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군·경찰·언론계서 여성파워 드높여

[커버 스토리] 금녀의 문을 열어제친 '女星'
법조계·군·경찰·언론계서 여성파워 드높여

“더 이상 금녀(禁女)의 세계는 없다.” 오랫동안 남자들의 무대로만 여겨졌던 법조계와 군, 경찰, 언론계에 여성들의 진출과 활약이 갈수록 눈부시다.

여성 법조인

출세의 등용문 격인 사법시험의 여성 합격자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1983년 3.7%에 불과하던 사법시험의 여성 합격자는 1995년에 8.8%, 2000년 18.9%, 지난해엔 24.3%로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올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법조인 중 신임 판ㆍ검사에 임용된 여성의 비율은 44%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올해 정식 판사가 된 110명 가운데 54명이 여성으로 전체의 49%나 차지했다. 이로써 예비 판사를 포함한 전체 판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4%로 늘었다.

이처럼 여풍(女風)은 법원에서 특히 거세다. 요즘엔 사법시험과 연수원에서 여성들의 성적이 상위권을 휩쓰는 바람에 법관 임관 때 ‘여성판사 역차별론’ 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검찰에서의 여풍도 만만찮다. 올해 임용된 여검사는 지난해에 비해 10%나 증가한 36명으로 전체 신임 검사의 37%를 기록했다.

여성 변호사 수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여성변호사가 탄생한 해는 1952년으로, 고(故) 이태영 씨가 1호를 기록하고 있다. 그로부터 10년 간 여성변호사는 단 1명뿐이었다.

하지만 1988년까지 10명에 불과했던 여성변호사는 1999년에 100명을 돌파했다. 2000년 이후 여성변호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난해엔 363명이었다.

아직도 전체 법조인 1만456명 가운데 여성 법조인은 7.7%에 불과한 소수이지만 증가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최근 법조계의 여풍은 금녀의 벽만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승진 차별인 소위 ‘글래스 실링(glass ceilingㆍ유리천장)’마저 깨뜨리고 있다.

우선 노무현 정부 들어 강금실 변호사가 첫 여성 법무장관으로 발탁됨으로써 스타트를 끊었다. 사법부에서는 2003년에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여성으로는 처음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또 이영애 변호사는 여성 최초의 사법시험 수석 합격(1971년), 고법부장판사(1995년), 법원장(2004년ㆍ춘천지법원장)이라고 하는 3가지 기록을 지니고 있다. 이어 40대의 김영란 부장판사는 사법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조희진 검사는 의정부 지검 형사4부장으로 임명돼, 첫 여성 부장검사 시대를 열었다. 이후 김진숙 검사가 최초의 여성 특수부 검사로, 이지원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임명됐다.

또 강력부서에서 조직폭력을 전담하는 여검사도 탄생했다. 주인공은 수원지검 마약ㆍ조직범죄수사부의 정옥자 검사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권위와 보수로 상징되는 법조계에 불어 닥친 여풍은 해가 갈수록 태풍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대세로 굳어진 여성들의 법조계 진출 확대가 남성적 권위주의 문화가 뿌리 깊은 법조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여군

대한민국 여군은 6ㆍ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에 창설돼 올해로 55주년을 맞았다. 현재 여군에는 부사관과 장교를 합친 간부가 4,000여명으로, 이는 전체 군 간부의 2.3%다.

군은 하이테크 전에 대비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접목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여군 비율을 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 동안 여군의 발전은 남성들의 성역을 깨는 역사로 평가된다. 우선 출산이 금지됐던 여군은 1998년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그전까지 여군의 출산은 전역을 의미했다.

또한 1997년엔 공군사관학교가 사관학교 중 처음으로 여성에 문호를 개방한 이래 육ㆍ해ㆍ공 3군 사관학교가 여성 장교를 대거 배출하면서 군에도 여풍이 확연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소위 계급장을 달고 군문에 들어선 사관학교 출신 여군은 육사가 65명, 해사 42명, 공사가 68명이다. 여군사관후보생도 인기다. 4년제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여군사관후보생은 매년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여군은 창설 이후 40여년 간 ‘여군 병과’라는 단 1개의 병과에만 진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육군의 포병과 기갑, 방공 등 일부 병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병과에서 여군들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해군의 경우 2001년에는 ‘금녀의 구역’으로 인식돼 왔던 일반 함정에도 여군이 승선한 것을 비롯해 육군은 보병 소대장에서 작전ㆍ인사ㆍ보급ㆍ정보ㆍ정훈 장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출해 있다.

또한 공군에서 공사 49기인 박지원 대위는 F-15 전투기를 모는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하고 있다.

국군 사상 최초의 여성 장군은 양승숙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이다. 1973년 간호장교로 임관한 양 전 장군은 2000년에 여군으로 첫 별을 달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양 전 장군에 이어 2번째로 별을 단 여군 장성은 현역 이재순 국군간호사관학교장(준장)이다.

여경

경찰에도 여성바람은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김인옥 전 제주경찰청장이 여성 사상 처음으로 경찰의 별이자 4번째 상위 계급인 경무관에 올랐다.

김 전 청장은 1972년 여자순경 공채 1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또 총경에는 홍태옥 운전면허시험관리단 면허관리과장과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설용숙 대구지방경찰청 정보통신담당관이 있다. 1998년 여경 사상 처음으로 총경으로 승진과 첫 여성 경찰서장을 맡은 여경은 김강자 전 총경이다.

서울 종암경찰서 등에서 대대적 성매매 행위 단속으로 주목 받았던 김 전 총경은 지금은 정치인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여경은 모두 3,975명으로 이중 간부는 경무관 1명, 총경 3명을 비롯해 경정 10명, 경감 53명, 경위 301명 등 모두 368명이다.

올해로 창설 59주년을 맞는 여경은 지금까지 100여명의 여경 간부를 배출한 경찰대와 채용 목표제, 승진 목표제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매년 정원의 10%가 여성인 경찰대 출신 여경 간부들은 아직 총경까지는 배출하지 못했지만 이미 경찰 간부의 중추로 자리잡고 있다.

여성 언론인












언론계에도 여풍이 분 지 이미 오래다. 한국언론재단에 따르면 전국 302곳 언론계 종사자들은 2005년 현재 4만116명으로, 이중 여성의 종사자는 지난해에 비해 7.3% 증가한 21.6%로 총 8,653명이다.

1992년 신문사의 여기자 비율이 13.5%, 방송사가 12%였던 것에 비하면 지난 10여년 간 여성의 언론계 진출은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언론계 여기자들의 규모의 성장에 비해 아직 회사 내 주요 간부로 자리잡는 파워 형성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기자협회 따르면, 11개 중앙 종합일간지의 편집국 내 부장급 이상 여성 간부는 15명으로 전체 227명의 6.6%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직 소수이지만 여기자들의 활약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종합일간지 사장을 비롯한 주필, 편집국장 등 언론계 주요 직위에 오르는 여기자들이 줄을 이었다.

1997년 여기자 첫 종합일간지 주필과 1999년 사상 첫 여성 종합일간지 사장을 역임한 장명수 한국일보 이사를 필두로, 종합일간지 최초의 여성 편집국장이 된 이옥경 내일신문 국장과 임영숙 서울신문 주필, 권태선 한겨레 편집위원장, 홍은주 MBC 해설위원, 홍은희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 황정미 세계일보 정치부장 등이 언론계 대표적 여성파워를 형성하고 있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10-06 14:03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