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된 김치로 저가공세 이겨내야"

CJ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식품연구소 신선식품센터 김치팀의 조진숙(33) 수석 연구원으로부터 국내 명품 김치시장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국내 김치 시장의 문제점. “무차별적인 중국산 김치의 국내 유입으로 국내 김치 시장이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등의 원가부담이 높은 국내산 김치로서는 중국산 저가 김치에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저가 공세에 따른 매출 감소,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손익 부담의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김치의 생리기능성, 유산균 등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 특화된 김치, 명품김치의 개발이 시급합니다.”

한국식품연구원, CJ 식품연구소에서 10여년의 김치 연구로 잔뼈가 굵어진 조 연구원은 연구 외에도 김치 산업 전반의 상황을 폭 넓게 꿰고 있었다.

“중국산 김치는 국내 뿐만 아니라 국내 김치의 해외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내 수출 김치의 90% 이상이 집중되고 있는 일본시장에서도 그 자리를 뺏기고 있는 상황입니. 지금의 추세라면 머지 않아 일본의 김치 시장도 중국에 빼앗길 수 있습니다.”

조 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한해 동안 중국에서 들어온 김치량이 7만2,000톤에 달한다. 국내 김치 수출량 3만4,000톤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많은 것이고, 2001년에 수입된 393톤에 비하면 3년 사이에 183배가 증가한 셈이다.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산 김치는 태풍과 같은 재해로 배추 수급이 불안정할 때 일시적으로 수입되었지만, 2004년과 올해의 경우 배추 작황과 무관하게 수입되고 있고 그 물량 또한 급성장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또 문제의 심각성은 김치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김치에 대한 연구 부족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김치와 관련한 특허 건수는 1,170건에 이릅니다. 언뜻 봐서는 굉장해 보이지만, 이 중 85%가 김치냉장고, 김치용기 등 저장기술과 관련된 것들이고 김치의 생리기능성, 발효조정기술 등 진정한 의미의 김치 특허는 매우 드뭅니다.

고부가가치 김치, 명품 김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유산균과 생리기능성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올해 서른 셋의 나이에 내로라 하는 대기업의 김치 연구팀 수장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김치 전문가인 그는 또 국내 김치 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위기에 빠진 김치 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김치의 원산지를 추적,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치팀에 온 뒤 그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야는 유산균. “기능이 밝혀진 유산균보다 밝혀지지 않는 유산균이 훨씬 더 많습니다. 각 유산균들의 기능을 밝혀내 기능성 김치 가령, 항암 성분이 강화된 김치, 머리를 좋게 하는 김치 등 특정성분이 많이 함유된 김치의 등장도 머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 전통의 김치 맛은 지키면서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김치도 구상 중에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