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은 우리 주변에서 늘 서성인다"

[귀신열풍] 퇴마사가 말하는 귀신·혼령의 세계
"귀신은 우리 주변에서 늘 서성인다"

당신은 귀신을 본 적이 있는가. 귀신이 정말 있을까. 있다면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세상의 이해하지 못할 많은 일들이 혹 귀신의 장난일까. 귀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로 귀신을 접했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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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사가 말하는 귀신·혼령의 세계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은 말한다. 귀신을 보려면 특별한 눈을 가져야 한단다. 퇴마사(退魔師)들은 특히 이 점을 강조한다. ‘영안(靈眼)’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퇴마사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는 비(非)논리와 초(超)논리,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귀신과 퇴마담(談)을 소개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는 독자들의 몫이다.

퇴마사 김세환 법사
"영에 예민하면 귀신 잘 붙어"
먼저 7월20일 서울 송파구 오피스텔에 ‘제마(www.sanka.co.kr 02-2202-2523)’ 라는 법당을 차리고 23년 간 퇴마사로 활동 해 온 김세환(55) 법사를 찾았다. -귀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이 허무맹랑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냥 안 보인다고 안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세월이 지나 이제야 밝히는 일이지만 김재규는 김형욱 귀신에 씌었던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김재규가 그토록 따랐던 군대동기이자 삶의 표상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김재규가 갑자기 민주투사가 됐다? 아닙니다. 불과 1979년 10월 시해 사건 한 달 전에 암살된 김형욱의 악령이 김재규에 몸에 들어간 거죠. 복수를 위해 박 대통령을 권총으로 쏘라고 사주한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김재규의 동기를 찾을 수가 없어요. 이것은 내가 귀신 김형욱을 직접 만나 봤으니 장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법사가 본 귀신은 어떤 모습들을 하고 있나.

”여러 종류가 있어요. 영화 ‘터미네이터 2’에 나오는 합성금속처럼 형태가 자유자재인 것도 있고 불덩어리 모양으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귀신도 있습니다. ‘빙의(憑依ㆍ귀신 들림)’에 걸린 경우엔 구체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나 같은 경우는 길거리 지나 가다가도 자주 봐요. 사고가 잦았던 고속도로, 특히 여주-문막 간 커브길에는 귀신이 7명 있었는데 2001년에 제를 지내줬더니 이후론 그곳에서 사고가 안 났잖아요.”

-‘영안’을 갖게 돼 퇴마사가 되는 것이 무당의 신내림과 다른지.

”무당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모시는 귀신에 의탁해서 푸닥거리나 굿을 합니다. 그러나 퇴마사는 자기의 혼령으로 제마를 하는 것으로 무속인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어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빙의’에 걸리고 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자기 암시성, 즉 영(靈)에 예민한 사람들에 귀신들이 잘 붙습니다. 정신상태가 영 파동과 일치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혼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귀신이 못 붙지요. 빙의에 걸린 사람들은 대개 어지럼ㆍ무력감을 느끼고 아프고 이상한 말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또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리지요. 정신병원에서는 정신분열증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빙의도 초기에 치료하면 쉽게 귀신을 쫓아낼 수 있어요.”

-소위 흉가라는 것은 어떤 곳인지.

”흉가는 큰 사고가 있었던 곳이나 텃세가 거칠어 ‘도깨비 터’라고 불리는 곳을 말하는데 요즘은 간혹 싼 값에 집이나 땅을 사려고 일부러 흉가 소문을 내는 경우도 많아요. 헛소문에 현혹돼선 안됩니다. 그냥 아무 장소가 흉가가 될 수는 없고 사람이 살았던 곳이어야 귀신이 있습니다.”

-남녀 중 어느 쪽이 귀신에 씌어지는 경우가 많은지.

”여자가 80% 입니다. 영혼의 감수성이 여자가 남자보다 서너 배는 강해요. 그리고 귀신이라고 해서 다 배척할 필요는 없어요. 게 중엔 착한 귀신도 있으니까요.”

