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 공생위한 전략적 접근

[기업 사회공헌] 초일류 기업의 조건 사회공헌
기업‥사회 공생위한 전략적 접근

요즘 경제신문이나 경제 관련 인터넷 뉴스에서 유독 눈에 자주 띄는 게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소식들이다. 연말연시나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의당 등장하곤 했던 의연금이나 기부금, 또는 무슨 무슨 장학재단 설립 등과 같은 것과는 내용이 아주 다르다.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 전략과 결부된 이른바 기업 사회공헌(corporate philanthropy) 활동이 핵심이다. 기업 사회공헌은 이윤 창출의 원천인 사회에 대해 이익의 일부를 환원함으로써 기업의 도덕적 의무를 수행함과 아울러 기업과 사회의 동반 성장을 꾀한다는 데 이론적 바탕을 두고 있다.

자본주의의 메카인 미국에서 학문적 연구와 기업들의 실천이 먼저 이뤄졌는데, 국내에 도입된 것은 대략 1990년대 중반 이후다.

최근 재계에 기업 사회공헌이라는 화두가 널리 퍼져 나가는 것은 이에 대한 최고 경영자들의 공감대가 상당히 두터워졌음을 나타내는 신호다.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일부 뜻있는 기업들이나 재벌급 기업들에 국한됐던 사회공헌 활동이 중견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외국계 기업 등 전방위로 확산돼 나가는 것이 그 확실한 증거다.

학계에서도 기업 사회공헌은 주요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복지나 사회사업 전문가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경영ㆍ경제학자들도 적잖이 본격적인 연구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기업 사회공헌이 본질적으로 경영 활동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에 직·간접 도움




























전략적 사회공헌(strategic philanthropy)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개념은 기업의 사회공헌을 단순히 자선적ㆍ시혜적 차원에서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영 전략적 관점에서 투자되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사회공헌이 기업 운영에 직ㆍ간접적인 도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박종규 기업사회공헌연구소장은 “전략적 사회공헌은 기업 이미지 제고, 소비자 신뢰 구축,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관계 형성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단지 이윤 추구라는 경제적 성과 차원을 넘어 사회와 공생할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초일류기업”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공헌 전담 조직을 만들고 회사 이미지 제고를 노린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것은 이들이 과거 주먹구구식 사회공헌을 탈피해 말 그대로 전략적인 접근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직원들이 대거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땀을 흘리거나, 회사의 사업 내용과 목적에 부합하는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것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확고한 정착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는 것은 다소 섣부르다는 견해가 많다. 참여 기업 수, 활동 예산 등 양적으로는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질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상민 한양대 교수(사회학)는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져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며 “조직 전체의 합의에 의해 자발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총수 등의 지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끌려간다는 생각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불만이 흘러나오는 것도 감지된다. “회장님의 지시니까 하는 것이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라거나 “세금만 제대로 내면 됐지 뭘 또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것. 회사의 재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은 사회공헌 활동 예산을 집행하며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같은 불만은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 경영의 불가피한 요소가 아니라 불필요한 낭비라고 여기는 시각이 여전함을 반증하는 사례다.

이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만난 중소기업체 사장들이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데 어떻게 사회공헌 활동에 돈을 쓰느냐. 삼성만큼 이익이 나면 안 시켜도 할 것’이라는 말을 하더라”며 혀를 찼다.

물론 기업의 일차적인 존립 이유는 이윤과 고용, 부가∞÷?창출?있다. 그러나 갈수록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사회공헌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지닐 뿐더러, 소액이라도 쓰는 법을 배워 놓아야 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공헌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내면화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의지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우수 인력이 자원할 수 있도록 전담 조직의 위상을 높이고, 아울러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기획ㆍ집행ㆍ평가 능력을 배양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익사업 컨설팅 업체 ‘도움과 나눔’의 이원규 이사는 “전문적인 노하우를 지닌 비영리단체에 예산을 맡기고 이들로 하여금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적으로 펼치도록 하는 것도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 비용은 적잖이 나가는데 효과가 없다고 탄식하는 기업들이 귀 기울일 만한 대목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9-07 16:08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