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역할 못해 지지율 동반 하락"

정치권에서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여권에서 노심(盧心)을 헤아릴 줄 아는 몇 안되는 친노(親盧) 인사로 꼽힌다.

그런 그가 최근 여권을 향해 잇따라 포문을 열었다. 10ㆍ26 재선거 참패 이후 열린우리당에서 ‘대통령 책임론’이 제기되자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탈당하는 게 낫다”고 공박했는가 하면 “내년 2월 전당대회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전대와 관련해 ‘40대 수혈론’과 ‘제3후보론’ 등 휘발성 있는 이슈를 띄우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무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그는 참여정부의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당정 간 메신저 역할 대신 민심의 흐름에 더 귀기울이고 있다.

자치분권연구소 고문 겸 포스트서울포럼 대표로 10일에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포스트 서울 구상과 전략’이라는 포럼을 열고 ‘지방분권’전도사를 자처했다.

포럼이 끝난 뒤 김두관 특보를 전경련의 회의실에서 만나 노 대통령의 최근 심정과 향후 국정운영 등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은 어떠한가.

정부 여당에 대해 많은 섭섭함이 있더라. 터놓고 “똑바로 하라”는 얘기도 많다. 권위주의를 타파한 것과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내려오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권위주의에 익숙해 있고 대통령이 황제와 같은 지위에 있다는 이중적 생각도 엿보인다.

-민심은 대통령에게 전달하나.

보고 드린다. 그러면 대통령께서도 “참고하겠다”고 말씀하신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한국일보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초기인 2003년 3월에 71.5%의 지지도를 보였는데 10월 말 조사에서는 최저 수준인 29%의 지지도를 나타냈다. 지지도가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참여정부 초기에 기대가 높았던 것은 과거 대통령들이 상당한 정치기반, 달리 말해 우리사회를 견인한 세력이 배경이 됐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주류들의 도움없이 비주류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국민, 특히 기층민들의 기대가 컸고 그 기대치가 지지로 나타났다. 2년이 흐른 지금 뒤돌아 보면 정부여당에 대해 현안을 포함해 속도감 있고 책임감 있게 국정운영해주길 기대했는데 작년 4대 쟁점법안에서 보듯 주도성을 발휘하지 못했고 당ㆍ정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체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을 묶어서 평가하는데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을 잘 챙기지 못했고 주도하지도 못해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데 가장 큰 동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참여정부 초기나 현재, ‘경제’에 전력해줄 것을 요구한다. 당에서 조차 “당은 민생으로 가는데 대통령이 연정론 등 정치를 내세워 지지율이 떨어졌고 10ㆍ26 재선거 참패의 원인이 됐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민심을 잘 모르거나 자신의 정치철학을 너무 앞세운다는 비판이 있다.

민심 잘 안다. 정치에 올인하는 것처럼 오해가 됐는데 대통령, 총리를 포함해 각료들이 경제 현안에 대해 늘 점검한다. 하지만 경제문제는 정부에 의해서만 잘 되는 게 아니라 정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기업의 역할은 확대되는 게 추세다. 국민 경제의 기초가 탄탄하고 주가나 소비가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경제는 좋다.

사진=임재범 기자

이것이 중산층과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넉넉해지는 민생 경제로 연결돼야 하는데 잘 안돼 현장에 있는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 10ㆍ26 재선거 패배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데 당ㆍ정이 분리돼 있고 당이 선거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당에 1차 책임이 있다.

대통령의 연정론은 지역구도 극복, 양극화 해소를 위해 우리사회 전반의 의사결정구조를 고치려는 것으로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당은 대통령의 연정론과 무관하게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좋은 정책을 내놔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기자들과의 북악산 산행에서 내년 초에 미래를 위한 제안을 제시하고 사회 의사결정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진로를 밝히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구상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통령의 구상을 예단해 말할 수는 없지만 주관적인 생각을 해본다면 내년 초는 집권 5년 중에서 3년이 정리되고 4년에 접어드는 해로 참여정부 초기가 기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였다면 내년은 실천단계에 접어든다.

실천 과제는 프로그램과 관련해 향후 2년, 길게는 10년의 국정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고 민생경제는 여전한 현안이다.

사회 갈등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의사결정구조도 아직 정착되지 않았는데 이들에 대한 구상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구상) 안에는 국가권력구조를 바꾸는 문제, 개헌이라든가 선거구제가 포함돼 있겠지만 국민통합이라든가 우리 정치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서 나갈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전당대회에 대권주자인 정동영, 김근태 두 장관의 출마를 놓고 시각차가 있다. 특보의 견해는.

당이 어렵기 때문에 대리인이 아닌 당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오너)이 나와 당을 살려야 한다. 대권 주자들이 주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두 장관을 비롯해 당의 중진 등 누구든지 사즉생의 각오로 지도부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대권 주자가 당 의장이 될 경우 대선국면이 앞당겨지고 조기에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레임덕을 과거 인식으로 본 데서 나온 기우다. 과거에는 국가 공권력을 장악하고 이것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면 통치기반이 강화됐지만 (노무현)대통령께서는 처음부터 권력기관을 나눴기 때문에 대권주자가 당 의장이 되는 것을 레임덕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대권 주자들이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많이 내면 청와대와 부딪힐 수 있다. 그것은 청와대가 안고 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참여정부는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동북아경제중심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지방분권과 관련해 지방분권특별법을 만들었고 제주특별자치법을 주민자치로 통과시켰다.

행정복합도시특별법에 의거 국가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국가균형발전을 독려하고 낙후지역과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지방을 지원하고 있다.

동북아경제중심국가가 되기 위해 물류 허브와 경제자유도시를 활성화하고 외자유치를 도모하는 중이다. 이러한 현안들은 국가안보와도 관련이 있는 만큼 남북문제, 핵문제 등에도 역점을 둘 것이다.

-참여정부가 어떤 정부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라는가.

현재의 국정운영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참여정부가 끝나면 권위주의 타파, 정경유착 단절, 선거공영제 정착, 행정수도 이전을 포함한 국가균형발전 등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그 시기에 국정을 책임졌던 참여정부가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는, 그리고 미래에 국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성장동력산업을 적절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으로 남았으면 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