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양궁·탁구 등 세계 최강, 문화·예술계는 한류의 중심

[커버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女風의 힘
골프·양궁·탁구 등 세계 최강, 문화·예술계는 한류의 중심

스포츠 문화 예술 분야로 눈을 돌려도 여성들의 삶의 변화는 두드러진다. 여성 파워의 뿌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이들 분야에서의 여성파워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먼저 스포츠 분야. 여성 스포츠계의 중심에는 골프가 있다. 필드의 ‘미다스’ 박세리가 1998년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메이저대회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컵을 차지한 것을 필두로 2004년에는 ‘버디퀸’ 박지은이 세계 메이저 대회인 ‘그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필드의 여풍(女風)은 그 어느 분야보다 드세다.

이 외에도 ‘슈퍼 땅콩’ 김미현, ‘천재 골퍼’ 위성미 등 한국 낭군들이 LPGA 투어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며 한국 여성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들의 활약과 관련, LPGA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여성 골퍼들이 한국의 민족주의와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스탠퍼드대학교 인류학과의 한 박사논문에서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위성미의 활약도 기대되는 만큼 필드에서의 한국 여풍은 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사각의 링서 떨친 태극낭자의 투혼

금녀(禁女)의 스포츠로 인식되던 권투에서의 여풍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골프가 주로 세계 무대에서 국위를 선양하며 한국 여성의 지위를 고양시키고 있다면 권투는 국내의 여권 신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9월 미국의 칼라 윌콕스를 KO로 끌어내리고 세계챔피언에 올랐던 이인영과, 세계 최연소로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김주희(19)가 그 주인공이다.

우선 김주희는 지난해 12월 멜리사 셰이퍼(26)와의 주니어 플라이급 챔피언결정전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3-0)을 거뒀다.

지난 5월에는 수만명의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1차 방어에서 마이다 키트슈란(19ㆍ필리핀 동급랭킹 6위)을 KO로 꺾으면서 챔피언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특히 김주희는 소녀 가장으로 어려운 살림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세인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월셋방에서 모시고 수발을 들면서 남는 시간에 체육관에서 열심히 샌드백을 두들긴 것.

악착같은 성격으로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주희는 또 여자 프로 복싱 사상 최연소 세계 통합 챔피언을 노리고 있다.

챔피언에 오른 뒤 기한 내 의무적으로 치르게 돼 있는 방어전을 치르지 않아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하기는 했지만, 이인영이 한국의 권투사(史)에 남긴 ‘최초의 세계 챔피언’이라는 흔적도 빠뜨릴 수 없다.

이에 앞서 해방 후 한국의 첫 올림픽 여성 메달리스트로 기록된 이에리사(51)는 스포츠 부분에서 여성의 지위를 확장한 대모로 꼽힌다.

1973년 세계 탁구 선수권 여자 단체전에서 세계 핑퐁 테이블을 평정했던 그는 그 후 독일에서 프로 선수로, 은퇴 후에는 대학 강단, 탁구 국가 대표팀 감독 등을 거쳐 지난 봄에는 태극전사의 요람인 태릉선수촌 수장에 오르기도 했다. 1966년 개촌 이후 여성이 선수촌장을 맡기는 처음이다.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브리슨은 스포츠가 여성에 대한 권위를 나타내는 남성 헤게모니를 생산해 남성이 여성의 지위 불평등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고 보았지만, 더 이상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오늘날 스포츠계의 현실이다.

가요계·영화계서 두드러진 활약

문화예술계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다. 13세의 나이로 2000년 연예계에 데뷔한 보아(BoA)가 대표적이다.

천재적인 음악성과 가창력, 출중한 외모와 춤 실력 그리고 영어 일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그는 데뷔 때부터 국내 무대와 일본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일본, 중국, 홍콩 등의 아시아로 활동반경을 넓힌 보아는 일본의 오리콘차트를 비롯한 각종 음악차트 1위를 휩쓸었고 프랑스 ‘르 몽드’,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 등에 ‘아시아의 스타’로 보도되기도 했다.

여성들은 영화계에서도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여성 3인방’으로 일컬어지는 심재명(명필름), 김미희(좋은영화), 오정완 대표(봄)가 강력한 여성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심 대표는 1995년 남편 이은 감독과 함께 영화기획사 명필름을 세워 ‘접속’, ‘공동경비구역JSA’, ‘바람난 가족’ 등을 제작해 흥행에 성공했고, 1998년 좋은 영화를 설립한 김미희 대표는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밀애’ 등을 제작했다.

영화사 봄을 설립한 오정완 대표는 창립 작품인 ‘반칙 왕’에 이어 ‘장화, 홍련’, ‘4인용 식탁’, ‘스캔들’ 등의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남성 중심의 충무로판에서 여성의 시각을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들은 상업적인 면에서도 성공함으로써 한국영화계의 큰손으로 성장했다.

이 외에도 연극, 뮤지컬 제작자 겸 연출자이면서 종합예술 월간지 ‘객석’의 발행인인 윤석화는 뮤지컬배우 최정원와 함께 순수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고, 영화평론가 유지나, 연극인 손숙 박정자, 소설가 박완서 신경숙 은희경 전경린 또한 한국의 문화계를 대표하는 여성파워다.


정민승기자


입력시간 : 2005-10-06 11:47


정민승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