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권 향한 용틀임 본격화…지지도 미묘한 변화

2007년 대통령 선거를 2년 가량 앞두고 수면 위와 아래에서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대선의 시금석이 될 내년 5월 지방선거가 바짝 다가온 데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2월로 예정돼 있는 까닭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는 각 당의 명운 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돼 대선주자들마다 지지세력을 넓히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대선레이스를 펼치고 있거나 앞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주자는 여야에서 줄잡아 10여명에 이른다. 여권에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이해찬 국무총리, 천정배 법무장관, 김혁규ㆍ유시민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의 3파전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무소속 고건 전 총리의 출마가 예상된다.

이명박 서울시장(왼쪽),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밖에 강금실 전 법무장관,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이 ‘제3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여야의 ‘신 40대 기수’인 우리당의 임종석ㆍ김부겸ㆍ김영춘 의원,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오세훈 전 의원 등이 후보군에 올라있다.

과연 어느 주자가 대선레이스를 완주, 2007년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인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경험법칙상 차기 대권의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 후보들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앞으로 대선까지 2년 동안 여론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변수들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에게 전혀 인식되지 않은 인물이 대권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여론조사상에 등장하는 후보들이 대권에 근접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 '청계천 효과' 이명박 약진에 주목

지난 1년 간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 있는 후보는 고건, 박근혜, 이명박,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이해찬 등 이른바 7명의 잠룡들이다.

이들과 관련한 지난 1년의 여론조사결과는 여권의 정동영ㆍ김근태 장관, 이해찬 총리의 지지율이 거의 변화가 없는 가운데 고건 전 총리의 독주 내지 고공 비행, 박근혜 대표의 선전, 이명박 시장의 급부상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청계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10월을 전후해 이 시장의 지지율이 박 대표를 앞섰고, 급기야 고 전 총리마저 제친 것이 두드러진 변화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왼쪽), 고건 전 총리













여권은 정동영 장관이 10% 안팎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김근태 장관과 이해찬 총리는 1~3%대의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올 초부터 10월 전까지 지지율에서 박근혜ㆍ이명박 후보를 10~20% 포인트 앞섰으나 10월 이후 이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해 KSOI의 12월13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23.8%로 이 시장(25.6%)에게 1년 만에 처음으로 선두자리를 내줬다.

뒤이어 박근혜 대표가 16.5%로 3위, 정동영 장관이 5.3%로 4위를 차지했다. (이해찬 3.1%, 김근태 2.3%, 손학규 1.0%)

이명박 시장은 올 초 10%대의 지지율에 머물다 청계천을 개통한 10월 전후 20%대의 지지율로 올라선 뒤 현재 고 전 총리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박 대표와의 경쟁에서도 올 상반기까지 5% 안팎으로 뒤지다 KSOI 7월 여론조사(15.1% 대 12.9%)에서 처음으로 앞선 뒤 청계천 효과가 나타난 10월 이후에는 줄곧 박 대표를 앞질렀다.

특히 KSOI 12월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 내에서 박 대표를 10% 포인트 앞섰고,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27.3% 지지율로 박 대표(23.2%)를 처음으로 제쳤다.

박근혜 대표는 10월 전만해도 한나라당 주자 중 1위를 유지했지만 이후 이 명박 시장에게 밀렸고 고 전 총리와는 5~8% 포인트의 격차로 뒤쳐져 있다.

손학규 경기지도사(왼쪽), 박근혜 한나라당대표













손학규 경기지사는 1년 내내 1% 안팎의 극히 저조한 지지율에 머물러 너무 평가절하됐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1년 간의 여론의 흐름에 근거, 차기 대선주자는 여권에서 정동영ㆍ김근태 장관,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또한 한나라당 후보가 박근혜-이명박 양강 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열린우리당은 낮은 지지율에다 당내 계파ㆍ노선 대립으로 후보군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고건 전 총리는 우리당 합류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여권, 고건 행보따라 상황 바뀔수도

여당에서는 정동영-김근태 2파전에서 정 장관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그러나 고 전 총리가 합류한다는 전제에서는 견해가 갈렸다.

리서치 앤 리서치의 김원균 사회조사본부장은 정 장관의 우세를 점쳤지만,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사회여론조사부장은 고 전 총리에 점수를 더 줬다.

