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음주' 확산으로 인기, 창업전 전문적 식견 갖춰야

‘병에 든 시(詩)’라는 와인은 어느덧 우리 곁에 친숙하게 파고들었다. 자연스레 와인 소비가 늘면서 와인 전문 바도 늘고 있다. 1998년만 해도 불모지에 가까웠지만 2005년 현재 주로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150여 곳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레스토랑 또는 판매 숍을 겸하는 곳까지 합치면 일일이 헤아릴 수조차 없다.

‘대화의 술’ ‘지적인 술’로서 40대 이상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인기 몰이가 시작되었지만, 요즘은 젊은 여성들이나 연인에게 특히 인기다. 느림과 휴식이라는 웰빙 바람 속에서 와인바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와인바 창업은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힘을 모아서 열거나, 와인 전문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 등에서 선도했다.

서울 청담동의 와인바 ‘베라짜노’는 와인을 마시다 의기투합한 친구 6명이 2002년 10월 공동 창업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이들은 가게 운영을 와인 전문 인터넷 사이트 ‘와인나라닷컴’(www.winenara.com)에 위탁했다. 청담동을 와인 골목으로 유명하게 만든 명소 중 하나다. 역시 청담동에 있는 ‘셀리브리떼’는 PIC코리아 차지수 사장 등 전문직 여성 3인이 2003년 6월 문을 열었다.

동호인들이 대거 뭉쳐 동아리방 성격으로 문을 연 바도 있다. 서울 신사동 와인바 ‘샤또 21’은 와인 전문 인터넷 사이트 ‘와인 21닷컴’(www.wine21.com)’80명을 주주로 2003년 12월 문을 열었다.

아담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마치 집에 와 있는 듯한 정겨운 느낌을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회원 80명이 모두 와인 애호가이자 단골 손님이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고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곳의 최성순 사장은 “와인바는 와인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며 재미있게 사업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업종”이라면서 “마니아 중심의 문화라 인적 네트워크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와인 시장은 해마다 급격하게 신장하고 있지만, 현재 영업 중인 와인바 중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드물어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는 게 현실이다.

지속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 때문에 비교적 고가로 인식되는 와인바 업계가 고전 중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워낙 와인에 대한 호감도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데다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있어, 미래 유망 창업 아이템으로는 첫 손에 꼽힌다.

와인바는 주류를 판매함에도 ‘은은한 조명, 잔잔한 음악, 격조 높은 고객들’ 같이 소위 우아한 문화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여성 창업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퇴직 후 여가를 즐기면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와인바를 창업하기 위해서는 와인 애호가들의 문화부터 차근차근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유의할 점이 많다. 와인바 성공창업의 3대 조건을 이형석 한국창업컨설팅협회 회장은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와인바는 호기심에 한 번 다녀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일행 중 와인을 아는 사람이 있어야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동호인을 중심으로 사람 관리가 필요하다.

둘째, 경험 많은 소믈리에(와인 전문가)의 영입이 관건이다. 현재 1년 미만의 단기 교육을 받은 소믈리에는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와인의 맛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베테랑은 10명 이내로 꼽힌다.

셋째, 고유한 와인리스트를 보유해야 한다. 프랑스 칠레 미국 독일 등 수천가지에 이르는 와인 전부를 구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업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와인리스트를 선정해야 유리하다.

와인바는 다른 업종에 비해 창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이다.

국내 와인바 규모를 보면 작게는 30평 이내에서부터 크게는 200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투자 비용도 2억원에서 30억원 사이로 편차가 심하다.

인테리어 비용은 평당 200만~300만원 선. 매장 규모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통상 와인바 한 곳을 열려면 5억원 이상의 비용이 예상된다.

창업컨설팅 전문 사이트인 ‘창업e닷컴’(www.changupe.com)의 이인호 소장은 “투자 비용이 커서 공동 창업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무 분담과 이익 분배 등에 관한 명확한 계획이 선행돼야 운영이 원만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또21' 최성순 대표

"편안한 분위기 연출이 운영의 포인트"

“와인바는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감각적인 여성이라면 재미있게 운영할 수 있는 업종입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샤또21’은 2003년 말 국내 최초의 회원제 와인바로 탄생했다. 1998년부터 와인 전문 인터넷 사이트 ‘와인 21’을 운영해오던 최성순(40) 대표가 회원 80명에게서 평균 300만원의 투자를 받아 오픈했다. “와인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이 저렴하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회원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회원들의 투자금 총 2억2,000여만원을 들여 35평 공간에 좌석 45개를 마련했다. 강남에 위치한 다른 와인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비용이 들어간 것은 번화가를 피해 신사동 뒷편 지하 공간에 터전을 잡았기 때문.

“사람을 모을 자신이 없다면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로 가야 하겠지만, 와인바 주주들이 바로 주 고객이기 때문에 입지 선정에 큰 제약을 받지 않았다”고 비결을 밝혔다.

대신 최 대표가 ‘샤또 21’의 운영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와인 동호인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었다.

가장 저렴한 와인의 판매가 대표적인 방안. 와인바임에도 와인 전문 할인점과 비슷하거나 10~20% 정도 비싼 가격에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병당 마개를 따는 비용인 코르크차지(corkage charge) 1만1,000원만 내면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가져와서 마셔도 된다.

특히 치즈나 샐러드 같은 기본 안주가 준비돼 있음에도 외부에서 원하는 음식을 배달해 골라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 대표는 ‘회원 사장제’도 도입했다. 말 그대로 회원 중에서 사장을 선발하는 것으로 지금은 미모의 영어 강사인 유성란(32)씨가 회원 사장직을 맡고 있다. “와인을 마시면 대화를 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와인바는 주인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술집이지만, 커피숍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와인바 운영의 매력”이라고 꼽는 최 대표는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와인 포차’를 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