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마감 앞두고 유치전 가열…찬성·반대 둘러싼 갈등도 확산기존시설 포화 눈앞…투명한 절차에 의한 합의

['뜨거운 감자' 방폐장] 방폐장 불신해소가 최대 관건
신청마감 앞두고 유치전 가열…찬성·반대 둘러싼 갈등도 확산
기존시설 포화 눈앞…투명한 절차에 의한 합의


방폐장(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전쟁이 치열하다. 2년 전 부안 사태 때만 해도 기피 대상으로 여겼던 방폐장이 요즘 전국적으로 구애를 받고 있다. 엄청난 경제적 지원에다 방폐장에 대한 인식이 다소간 바뀐 결과다.

그렇다고 방폐장에 지지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반대 의견이 만만찮고 ‘이웃’이 ‘앙숙’이 되는 갈등 국면도 심각하다. 핵연료가 본래 ‘효용’과 ‘위험’이라는 양날의 칼을 지닌 에너지원인 만큼, 그 부산물을 처리하는 방폐장 역시 효율성과 안전성이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유치전, 경주·군산·포항 3강 구도

올 8월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20기로 여기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는 4개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중이다.

2004년 12월 기준으로 누적 발생량은 6만9,459드럼(200리터 기준)으로, 중저준위는 2008년 울진(6기) 원자력발전소부터 포화상태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사용 후 핵연료는 2016년 고리 원자력발전소부터 단계적으로 포화 추정) 방폐장 건설에 4~5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할 때 시급히 추진해야 할 상황이라는 주장은 여기서 나온다.

방폐장 문제는 에너지 동력으로 원자력을 활용하는 이상 필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2004년 12월말 기준으로 96.9%에 이르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같은 해 기준으로 원자력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14.8%에 불과하지만 국내 총 발전량의 40% 가까이를 차지, 최대 전력 공급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가스의 배출을 억제하는 기후협약 등에 따라 원자력의 비중은 점차 증대하는 양상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9위(2001년 기준)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할 경우 국가경제규모가 3분의1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지구 환경보존과 경제성장을 위해 최근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나 원자력의 이용을 확대하는 경향이다.

자원 빈국인 한국이 1978년 최초로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원자력발전소가 20기에 이르고 있는 것은 그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원자력발전소의 증대는 방폐장 설치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과기부(원자력연구소)는 1986년부터 96년까지 5회에 걸쳐 안면도, 굴업도 등 부지확보를 추진했으나 지역주민 및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실패했다.

1997년 1월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을 산업자원부로 이관한 후 사업자 주도방식으로 전환하여 전문기관의 연구(2001년 12월~2002년 12월)를 통해 영광, 울진 등 후보부지를 선정ㆍ발표(2003년 2월) 하였으나 역시 실패했다.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사업자 주도방식에서 ‘지자체 자율신청 방식’으로 전환, 부안군수가 단독으로 유치 신청(2003년 7월)을 해 부안군 위도를 최종 후보부지로 선정했으나 부안군 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대투쟁으로 좌초됐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방폐장 설치 문제는 2004년 12월 원자력위원회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를 분리 추진하면서 새 전기를 맞았다.

중저준위 처분장은 임시저장고의 포화 등 시급성을 감안하여 우선 추진하고,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해결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3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4월부터 희망지역에 한해 사전 부지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6월 16일 군산(비응도), 경주(봉길리), 영덕(신리), 울진군(소곡ㆍ상당리)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잠정평가하고, 8월 19일 울진(고목리ㆍ화성리), 영덕(상원리), 포항(상옥리), 삼척(이천리)을 추가로 사전 부지 적합지역으로 평가했다.

정부의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에 따르면 6월 16일 공고를 거쳐 지자체장 유치신청 접수 마감(8월 31일) →부지선정위원회 부지적합성 평가(9월 15일) →산업자원부장관 주민투표 실시 요구(9월 15일) →주민투표 실시 및 최종 후보부지 선정(11월중)의 단계로 진행된다.

8월 26일 현재 지자체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유치신청을 한 곳은 경주 군산 포항 등 3곳이고 울진 영덕 삼척은 유치동의안이 지방의회에 상정돼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부안군은 지난 23일 유치신청서를 냈으나 유치신청의 필수요건인 의회동의서에 의장의 직인이 없어 반려됐다.

