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칠 수 없는 광복절 황금연휴, 자녀와 함께 떠나는 여행

[광복 60년] 광복의 의미와 함께 '우리 것' 되새기기
놓칠 수 없는 광복절 황금연휴, 자녀와 함께 떠나는 여행

60주년을 맞는 올 광복절은 월요일로 주 5일 근무제와 맞물려 3일 연휴가 된다. 이른바 황금연휴다. 이를 놓칠세라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기간 동남아 등지의 유명 여행지로 향하는 항공편은 두 달 전부터 만석이다. 이에 못지않은 여행, 일제의 그늘에서 벗어난 광복 60주년의 의미도 되새기면서 휴가도 즐길 수 있는 국내 몇 곳을 소개한다.

‘민족과 겨레’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 향기로 물씬 묻어나는 곳이 충남 천안ㆍ아산이다. 이 인근에는 독립기념관, 유관순 열사의 유적지, 독립만세를 부르던 아우내 장터 등 아이들 교육을 위한 장소와 하루 1만 명씩 다녀간다는 병천순대촌, 전통의 향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외암리 민속마을과 웰빙 여행 코스로 빠지지 않는 온천들이 있다.

한반도 남단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충남 천안은 일단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디서도 뛰어난 접근성을 보장한다. 어디에서 출발하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 점심 때에는 도착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으니 속을 채우고 발걸음을 옮겨보자.

천안을 들렀다면 병천면 병천리의 병천 순대를 먹어볼만하다. 남쪽 지방에서는 잘 먹지 않는 순대라 더러는 꺼리지만, 병천 순대를 맛보지 안고 되돌아 간다면 밀려드는 후회는 불가피할 것이다.

큰창자(대창)를 쓰는 함경도 아바이 순대와 달리 이곳 순대는 작은창자(소창)를 써서 특유의 돼지 누린내가 적다. 또 잘 손질한 소창에 배추, 양배추, 당면 등을 정성껏 넣어 만든 ‘야채순대’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으로 유명하다. 전국에서 몰려든 하루 1만명의 순대 마니아들이 증명한다.

병천 순대의 역사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복되고 10년 정도 지났을 즈음이다. ‘충남집’이 장이 설 때마다 상인과 손님들에게 국밥을 말아낸 것. 이후 몇 집이 더 생겨 대여섯 집 정도를 유지하다가 한국의 마이카 붐이 일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순댓집이 급격히 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얼 깃든 아우내 장터

배를 두드리면서 식당을 나서는 걸음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다면, 그것은 순대촌이 그 유명한 아우내 장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1919년 4월 1일에 대한독립만세 소리로 가득 찼던 이곳이 역사의 현장으로보다는 순대촌으로 알려져 다소 씁쓸한 기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돈을 들여 지어놓은 독립 기념관이 수학 여행객들에게서 조차도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순대 때문에라도 역사의 현장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실제로 순대촌이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르자, 천안시는 총 36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병천 4거리 ~ 유관순사당간 약 3㎞ 구간에 만세운동 상징부조물 설치, 순대촌 간판 및 보도 정비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관순 열사 유적지와 순대촌이 연계된 훌륭한 관광지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8월 11일부터 15일까지 ‘아우내국제영화제’ , ‘경축음악회’ 등 다채로운 행사도 열리게 된다. (천안시 문화관광과 041-550-2032)

아우내 장터에서 조금 서쪽으로 매봉산 기슭에 유관순 열사의 사적지도 들를만하다. 유관순 열사의 사당인 추모각과 유관순 열사의 동상, 초혼묘, 봉화탑 등이 있는 곳이다. 사당에는 유관순 열사의 영정이 있고, 그 바로 아래에 물이 좋기로 유명한 약수인 매봉정수가 있다. 더위에 지친 몸을 살짝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옆으로 난 산길을 따르면 매봉산 정상 부근에 봉화탑에 이른다. 3ㆍ1운동 당시 이 자리에서 유관순 열사가 만세운동의 횃불을 올렸다는 곳이다. 주변을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다.

자주독립 외치던 조상들의 자취 느끼기

訣?발길을 돌려 ‘학생들의 답사 1번지’라는 독립기념관으로 가보자. 어디를 가더라도 가는 곳마다 사람에 치여 피로해지기 일쑤인 현실을 감안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행운이다. 하지만, 그 시설의 규모나 알맹이를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독립운동에 관한한 이곳을 따를 곳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한 여행이라면 국난극복,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한 조상들이 남긴 자취와 자료를 수집ㆍ전시한 곳인 만큼 예습을 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그 규모만 하더라도 120만평 대지에 건물만도 37동(1만 7천평)이다.

민족전통관 - 근대민족운동관 – 일제침략관을 거쳐 - 대한민국관 - 임시정부관 – 독립전쟁관 – 3ㆍ1운동관을 거치면 묘한 기분마저 든다. 독립 투사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 먹고 노는 게 여행의 전부는 아니니 들릴 이유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온천과 연계한 외암리 민속마을 관광

이 즈음이면 해도 서쪽 하늘로 옮겨 가 있을 때다. 자리에 눕고 쉽기도 하고 점심 때 먹은 순대도 소화됐을 시간이다. 피곤하더라도 아산의 외암리로 가보자. 전체 68가구가 모인 외암리 민속마을은 마을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장승이 동구를 지키고 있는 탓이다. 이 곳은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전남의 낙안읍성과 함께 주민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민속촌이다. 디딜방아, 초가지붕 등이 보존돼 있다.

해질 무렵에 도착했다면 초가지붕이 이고 있는 석양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풍광이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들은 절반 이상이 초가집이고 나머지는 기와집이다. 대개 170~180년 된 집들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촬영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드라마 ‘야인시대’, ‘옥이이모’ 등과 영화 ‘취화선’, ‘태극기 휘날리며’ ‘클래식’ 등이 촬영됐다.

다른 민속 마을과 마찬가지로 민박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외암리 민속마을에서 20~30분 거리에 아산 온양온천, 도고온천 등 국내 내로라하는 온천들이 있어 숙박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사흘간의 연휴, 광복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여행은 어떨까.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8-11 15:32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