나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 창궐하는 산적 같은 무리는 중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또 만약을 대비해 중국 관광청의 협조를 얻어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예정이다.

치안이 확실한 만큼 중국은 외국인이 개별적으로 자신들의 차량을 가지고 중국 오지를 여행하려면 절차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렵다. 우선 중국에서 운전을 위한 현지 면허증을 받아야 한다. 또 공안 당국으로부터 여행 허가증을 받는 것도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탐사여행은 여행기획사가 호텔 예약 등 제반 준비를 대행해 참가자들은 번거로운 수속 절차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번 실크로드 탐사 대장정에 지금까지 참가 신청을 한 사람들은 사업가, 20ㆍ30대 프리랜서, 주한 외국인 등이다. 이중 당찬 젊은 여성들도 몇 있다. 이번 여행에 참가하는 유일한 외국인인 터키출신 사업가는 출발 팀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중국 국경에서 곧장 고국 터키까지 여행을 이어갈 예정이다. 매년 장기간 여름 휴가를 떠나지만 실크로드 같은 탐험여행은 처음이라는 한광희(45ㆍ자영업) 씨는 부인도 동행한다. 현재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실크로드를 탐사할 여행자 모집은 이미 마감됐고, 중국 현지에서 제공하는 랜드크루즈 지프를 타고 탐사할 사람은 7월25일까지 기회가 있다. 참가비는 390만원이다. 문의 챌린지 여행기획사 ‘오버랜드’(www.overland.co.kr) 02-522-0228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7-14 17:55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