유치전 양상은 지난 16일 유치신청서를 산자부에 가장 먼저 제출한 경주시와 군산, 포항 등이 3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울진 영덕 삼척이 혼전을 벌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지원으로 낙후된 지역경제에 큰 도움

지자체가 방폐장 유치에 적극 뛰어든 데는 지역 발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방폐장 유치지역에는 특별지원금 3,000억원 외에 연간 85억원의 (방사성폐기물) 반입수수료가 지원된다.

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이전하게 돼 본사 인원 약 900명이 옮겨감에 따라 연간 100억원의 소비와 연평균 42억원의 지방세수 증대가 예상된다. 재정 상황이 열악하고 낙후된 지자체 입장에서는 적극 나설만한 상당한 인센티브인 셈이다.

정부는 올해 말 후보부지가 선정되면 2008년 말에 방폐장을 준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안이 원안대로 진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후보부지를 둘러싼 지역 안팎의 갈등이 증폭, 제2의 부안사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유치 신청서를 낸 경주의 경우 이 지역 교수와 문화예술인, 사회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경주를 사랑하는 일백인 서명자 일동'이 방폐장 유치 반대입장을 밝힌 데다 이웃 울산시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산은 지난달 18일 시의회에서 방폐장 유치동의안에 대해 찬성 18, 반대 8로 가결시켰지만, 인근 서천군의 반대가 확산되면서 지역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삼척 포항 울진 등에서도 찬반 양측 간 성명전이 난무하고, 일부 지역에선 단식농성 등 극단적 시위양상까지 불거져 후유증이 극도로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역 갈등에 대해 묘책이 없다는데 있다. 산업자원부 조석 원전기획단장은 “찬반 양측의 시각차를 좁히는 게 쉽지 않다”면서 “특별법(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를 경우 방폐장 설치지역의 5㎞내에 위치하는 지역에 한해 지원을 할 수 있게 돼 있어 여기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반발할 여지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지역갈등이 심화되는 데는 특정 지역이 경제 혜택을 독점하는데 대한 불만과 방폐장 설치에 따른 지역 피해의식도 작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 이상훈 정책실장은 “원자력에 절대적 안전성은 없다”면서 “정부의 방폐장 설치 과정에서 나타난 절차적 비민주성, 불투명성은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석 원전기획단장은 “중저준위 처분장은 연간 방사선량이 X선 촬영시 방사선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면서 “국제적으로도 안전하다는 것은 1959년 영국의 드릭 처분장 이후 33개국 70여 곳에서 운영되면서 경험적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국내 방폐장은 3중으로 된 차단 벽을 설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다고 강조했다.

조 단장은 과정의 공정성과 관련, “부안 사태 이후 방폐장 설치에 주민이 직접 참여토록 해 절차적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문가로 ‘핵폐기장 뒤집어보기’(삼성경제연구소 출간)를 펴낸 조성경 명지대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핵폐기장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적 안전만으로 말할 수 없는 심리적, 사회문화적 부담이 있다”면서 “방폐장을 어느 곳에 유치하느냐 보다 지역ㆍ주민 갈등까지 해결할 수 있는 복합도시 건설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폐기물 줄이는 기술개발 절실"

방폐장의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게 중론이다. 이상훈 정책실장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중인 현실에서 방폐장은 불가피하다”면서 “정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서두르기보다는 좀 더 토론과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성경 교수도 “에너지 자원이 없는 우리 현실에서 원자력 발전은 당분간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임시저장소를 증설하기보다는 방폐장을 만들어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추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폐장 설치도 중요하지만 방사성 폐기물을 줄이는 기술 엔였?많웰엿酉쩜?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원전 기술은 정부가 20년 가까이 원자력 정책을 추진하면서 세계적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수원의 조경래 과장은 “지금도 원자력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며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방사성 유리화 기술’은 방사성 폐기물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로 1~2년 안에 실용화할 경우 원전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의 양적인 한계와 온실가스로 인한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원자력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캐나다, 호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원자력에 소극적이지만 미국이 다시 원자력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프랑스와 일본은 각각 전력의 약 80%, 35%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남미 등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국가들은 원자력에 가장 적극적이다.

정부는 앞으로 2015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10기까지 증설할 계획이어서 방폐장 문제는 언제든 재론될 가능성이 높다. 환경단체는 벌써부터 반대하고 있다.