한귀영 실장은 “고 전 총리가 합류하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여권 주자의 지지율이 저조해 영입 되는 경우는 지분을 갖고 합류해 최종 대선후보로 나설 수도 있지만, 단순 합류 내지 DJP(김대중+김종필)연합과 같은 형태일 경우는 정동영ㆍ김근태 장관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이해찬 총리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ㆍ이명박 두 주자 중 대선후보가 결정된다고 할 때 본선 경쟁력에서는 이 시장이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귀영 실장은 “두 사람의 지지분포를 분석하면 박 대표가 한나라당 지지층과 영남에 국한된 반면 이 시장은 충청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고 20~30대 젊은 층은 물론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도 지지율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지연 부장은 “상대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박근혜-이명박의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고건 현상(신드롬)’실체론과 거품론이 맞섰다. 김지연 부장은 “고건 전 총리는 확실한 지역(호남)기반을 갖고 있고, 전 계층ㆍ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며 “대선에 즈음 해 지지율에 차이를 보일지라도 거품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대표는 “고건 지지율의 배경이 되는 ‘안정적 관리자’라는 인상은 다분히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여권의 낮은 지지율에 따른 반사 효과 측면이 있다”며 고 전 총리의 지지율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7명의 잠룡들 외에 ‘제3 후보’가 여야의 대선 후보로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덕영 대표와 한귀영 실장이 낮게 본 반면, 김지연 본부장과 리서치 앤 리서치의 김원균 사회조사본부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한귀영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만해도 지난 대선 2년 전인 2000년12월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1%대의 변방 주자에 불과했지만 5공 청문회 스타를 거치는 등 10년 이상 국민에게 인식돼온 예비후보였다”면서 “국민에게 어필되지 않은 인물이 제3 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반면 김원균 본부장은 “여권 주자들의 지지도가 현재처럼 형편없이 낮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제3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연 부장도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정치권이 아닌 신선한 인물로 강금실 전 장관이나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3후보·정계개편 등이 변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차기 대선의 최대 변수로 ‘정계 개편’을 꼽았다.

김덕영 대표는 “여권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쉽게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볼 때 어떤 형태로든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선구도는 새롭게 짜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연 부장도 “역대 대선에서 불리한 대선판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계속돼왔고 현재 여권은 그러한 유혹을 받을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김원균 본부장은 “특히 고건 전 총리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거품이 아닌 이상 그가 어느 당, 또는 어느 후보와 손을 잡을 것인가에 따라 대선 판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귀영 실장은 “정계개편이 중요한 변수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에 따라 여당과 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달라지고 정계개편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다음 대선에서는 지역주의가 약화되는 반면 세대ㆍ이념 갈등이 첨예화해 이것이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선 2년 전' 2000년 여론조사

노무현, 1% 지지율로 2년 뒤 당선

지금처럼 대통령 선거를 2년 앞둔 2000년 12월, 16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차기 주자들에 대한 선호도는 어땠을까.

당시는 이인제ㆍ이회창 대세론이 압도적이었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 조사결과 2000년 1~7월 정치인 선호도 1~3위는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민주당 김민석 의원 순이었다.

노 대통령은 그 해 4월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노사모’ 탄생 등으로 지지층이 모이면서 8월에야 선호도 7.6%로 3위에 올랐다.

대선 2년 전인 12월 조사에서는 이 총재가 13.4%로 선호도 1위를 차지했고, 이 최고위원이 11.5%로 2위,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1.3%로 3위를 기록했다.

당시 정몽준 무소속 의원이 1.2%로 4위, 고건 서울시장이 1.1%로 5위를 차지했고, 김근태ㆍ정동영 최고위원은 0.3%로 공동 6위에 그쳤다.

각 당별 조사에서는 이인제 최고가 24.8%로 1위, 노무현 장관이 15.0%로 2위, 고건 시장이 13.2%로 3위를 달렸다. 당시 ‘권노갑 퇴진운동’에 앞장섰던 정동영 최고는 10.0%로 2, 3위를 추격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총재가 39.2%로 독주를 하는 가운데 박근혜 부총재가 13.2%로 2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은 대선 1년 전인 2001년 11월 조사에서도 선호도 4.4%로 이회창(24.0%), 이인제(14.4%)씨에 크게 못 미치는 3위였지만 2002년 3월 민주당 대선 후보 국민경선을 계기로 급상승해 최고 60.5%(중앙일보 4월 조사)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결국 2002년 대선에서는 2년 전 1% 대의 미미한 선호도를 보인 노무현 후보가 같은 시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던 이회창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현재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큰 차이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여권 주자들이 2년 뒤 대권 경쟁에서 노 대통령과 같은 역전극을 펼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