퇴마사 장윤정
"귀신, 재미로 사람 괴롭혀"
5년 전 갑자기 이유도 없이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퇴마사 揚굽?33) 씨. 20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 주택에서 제단을 차리고 퇴마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www.ghostjyj.com 031-989-7930)

-어떻게 퇴마사가 되었고 귀신은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지.

”인천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느닷없이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무섭지도 않았어요. 알고 보니 우리 세상에 귀신이 붙어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은 걸 알았어요. 그래서 퇴마사의 길로 나선 겁니다. 귀신의 모습이란 게 차이는 있지만 대개 생기가 없고 혐오스럽게 생겼어요. 때론 아지랑이 같은 기(氣) 덩어리로 나타나기도 해요. 한 사람 안에 30~40명의 잡다한 귀신이 붙어있는 경우도 봤어요.”

-귀신을 쫓다 보면 귀신들과 대화도 할 텐데 왜 사람에 붙어 못된 짓을 하나.

”우선 저승길이 무섭거나 한이 있어서 인데 사람에 달라붙는 귀신들 대부분은 그냥 재미로 그래요. 빙의에 걸린 사람들에게서 귀신을 불러내 타이르기도 하고 혼도 낼 때도 있죠. 그런데 귀신들은 다들 억울해서, 한이 맺혀서 그런다고 하지만 막상 쫓겨난 후에는 피식 웃을 뿐이죠. 한마디로 사람을 괴롭히는 일을 즐기는 거죠. 실제로 귀신이 사람에 달라붙는 것은 알고 보면 특별한 이유도 인연도 없어요. 재수 없으면 귀신에 씌이는 거죠. 하지만 영혼이 강한 사람에게는 붙지 못해요. 그렇지만 귀신들이 좋아하는 장소인 북쪽과 서쪽의 습한 장소는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무속인, 무당과 퇴마사는 다른지, 또 귀신들을 쫓기 위해 싸울 때 어떤 방법을 쓰는지.

”무당은 접신(接神)을 하지만 퇴마사는 귀신을 그냥 보는 거죠. 퇴마를 하다 귀신에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특히 염력이 강한 귀신을 만나면 퇴마 후 열병을 앓기도 하고 피부에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귀신들이 앙갚음한 거죠. 귀신을 쫓을 땐 대화도 해보고 안 되면 욕을 퍼부어서 겁도 주지요. 다만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돼요.”

-혹시 귀신 중에 우리도 아는 유명한 귀신을 만난 적은.

”제가 만난 가장 유명한 귀신은 아직도 이승을 떠도는 장희빈 입니다. 귀신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개 무슨 소리인지 해석이 안 되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감으로 알아듣지만 전달이 잘 안 될 때도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거짓말을 해요. 퇴마사 입장에서 사람에 들어간 귀신은 선악 구분 없이 모두 내쫓아야죠. 재미있는 것은 귀신들이 나 같은 퇴마사를 보면 엄청 놀라서 숨는다는 겁니다.”

-빙의에 걸리는 데 남자, 여자 차이가 있는지.

”내가 아는 경우에는 남자가 많아요. 특히 30, 40대 남자가 귀신에 씌인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우울증 등 영혼이 쇠약한 틈을 타서 달라붙는 거죠.”

-최근에 귀신의 장난질로 보이는 사건은.

”강원도 양양 낙산사가 불에 타버린 것은 분명 귀신들의 짓 입니다. 오랜 세월을 탈없이 견뎌 온 고찰이 그렇게 허무構?타버린 것은 분명 귀신들이 노할 불길한 일을 사람들이 저질렀던 탓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귀신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영혼이 강한 사람을 두려워 해요. 귀신이 가장 싫어하는 물건은 통북어 입니다. 이런 사실은 여럿 귀신 잡다 보니 자연히 알게 됐어요. 집에 통북어를 걸어 놓으면 어지간 한 귀신은 접근을 못합니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7-28 17:09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