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석구석 어두운 곳 밝히는 등불

[기업 사회공헌] 기업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사회 구석구석 어두운 곳 밝히는 등불

최근 사회공헌 활동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꽤 많아지고 있다. 사회공헌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인식이 경영자들 사이에 서서히 뿌리 내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반가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게도 고민은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로 방침은 정했지만 정작 그 내용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하는 대목에서는 아직 서툰 점이 많은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계의 사회공헌 활동 역사가 일천한 까닭도 있지만, 명확한 자기 철학이 결여된 채 우선 하고 보자는 식으로 나선 탓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회공헌의 범례로 꼽는 기업들의 활동은 타 기업들에게 하나의 방향타가 될 만하다. 나름의 특징과 시사점을 지닌 몇몇 기업의 사회공헌 사례를 살펴 본다.(가나다 순)

삼성그룹

6개 재단 통해 활발한 활동

국내 최대 기업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하는 예산의 규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엄청나다. 올해 대략 5,000억원 안팎의 비용을 집행할 계획인데, 이는 나름대로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고 하는 다른 기업들의 10배를 상회하는 액수다.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은 크게 문화, 복지, 호암재단 등 산하 6개 재단을 통해 펼치는 고유 목적의 사업과 계열사 별로 실시하는 ‘대표 공헌 활동’의 두 갈래로 나뉜다.

대표 공헌 활동은 각 계열사의 사업 내용과 연관성을 가진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이뤄지는데, 삼성전자는 컴퓨터 무료 교육, 삼성SDI는 무료 개안 수술, 삼성증권은 청소년 증권ㆍ경제 교육을 하는 식이다.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도 상시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헌혈 캠페인, 연말 불우이웃 돕기 등 4대 이벤트는 임직원들을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끄는 촉매제다.

자원봉사에 소요된 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하거나 자원봉사 활동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도 눈에 띈다.

이밖에 “빈곤층 대물림의 고리를 끊기 위해 그들의 자녀를 맡아 양질의 보육을 시키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경제 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1989년 시작한 삼성어린이집 사업은 그룹의 대표 공헌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어린이집은 2004년 기준 전국 39개소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약 420여명의 보육 교사가 3,80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우림건설

사회적 약자계층 지원에 앞장

건설업계에서 문화예술 지원(메세나) 으뜸 기업으로 통하는 우림건설은 중견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는 회사다. ‘사람 사랑, 문화 사랑’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우림의 사회공헌 활동은 그 내용에서도 두 가지 지향점을 잘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동,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인간 사랑의 가치를 드높이는가 하면, 전통문화ㆍ기초예술 지원과 새로운 공연장 문화 창출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 프로그램으로는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와 공동으로 실시 중인 빈곤층 아동 문화 나눔 사업과 한국여성재단과 함께 펼치는 여성 장학 사업 등이 눈길을 끈다. 남도 민요 등 전통문화와 연극 등 기초예술에 대한 후원 활동, 국내 최초의 쇼뮤지컬 전용관 건립 등을 통한 공연문화 진작도 우림의 독특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유한킴벌리

산림보전·환경보호에 큰 공헌

공익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진 유한킴벌리는 오래 전부터 사회공헌이 경영 방침으로 확립돼 있는 회사다. 또한 이 회사가 1984년부터 꾸준히 펼치고 있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국내 기업 사회공헌 활동 역사에서 하나의 획을 그은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그 동안 유한킴벌리는 나무 심기, 숲 가꾸기, 청소년 교육, 출판, 연구ㆍ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이를 통해 산림 보전과 환경 보호에 일익을 담당했다.

뿐만 아니라 1998년 ‘생명의 숲’, ‘동북아산림포럼’, 1999년 ‘학교 숲 조성운동’, ‘평화의 숲’, 2000년 ‘National Trust, 자연신탁운동’, 2002년 ‘서울그린트러스트’ 등 시민 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함으로써, 숲과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임직원들의 숲 사랑은 완전히 일상화돼 있다. 신입 사원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숲 가꾸기, 나무 심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기존 사원들도 각종 자원봉사를 통해 숲의 중요성과 가치를 늘 되새기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한킴벌리 임직원 전체가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자연스레 이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랜드

북한 주민 돕기 확대

패션유통 전문기업 이랜드는 2002년 말 기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런 방침 아래 2003년에 128억원, 2004년에는 125억원을 집행한 데 이어, 올해는 총 118억원 정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돈은 ‘이랜드 복지재단’과 ‘재단법인 이랜드’, ‘사단법인 아시안미션’ 등을 통해 사회복지 기관과 시설을 지원하거나 북한 주민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는 의류를 비롯한 각종 물품뿐 아니라 의료기기와 식량을 보내고 있으며, 평양 구빈리 젖소목장을 통해서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공급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랜드의 사회공헌 활동 중 첫 머리에 오는 것은 생명ㆍ건강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절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생명과 건강은 모두 관심의 대상이다. 북한 주민뿐 아니라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제3세계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것도 그런 철학에서 나온 활동들이다. 이랜드는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모잠비크 등의 나라에서는 교육 시설을 지어주는 일도 벌이고 있다.

태평양

여성 건강 위한 의미있는 사업

태평양 국제결혼 이주여성지원 사업

여성에게 받은 사랑을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갚자는 게 태평양의 사회공헌 활동 요지다. 이는 태평양이 꼭 해야 할 일, 또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연결된다.

활동 분야는 여성 건강 지킴이 활동에서부터 모자 가정의 자립 지원, 국제결혼 이주 여성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한국유방건강재단과 함께 벌이고 있는 핑크리본 캠페인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 캠페인은 여성들에게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또한 여성들이 유방암으로부터 받는 고통과 희생을 줄이기 위한 운동이다.

태평양이 전액을 출연해 2000년에 설립한 한국유방건강재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유방암 전문 비영리 공익재단으로, 유방암 건강 강좌, 유방암 무료 검진, 저소득층 환자 무료 수술 지원, 유방암 환자들의 모임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화그룹

빈곤층 주거환경 개선에 직접 참여

한화 사랑의 집수리

한화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2002년부터 봉사단을 조직해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공헌 기금 조성의 한 방법으로 요즘 각광 받고 있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제도를 도입한 한화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기부에 대해 동일한 액수가 아닌 150%의 액수를 들여 사회공헌 기금을 만들고 있다.

매년 조성되는 금액은 약 35억원에 달하며, 이 기금은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전액 사용되고 있다.

한화의 사회공헌 활동은 임직원들의 재정적 기부와 함께 자원봉사 직접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빈곤층 주거 환경 개선을 도와주자는 취지로 2002년 시작한 사랑의 집수리 사업은 지금까지 500여 가구에 혜택을 주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사업도 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알리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한 ‘백수 기 살리기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이 프로젝트는 취업에 필요한 기술과 진로 선택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유도, 교육생들이 수료 후 7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한 기부 문화의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疋佯炷? 야후와 공동으로 개설한 ‘나누리(理)’ 사이트도 기부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지난 8월 문을 연 이후 ‘나누리’가 1개월도 채 안돼 모금한 돈은 5,000만원이 넘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9-07 17:09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