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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족]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소비통해 '사회적 웰빙' 추구하는 삶


11일 오후 서울 동교동 ‘유기농녹색가게 신시’. 5평 남짓한 작은 매장 안에는 신선한 유기농 야채를 비롯해 말린 갯벌 흙을 바닷물로 걸러서 만든 칼슘 소금, 양배추와 쑥 등 천연재료로 만든 화장품, 우리밀로 만든 녹차소면 등 이채로운 친화경적 생필품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손주들을 위한 우유를 사러 연남동에서 온 송현남(52) 씨는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생해서 지난해부터 유기농 우유를 먹이기 시작했다”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믿음 때문에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유기농녹색가게 신시 기획팀 김경화 차장은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자연 환경 파괴도 줄일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이라면서 “개설 초기에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마니아 중심으로 구매가 이루어졌으나 점점 일반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로 치자면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점포이지만, 경쟁력은 그에 비견할 바 아니다. ㈜녹색세상이 운영하는 이곳은 2003년 6월 1호점을 개설한 이래, 불과 2년 여 만에 100여 곳의 지점을 낼 만큼 급성장세다.

송 씨처럼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여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로하스(LOHAS)족’이라 부른다. 미국의 내추럴마케팅연구소가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건강과 지속 성장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이란 의미로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건강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웰빙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 웰빙이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행태라면, 로하스는 지구와 환경을 먼저 고려한다는 특징이 있다.

웰빙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띤다면, ‘로하스’는 공동체와 후손을 생각하는, 한 차원 높은 소비 패턴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사회적 웰빙’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작된 로하스 붐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조짐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경우 로하스가 이미 영향력 있는 소비 트렌드로 정착된 ‘웰빙의 원조’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앞서 도입된 웰빙 개념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논의되었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는 친환경적 차원의 사회적 책임과 운동이 동반되어 로하스족은 친환경론자와 구별이 어렵다.

때문에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소비자연대 등 환경단체들의 움직임이 가장 주도적이다. 일회용품 줄이기나 장바구니 들기, 대안생리대 쓰기, 재활용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기독교여자청년회 소비자환경부 허수진 간사는 “자연을 배려하면서 천천히 살고, 소박하게 살다 보면 생활양식이 점점 친환경적인 로하스 스타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음식물쓰레기를 지렁이의 먹이로 주는 ‘지렁이 화분’을 가정과 학교, 복지관 등에 보급하고 있다.

버려지고 낭비되는 소비의 결과물인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첫 걸음이라는 게 서울기독교여자청년회의 생각이다.

로하스족을 겨냥한 관련 산업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예컨대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올해 들어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제품, 생분해가 가능한 제품 등 로하스 관련 상품들의 판매가 부쩍 늘었다.

현재 판매되는 로하스 관련 상품만 약 200여 종에 달할 정도. 특히 최근에는 세제나 비누와 같은 초기단계 상품에서 휴대폰 충전기, 유기농 속옷, 생리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조명기구, 시계 등 생활밀접형 상품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전기가 필요 없는 태양열 정원등은 하루평균 50여 개, 태양열 손목시계는 150여 개, 자가발전 손전등은 하루평균 30여 개씩 판매되고 있다. 특히 로하스 관련 상품의 대표격인 대안생리대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어난 하루 평균 600~800여 개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옥션에서 ‘자운영’ 브랜드로 천생리대를 판매하고 있는 김현수 사장은 “지난해에 판매를 시작했으나 반응이 별로 없다가, 올 들어 일회용제품의 환경파괴 문제 등 친환경 트렌드 관련 기사와 방송이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웰빙은 가고 로하스가 온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로하병?웰빙의 바통을 이을 트렌드로 안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미래상품의 특성과 기업의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협약 등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와 주요국의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로하스 상품이 미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로하스족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임원급 대상 유료정보사이트인 ‘세리 CEO(www.sericeo.org)’ 가 지난 7월 회원 407명을 대상으로 ‘나는 로하스족이다’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38.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로하스가 우리나라 정서에는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상일 연구원은 “로하스를 웰빙을 이어갈 트렌드로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한국형 소비 트렌드의 중심엔 ‘이기심’이 있다”고 지적하며 “포스트 웰빙으로 거론되는 로하스는 이타적인 소비 성향이므로 이기적인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는 경우 웰빙이 로하스로 자연스레 이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로하스 열기가 뜨거운 미국에선 자연주의 운동이 수십 년 동안 지속돼왔지만, 우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분석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측면에선 조금은 극성스러운 한국의 소비자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은 ‘내 돈’을 쓰면서도 ‘더불어’를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하는 지적이다.

로하스족을 특징짓는 12개 주요 변수 1.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한다. 2. 환경보호에 적극적이다. 3. 재생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구매한다. 4.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만든 제품에 20%의 추가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5. 주변에 친환경 제품의 기대효과를 적극 활용한다. 6. 지구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구매를 결정한다.

7. 재생가능한 원료를 이용한다. 8. 타성적 소비를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재료를 이용한 제품을 선호한다. 9. 전체 사회를 생각하는 의식있는 삶을 영위한다. 10. 지속가능한 기법으로 생산된 제품을 선호한다. 11.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생산된 제품을 선호한다. 12. 로하스 소비자의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한다.

출처: 미국 <로하스저널> 발행사 ‘Natural Business Communication’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5-08-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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