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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족] 건강과 행복의 친환경적 삶 "생활비가 30%나 줄었어요"


“우리 엄마는 꽃을 좋아하고요, 저한테 몸에 나쁜 것은 안 먹여요.”

주부 이지현(36ㆍ경기 의왕시 부곡동) 씨 냉장고에 붙어있는 글귀다. 아들 석우(9)가 비뚤비뚤한 글씨로 가족사진 옆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로하스족인 이 씨의 삶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 씨에게 로하스는 ‘그저 소박하게 사는 것’이다. 요즘 쓰레기는 쓰레기(쓸모 없는 것)가 아니라며 남이 쓰다 버린 소파와 식탁을 주워 다 집안을 장식하고, 꼭지가 떨어진 항아리는 구멍을 뚫어 화분으로 이용한다. 아이 옷은 ‘녹색가게’나 ‘아름다운 가게’ 등에서 헌 옷을 구입해서 입힌다.



건강과 환경에 해롭거나 1회용을 기피하는 성향은 집안 곳곳에 놓인 생필품에서도 드러난다. 레몬과 꿀을 섞어 만든 화장수는 한 병을 만들어 두면 8개월이 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비타민이 살아 있는 천연 화장품이다. 이밖에도 그가 직접 만들어 쓰는 생필품은 10여 가지가 넘는다.

남대문이나 동대문에서 기저귀감을 사다가 잘라서 면 생리대를 만들고, 수세미는 털실로 떠서 사용한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오미자 등 과즙을 얼려서 만든다.

환경보호를 위해 설거지를 할 때도 주방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이 씨 집에는 대신 EM(Effective Microorganisms)이란 유용 미생물액제가 싱크대 위에 놓여 있다. “EM은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 수십 종을 조합, 배양한 것입니다.

이것을 쌀뜨물과 섞어 일 주일 정도 발효시키면 주방 세제는 물론 빨래 할 때도 좋습니다. 얼굴 화장을 지울 수도 있고요. 또 음식물 쓰레기에 뿌려주면 벌레가 생기거나 냄새가 나는 것을 막아줘요. 주부들에게 정말 유용한 제품이죠.”

집안만 둘러봐도 한 눈에 친 환경적 삶이 무엇인지, 단숨에 감이 잡힌다. “로하스족이 되곤 마트에 가본 적이 없어요. 생활비가 30%나 줄었죠”라며 웃는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지렁이를 이용하는 것도 꽤나 특이하다. 지렁이를 화분에 담아 기르면서 남은 음식물을 먹이로 주는 것. 지렁이가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낭비되는 음식을 줄여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한끼 식사에는 절대 네 가지 이상의 반찬을 놓지 않는다. 찌개도 일주일에 한 번만 끊인다는 게 원칙이다. 짜고 매운 찌개는 가장 처리가 곤란한 음식물에 속하기 때문이란다.

로하스를 하면 옛 조상들의 지혜를 새삼 깨닫는다. 이 씨 집에는 현대 가정의 필수품이 된 정수기가 없다. 대신 항아리 바닥에 숯을 넣어두었다. 또 황토 흙을 깔아 지장수로 만들기도 한다. 이 씨는 “언젠가 아들이 정수기에서 아래로 흘러버리는 물을 보고 아깝다고 얘기하길래 정수기를 떼내고 항아리에 물을 담았더니 물도 더 시원하고 돈도 절약돼 그때부터 애용하죠”라고 말한다.



이 씨가 로하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년 전부터다. 아들 석우가 햄버거와 치킨 등 패스트푸드를 먹고 심한 알레르기 증세를 보였다. 온 몸에 심한 두드러기가 나 병원에서 열흘이 넘게 치료를 받게 된 일을 계기로 그는 유치원 교사 생활을 접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더 이상 아이에게 아무 음식이나 먹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목하게 된 것이 자연주의 식사. 철저히 인스턴트 식품을 배제하고 유기농 채소와 곡식으로 식탁을 차렸다.

약골이라 매년 보약을 먹어야만 했던 석우는 지난해부터는 감기도 한 번 걸리지 않는 건강한 아이가 됐다. 남편도 과잉 축적됐던 살이 쏙 빠졌다. 이 씨는 아주 간단하게 오염 안 된 밥상을 차리는 것이 생태적 삶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의 몸을 마루타로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 사이 아이에 대한 교육관도 달라졌다. 지난해 석우는 대안학교에 입학했다. 일반 학교 대신 대안학교를 택한 건 지식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먼저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이 씨는 아이가 얼마 전 콩에서 애벌레가 나온 것을 보고 ‘징그럽다’고 피하기는커녕 키우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참 뿌듯했다고 말했다.

로하스족이 되고 나서 가족간 대화가 늘어난 것도 나름의 값진 소득이다. 예전에는 주말이면 차를 타고 멀리 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조용히 집 부근 공원이나 텃밭을 찾는다. 곤충도 채집하고 식물도 기른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단순히 바른 먹거리 공부에서 출발했던 그는 이제 베테랑 로하스족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3월부터 서울YWCA 친환경 강사로 나선 정도다. ‘꼬불이(지렁이)를 이용한 퇴비사업’ 강의를 맡아 일 주일에 한 번씩 출강한다.

그러나 쳇바?돌 듯 빠르게 반복되는 도심생활에 익숙했던 그가 처음부터 로하스 스타일에 쉽게 적응했던 건 아니었다. 콜라나 라면 등 인스턴트 먹거리에 길들여진 아이와 남편의 반발도 심했다.

심지어 현대인의 스피드한 삶을 버리고 느리게 사는 법을 익혀가느라 잘 살기를 포기한 건 아니냐는 핀잔도 들었다. 친환경적 삶을 고집하면서 겪는 불편함보다 ‘극성 떤다’는 주변의 인식이 때로는 더 견디기 힘들었단다.

“도시 안에서의 생태적 삶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별거 아니에요. 가끔 주변에서 ‘왜 그렇게 극성 떨고 사냐’는 얘기도 듣지만 그게 익숙해지면 생활 그 자체가 돼요. 조금 느리게 사는 것 뿐이죠.”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5-08-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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