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따라, 입맛따라, 골라 먹는다

현재 전국의 쌀 브랜드는 2,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 시ㆍ도별로 평균 100여 개 안팎의 쌀 상표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충남 지역에서 보유한 쌀 브랜드만도 390여 개나 되며, 전남 지역도 350여 개나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같은 원산지에서도 수십 가지 다른 이름으로 상품이 나오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지고 소비자들은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그 많은 쌀 브랜드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쌀은 어느 것일까.

유통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쌀은 경기미다. 특히 임금님에게 진상했다 하여 ‘임금님표’ 상표가 붙은 경기 이천쌀은 은백색 윤기가 흐르고 맛이 좋아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쌀로 꼽힌다.

농협 하나로마트, 까르푸, 삼성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에서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강원 ‘철원 영양쌀’이 가장 많이 팔린다. 가격은 20㎏짜리가 4만7,800원으로 가격 대비 품질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위는 ‘임금님표 이천쌀’과 ‘대왕님표 여주쌀’(20㎏ , 5만3,500원)이다. 전통적 곡창 지대인 경기 쌀에 대한 인지도가 높이 반영된 결과다.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쌀 역시 경기 ‘임금님표 이천쌀’과 강원 ‘철원 오대쌀’이다. 경기 이천쌀과 더불어 강원 철원쌀이 소비자들로부터 폭 넓은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생산지역은 가격과 더불어 소비자가 쌀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들 쌀 중 과연 가장 품질이 좋은 쌀은 어떤 것일까.

매일 대하는 쌀이지만, 답은 의외로 어렵다. 밥맛은 사람마다 다르고, 품종과 토양, 기후나 저장 상태 등 여러 요인에 의해서 영향 받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들이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10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 선택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자 2003년부터 브랜드 쌀을 평가해왔다. 올해는 각 시ㆍ도로부터 추천을 받은 71개 브랜드 쌀이 경합을 벌였다.

12개 우수 브랜드 중 전·남북 쌀이 강세

지역별로 보면 ‘12개의 우수 브랜드 쌀’에서 전남과 전북 쌀이 각각 4개와 3개가 포함돼 전체의 절반 이상을 휩쓸었고, 경기와 충북이 2개, 충남은 1개를 차지했다. 경기와 강원 철원 지역 쌀이 강세인 대형 할인점 등 유통업계의 양상과는 차이가 있다.

전남에서는 ‘사계절이 사는 집’(백수농협), ‘쌀의 보약’(수영산업), ‘한눈에 반한 쌀’(옥천농협), ‘왕건이 탐낸 쌀 골드’(남평농협) 등 4개가 우수 브랜드 쌀로 선정됐으며, 전북에서는 ‘황금벼리’(금만농협), ‘철새도래지 쌀’(제희RPC), ‘상상예찬’(공덕농협) 등 3개 브랜드가 꼽혔다. 전라도는 2개만이 우수 브랜드로 선정된 경기도를 압도하며 대표적인 고품질 쌀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에서는 ‘안성마춤쌀’(안성농협), ‘햇살드리’(조암, 팔탄농협, 수라청, 연합농협RPC), 충북은 ‘청원 생명골드’(오창농협), ‘생거 진천쌀’(진천, 덕산, 이월농협), 충남은 ‘아산 맑은 쌀’(영인농협)이 각각 뽑혔다.

지난해 뽑힌 우수 브랜드 중에선 전남 ‘한눈에 반한 쌀’과 충남 ‘아산 맑은 쌀’ 2개만이 2년 연속 선정됐을 정도로 새로운 브랜드의 도전이 거셌다.

특히 평가 첫 해인 2003년부터 3년 연속 우수 브랜드의 영광을 안은 것은 ‘한눈에 반한 쌀’ 단 1개 뿐이다.

선정 기준은 주요 미질 구성 요소인 품위(외형)-밥맛-품종 혼합비율, 소비자 만족도 등으로 4차례에 걸쳐 평가한다.

올해 가장 품질이 좋은 최우상의 영예는 충남의 ‘아산 맑은 쌀’이 차지했다. 이 쌀의 품종은 밥맛 좋기로 정평이 나 있는 새추청(추청 개량종)이다.

아산만 간척지 일대의 비옥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에서 재배되어 영양가가 높고 밥맛이 우수하다. 우수상은 ‘청원 생명 골드’ ‘사계절이 사는 집’ ‘황금벼리’ ‘철새도래지 쌀’ ‘안성마춤쌀’ 등 5개에 돌아갔다.

당도, 밥의 빛깔, 찰기 등을 따지는 맛의 평가에서는 전북 ‘황금벼리’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전남 ‘왕건이 탐낸 쌀골드’와 전북 ‘철새도래지 쌀’이 뒤를 이었다.

품위는 쌀의 겉모양을 평가한다. 색깔, 깨진 정도, 투명도 등을 따진다. 품위에서는 경기 ‘안성맞춤쌀’이 1위로 꼽혔다.

품종 혼합비율은 다른 품종의 쌀이 섞였는지 여부를 따지는 기준. 쌀은 도정과정에서 다른 종류가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 품종 비율이 높을수록 점수를 많이 받는다. 이 부문에서는 충남 ‘아산맑은쌀’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

소비자 만족도는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20~60대 90명이 향, 외관, 조직감, 맛 등을 평가했다. 전남 ‘쌀의 보약’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이번 평가 배경 및 목적은 2,000개에 가까운 다양한 브랜드 쌀이 유통되어 소비자의 구매 행태와 신뢰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쌀에 맞서 품질로 승부

이 협의회 기획연구부 이정수 부장은 “우수 브랜드로 선정된 쌀들은 생산 과정 전에 토지에서부터 품질 관리가 이뤄진 쌀들로 밥 맛은 물론 모양이나 색깔, 도정 상태 면에서 여느 쌀들과 차이를 보인다”고 쌀 선택의 기준을 제시했다. 향후 우수 브랜드 쌀에 대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사후 관리체계의 구축에도 나설 방침이다.

최근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내년부터 수입 쌀이 시중에서 유통 됨에 따라 우리 쌀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전망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수 브랜드의 힘을 키워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브랜드 쌀 평가사업에 참여한 이지현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부장은 “브랜드 쌀의 고품질화를 유도하고, 소비자의 신뢰성을 확보하여 우리쌀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통 현장의 목소리 또한 맥을 같이 한다.

이마트 홍보실 김자영 씨는 “외국산 쌀이 밀려들어온다 해도 가격보단 품질 중심의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며 “이마트에서는 품질이 뛰어난 프리미엄급 쌀을 중점적으로 취급하고 홍보 지원 강화를 통해 브랜드 파워가 구축되도록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