원자력 활용도가 높은 선진국들이 초기에 논란이 있었지만 우리와 같이 엄청난 국력 낭비를 하지 않은 것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다. 올해 말에 방폐장 후보부지를 선정하려고 하는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인터뷰-조석 산자부 원전기획단장>

"3중 다중방식으로 안정성 확신"

- 정부가 방폐장 설치를 조급하게 서두른다는 지적이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은 2008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르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반핵단체의 목소리도 경청하지만 말없는 다수 국민의 입장도 중요하다. 방폐장 설치는 원전을 활용한 우리 세대가 후손에 대해 지고있는 책무다.

-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해 여전히 불신이 있는데.

▲이번에 설치하는 방폐장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40년 이상 안전성이 입증됐고, 설치면에서 3중 다중 방식을 채택해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 방폐장 부지선정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부지선정을 위한 조사는 지난 19년간 중장기적으로 해왔고 지역민의 참여를 전제로 부지선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졸속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 부지선정 과정이 반대 의견이 배제된 비민주적, 불투명한 절차라고 하는데.

▲반대 견해를 가진 지역민이나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토론회 때 참여해 의견을 밝혀달라고 했으나 반대측에서는 설명회조차 방해했다. 정부는 언제든 반대측과 토론할 용의가 있고 합리적인 비판은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인터뷰-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대체 신생에너지 연구에 주력해야"

- 방폐장 설치에 대한 입장은.

▲원전을 궁극적으로는 줄여가야겠지만 현존하는 이상 방폐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 대안없는 비판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방폐장 문제의 핵심은 안전성이다. 시민단체는 이를 감시하고 담보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방폐장 설치 과정은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반대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안을 거부하는 것은 정부다.

- 에너지 자원이 없는 부족한 현실에서 원자력은 유용하고 방폐장 역시 필요하지 않나.

▲인정한다. 그러나 방사성 폐기물 포화시점을 오도해 방폐장을 압박한다든가 원자력이 최선이라는 인식은 문제다. 정부는 기술개발로 방사성 폐기물을 줄이고 대체 신생에너지 연구에 더 주력해야 한다.

-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

▲방폐장은 시민의 안전과 환경(생태)이 걸린 문제다. 정부가 안이하게 중저준위는 ‘별 것 아니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부지선정위원회 구성과 부지선정이 졸속으로 이뤄지는데 정부가 말하는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는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반대 의견도 수용해야 한다.

<인터뷰 – 조성경 명지대 교수>

"유치지역 복합도시 건설이 바람직"

- 방폐장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방폐장 문제의 핵심은 ‘덜 위험하고, 더 안전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정부나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 이해 관계자들이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지 말고 제 역할을 올바로 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방폐장 필요성 유무,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원전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임시저장고만으로한계가 있는 이상 방폐장은 필요하다. 제계적이고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주장은 믿어도 되지 않겠나.

- 방폐장 설치 과정에 졸속성, 비민주성 등의 시비가 있는데

▲부안 사태 이후 정부가 업그레이드 된 자세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지정한 후보부지가 최선의 지역인가에 대해서는 ‘적합성’보다는 ‘주민 수용성’에 무게를 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절차적 민주성에 대해 시비가 있다면 정부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본다.

- 방폐장 문제의 올바른 해결 방안이 있다면.

▲방폐장 문제를 어느 곳에 유치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면 이해 관계자들의 합의도 끌어내기 어렵고 갈등은 상존할 수 있다. 설치 지역 주민들은 어떤 형태든 부담을 갖는 만큼 혜택이 필요하다. 방폐장 만이 아니라 관련 연구기관이나 다른 시설들을 함께 유치해 투자 유인이 있고 편익을 공유할 수 있는 복합도시 형태로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용어 풀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원전 내의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 작업복, 기기교체 부품 등과 전국의 병원, 산업체, 연구기관에서 사용한 주사기, 시약병, 장갑 등으로 방사선의 세기가 낮은 것을 말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폐장 설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것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등을 말하며, 열 발생량과 및 방사선 세기가 높다.

*사용 후 핵연료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서 3~5년 정도 사용하고 나온 연료로 직접 처분 시에는 고준위 폐기물, 재처리 시는 에너지 자원이 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8-31 10:3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