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으로 1등 자존심 회복"

증권업계 부동의 1위였던 대우증권은 IMF 외환위기와 1999년 대우사태에 잇달아 휘말린 이후 초유의 위상 추락을 맛봤다. 당시 수익증권 환매 사태와 대우그룹 콜 자금 지원 등으로 1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신용등급은 BBB+에서 CCC+로 하락했다.

재무구조의 악화와 함께 영업력도 크게 나빠져 시장 점유율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영업 인력과 고객의 이탈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영업 실적은 한때 업계 5위까지 주저앉았고 지난해까지도 4위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친정으로 돌아온 손복조 사장은 ‘1등 자존심 회복’이라는 분명한 경영 목표를 제시하고 전 임직원들을 한 마음으로 묶어내는 데 주력했다.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면서도 강하게 전달됐다.

취임 이틀 만에 전국 부점장 회의를 열어 ‘선택과 집중’이라는 신 경영 전략을 신속히 전파하는 한편 개인 및 조직 단위의 임무를 보다 명확하게 부여했다.

우선적 목표는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부문의 시장 지배력 강화와 IB, 트레이딩, 딜링 부문 역량 배가에 맞춰졌다. 개인 별 목표 설정, 평가 제도, 보상 원칙도 뜯어 고쳤다.

또 스피드 경영을 내세워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일상적인 결재 사항은 즉시 처리했고 영업 실적 등의 경영 정보는 거의 실시간으로 흐르도록 바꿨다.

영업 방식도 개인 중심 영업에서 팀 단위 영업으로 발전시켜 조직 전체의 영업력을 활성화했다. 열정과 도전 정신을 임직원 모두가 공유하도록 하는 조직 문화 재창조도 당연히 동반됐다.

손 사장이 속전속결 식으로 조직 내 문제를 혁파해 나가자 결실도 금세 나타났다. 우선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취임 3개월째 업계 1위로 올라섰고, 자산관리 부문도 6개월 만에 100% 신장세를 기록하며 업계 수위권으로 급상승했다.

회사채 인수, 유상증자 등 IB 주요 부문에서도 단숨에 업계 1위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결과는 놀라웠다.

순이익 업계 최고, 신용등급도 상향조정

대우증권의 영업 실적 향상은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순이익의 경우 11월 현재 2,389억원을 거둬들이며 업계 최고를 달리고 있는데, 특히 11월 순이익은 584억원으로 1999년 4월 이후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손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04년 3월말과 2005년 12월 현재의 각종 지표를 비교해 보면 대우증권이 얼마나 변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수익 점유율은 6.73%에서 9.70%로, 자산관리 잔고는 4조원에서 10조5,000억원으로, 신용등급은 BBB+에서 A로, 주가는 4,605원에서 16,550원으로 각각 올랐다.

대우증권의 이 같은 눈부신 변신은 손복조 사장의 냉철한 시장 분석과 탁월한 카리스마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손 사장은 회사의 진정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ㆍ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기본’을 중시했고, 경영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제시하는 등 업계 선두 탈환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고객의 편의와 욕구에도 세심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 변화를 놓치지 않고 기선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대형 증권사로서는 최초로 개별 종목의 리스크에 따라 차별화된 증거금을 적용하는 차등증거금 제도를 도입한 것이나, 자산관리 부문 고객들에 대한 맞춤식 상품 라인업 구성 등이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또 업계 최고 수준의 상품 개발 능력을 가동해 선박펀드, 부동산펀드 등 새로운 상품을 발 빠르게 출시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손 사장은 사업 내용과 경영 목표 재조정을 통해 회사를 크게 바꿨다. 또한 지점 한 곳, 인력 한 명 건드리지 않고 이런 성과를 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