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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열풍] 등골 오싹…공포 마케팅
"간 떨어뜨리면 돈이 떨어져요"
공포가 돈이 되는 계절, 귀신 소재 이벤트 등에 손님 발길 줄이어




호러우드



산 속 깊숙이 홀로 자리잡은 외딴 산장. 달빛도 희끄무레한 밤 깊은 시각, 자동차 한 대가 그 앞에 멈춰 섰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일행은 산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지막한 음악 소리. 고개를 돌려 보니 자신들이 방금 내린 차에서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상하다. 분명 시동을 껐는데 웬 음악이…?’

이 순간 당신이라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아마도 십중팔구는 귀신을 떠올리며 식은 땀을 흘리지 않을까. 그리곤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않겠다며 얼른 줄행랑을 치기 십상일 것이다. 물론 산장도 문 닫기 딱 좋은 상황에 내몰릴 것이 뻔하다.

하지만 경기 가평군 호명산에 위치한 ‘귀곡산장’은 좀 다른 경우다. 분명 귀기(鬼氣)가 서려 있음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히려 으스스한 공포 분위기가 독특한 체험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이라는 게 산장 측의 설명이다. 10년째 이 곳을 운영 중인 김인규 대표는 “처음부터 산장의 컨셉트를 공포에 맞췄다. 그래서 터를 구할 때부터 ‘음지’를 찾았다”며 “특히 7~8월에는 귀신 축제도 열고 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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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끔찍…스릴있어 좋아요
귀신 축제는 고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귀신 분장 놀이부터 연극인들이 벌이는 귀신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채롭다. 고객들도 다양한 부류다.주로 공포 체험을 즐기려는 젊은 층이 많은 편이지만 40~50대 중장년층이나 자녀들의 담력을 길러 주려는 부모들도 적잖이 찾는다고 한다.

공포는 불쾌한 감정임에 틀림없다. 특히 귀신이나 유령 등 실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대상은 사람들에게 극한의 공포감을 안긴다. 그러나 돈을 주고 사는 공포 체험은 전혀 다르다. 아무리 무섭고 끔찍한 모습이더라도 그것은 통제되고 연출된 공포일 뿐이며, 오히려 짜릿한 스릴을 반대 급부로 제공하는 미덕을 지녔다. 그런 까닭에 현대 사회에서는 공포가 하나의 상품이자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귀곡산장



공포 푀오遣Ζ??공포를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대표적 상품. 요즘에는 관람객들의 얼을 빼놓는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지난 4월 말부터 부산 해운대 인근의 한 빌딩에서 펼쳐지고 있는 ‘호러우드(Horror와 Hollywood의 합성어)’는 유명 공포 영화 주인공들을 몽땅 집합시켜 눈길을 끄는 이벤트다. 드라큘라, 나이트메어, 엑소시스트, 링, 강시 등 히트작을 통해 영화팬들과 친숙한 공포 캐릭터들이 마치 현실 속에 살아난 것처럼 사실적 공포감을 제공한다.

할리우드 특수효과 제작사인 미라지 엔터테인먼트에 의해 만들어진 호러우드는 이미 미국 등지에서 흥행력을 검증 받은 작품이다. 국내 데뷔도 성공적이다. 지난해 서울 명동서 6개월 동안 가진 첫 번째 무대에서 약 10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올해 부산으로 옮겨 치르는 두 번째 무대 역시 3개월이 채 안 걸려 5만명을 끌어 모으는 인기를 과시했다.

호러우드 측 관계자는 “특수 효과와 정교한 세트 등을 이용해 영화팬들의 뇌리에 가장 깊이 박힌 장면들을 충실히 재현했다”며 “과거 흔히 보아 왔던 국내 괴기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흥행 비결을 설명했다. 호러우드 측은 국내 대형 놀이공원이나 테마파크와 제휴를 하거나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계획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경기 과천 서울랜드에서 상설 운영되고 있는 ‘귀신동굴’도 서울ㆍ수도권 주민들에게는 꽤 가볼 만한 곳으로 손꼽히는 공포 체험관이다. 이 곳 역시 사실적인 캐릭터와 정교한 시설을 자랑하는데, 한여름 성수기 때에는 월 8만 명(2004년 8월 기준)의 관람객이 입장할 정도로 성황이다.

놀이공원·테마파크 등 공포체험 인기
공포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비단 대형 공연장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요즘에는 공포 체험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착되면서 카페나 클럽, 각종 이벤트 행사에서도 귀신이나 유령 캐릭터와 장식물 등을 쉽사리 접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제법 성업 중이다. 인터넷에는 공포ㆍ귀신ㆍ엽기 용품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쇼핑몰도 눈에 띈다.

서울랜드 귀신동굴의 저승사자

최근 들어 영화 업계에서는 공포 체험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하나의 유행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화 개봉 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각종 공포 체험 이벤트를 열어 흥행의 불씨를 지핀다는 전략인 셈이다. 얼마 전 개봉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 사건’ ‘셔터’ ‘분홍신’ 등이 이 같은 사례들이다.

복합상영관 메가박스는 공포 영화가 집중적으로 내걸리는 여름철을 맞아 지난 6월 관객들이 참여하는 ‘호러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공포 체험 이벤트가 영화 흥행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포 마케팅은 여름철에 더욱 힘을 발휘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등골 오싹한 시원함을 찾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별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업계에서도 매출 증대를 위해 흔히 공포 마케팅을 구사한다. 백화점 등 유통 업계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공포 영화나 공연 등의 티켓을 경품으로 내걸어 고객들을 유혹하는 방식을 주로 취한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올 여름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는 고객 가운데 5명을 추첨해 ‘돌아온 귀곡산장’ 공연 티켓을 주기로 했다.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과 CJ몰은 공포와 웃음이 뒤섞인 개그맨들의 라이브 공연 ‘한여름의 호러 파티’에 추첨을 통해 선정된 수십 명의 고객을 초대할 예정이다. ‘여고괴담 4’나 ‘분홍신’ 등의 무료 관람권을 일부 고객들에게 선사하는 백화점들도 있다. 유통 업계의 공포 마케팅은 결국 공연ㆍ영화 업계에도 득이 되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바야흐로 공포가 돈이 되는 계절, 당신 옆에 귀신이 있다면 간 떨어지기 전에 돈이 먼저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5-07-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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