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 제고·고객만족 '윈윈전략' 인식, 문화인프라 조성 큰 힘

[기업 사회공헌] 문화강국 디딤돌 '메세나' 활기
기업 이미지 제고·고객만족 '윈윈전략' 인식, 문화인프라 조성 큰 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활동이나 지원자를 뜻하는 말로,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였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가 당대 예술가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의 예술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한 데서 유래한 이것은 무엇일까요?’

2~3년 전, 각 TV방송의 퀴즈 프로그램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을 무렵 한 프로그램에서 출제됐던 문제다. 정답은 메세나(mecenat)다.

요즘은 기업들의 이 활동이 두드러져 웬만한 사람들도 맞출법한 문제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최고 난이도의 문제로 분류될 정도로 메세나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기업들의 지원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메세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상승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이 지난해 문화예술활동에 지원한 금액은 1,71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12.7% 늘어난 것으로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래 가장 큰 액수를 기록했다.

지원방식도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에 대한 후원보다는 자체 기획사업이나 프로그램 개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자체 기획사업은 문화예술사업을 운영하거나 사옥 등을 활용한 자체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에 대한 지원금액(2003년 기준)은 68억원인데 반해 자체기획사업으로 지출한 비용은 1,200여 억원에 이른다.

기업 메세나 활동, 지역사회로 확장

이처럼 지원 규모가 커진 데에는 문화예술산업에 대한 기업의 지원이 고객만족, 사회공헌, 기업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져 지역사회와 기업이 윈윈(winw-win)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차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업 메세나 활동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실제로 이 같은 현상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보고서는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지역사회로 그 활동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윈윈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지역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 아래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과 밀착된 문화 인프라 조성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문화인프라 조성과 관련된 성공적 사례로는 2000년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 지어져 삭막한 도심을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를 탈바꿈하게 한 LG아트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공연장은 4월에 100만명 관객을 돌파하고 평균 80%의 매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근의 포스코센터 역시 1999년 밀레니엄 제야 음악회를 시작으로 매월 전통음악과 뮤지컬 등의 정기음악회를 열고 있고, 포스코는 포항(효자 아트홀, 포스코 갤러리)과 광양(백운 아트홀) 등 제철소가 위치한 곳에 전문 공연장과 문화시설을 설치해 문화생활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 받던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지역민들에게 친근감 있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은 물론이다.























기업들의 메세나 사업들이 공연예술, 미술, 전시 등으로 몰렸던 것에서 벗어나 문화 인프라 구축에 보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돈이 더 들더라도 유명 건축물을 남길 수 있어 기업이미지 개선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예술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일 경우 큰 재난이 없는 한 역사적 명소로 길이 남게 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유리한 측면이 많다.

이 외에도 기업들은 지역 축제에 메세나 사업을 연계하는 등 새로운 지원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매실 음료 제조업체인 웅진식품이 매년 봄 섬진강변에서 열리는 매화축제를 지원한 예가 대표적이다.

웅진식품은 2003년 매실을 세계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광양시와 공동으로 매실 세계기획단을 설립, 2004년에는 매화축제를 지원하는가 하면 매화축제, 매실국제학술심포지엄 등옜??기업 메세나 활동 영역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협력관계는 지난 한 해로 끝나 보다 한편에서는 치밀한 지원 계획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선진국이 문화산업을 향후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삼고 그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문화예술이 다른 산업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면서 경제와 국가 발전의 중요한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식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메세나 활동으로 문화강국, 경제강국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자 기대다.
[인터뷰] 박찬 한국 메세나 협의회 사무 처장
"문화분야에 대한 개인기부 확산돼야"

최근에서야 기업 메세나 활동과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빈번해져 ‘메세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이 그렇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의 1967년, 일본의 1991년에 비하면 늦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을 체계화 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기업들간에 형성돼 한국메세나협의회(mecenat.or.kr)가 발족했다.

2003년 7월 ‘한국의 마니케나스’로 불리는 고 박용성 금호아시아나그룸 명예회장과 함께 협회에 발을 들인 뒤 지금껏 활발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는 박찬(37) 사무처장을 만나 한국의 메세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협회 회원사는 현재 197개사, 사업비는 연 70여억원에 이른다.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게임에 매달리고 누드 채팅까지 하는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시나 소설을 좋아할까요.” 박 처장은 아이들이 컴퓨터에만 매달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순수문화, 기초예술에 대한 관심의 부족이 빚은 결과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분에서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기업들의 활발한 메세나 활동이 문화와 기초예술에 활기를 불어넣고 사회 전반의 메마른 정서를 다시 촉촉하게 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입니다”라고 덧붙였다.

2년 전에 비해 자금 규모 기준 10배 이상의 사업을 펼치며 최근 2년간 협회를 성장기 궤도에 올려놓은 박 처장은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이 두드러지고는 있어 상황은 호전되고 있다면서도 선진국과 턱없이 벌어진 지도층의 낮은 의식 수준을 염려했다.

“기초예술을 살리자거나,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강화하자는 얘기만 나오면 ‘현안이 아니다’며 일축해버리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원, 그것도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입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행태를 보면 절대적인 현안이죠.”

그는 일반인들의 문화에 대한 의식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았다. “재력가 혹은 행상 할머니가 장사로 평생동안 모은 돈을 학교나 종교단체에 쾌척했다는 얘기는 있지만 문화와 관련한 단체에 기부했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문화향유가 배부른 자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사업 못지않게 문화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메세나 활동 비용의 95%가 개인의 기부금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개인 기부에 의한 메세나 활동이 전무한 우리나라에서 본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협회는 현재 문화소외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체험, 전국 200여 보육원의 8,000여 고아들을 위한 음악회,

국민사랑 건강사랑 콘서트 등 수 많은 사업을 벌이는 이외에도 보다 많은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1사 1문화단체 자매결연운동’ 등 새로운 사업들도 추진하고 있다.


정민승기자


입력시간 : 2005-09-07 16:32


정민승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