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 교수가 분석한 지지·반대 집단에 비친 상반된 이미지

참여정부 출범 한달 후인 2003년 3월,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무려 75.1%에 달했다.

그러나 취임 6개월 뒤에 40.9%로 하락하더니 1년 만에 반토막인 37.7%로 떨어졌다. 12월 현재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고작 25~30% 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은 왜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현재 실망하고 있는 것일까. 비단 노 대통령 뿐만 아니라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초기 80~90% 대의 지지도를 보이다가 말년에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이상적 대통령’과 ‘현실적 대통령’사이에서 오는 괴리감, 즉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지도(the geography of mind)’의 변화(반대 집단의 확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한데 모아 완성된 ‘마음의 지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개혁 연출가’로 받아들여지지만 반대자들에게는 ‘좌충우돌 독불장군’이미지로 비쳐진다는 분석이다.

지지층에선 노 대통령과 도올 김용옥을 비슷한 이미지로 보는 반면, 반대층에선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대뽀’역을 맡았던 배우 유오성과 비슷하다고 본다는 것.

그렇다면 2007년 대선에서 국민은 어느 후보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현재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여야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것이 차기 대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마음의 지도를 이용하면 어떤 정치인이 대한민국이 생각하는 미래의 이상적인 대통령에 근접해 있는가,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대통령으로 당선된 정치인이 어떤 이유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2002년부터 3년 동안 국민들의 정치인과 대통령에 관한 속마음을 심리학적으로 심층 분석하였고, 그 결과를 담아 최근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김영사)이라는 책을 펴냈다.

황 교수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고건, 이명박, 박근혜,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이해찬, 강금실 등 8명을 선정, 이들의 이미지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으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통령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 그리고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그들의 이미지를 변화시켜나가야 하는가 등을 해부했다.

이미지 반사 효과의 수혜자, 고건과 이명박

고건 전 총리와 이명박 서울시장은 노무현 대통령 이미지 반사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 1위라는 ‘고건 현상’과 이 시장의 ‘청계천 특수’는 그들 이미지의 본질이 아니라 노 대통령에게서 기대하는 혹은 현실의 대통령이 가지지 못한 이미지를 원하는 국민의 욕구가 두 사람에게 투사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지금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면 두 사람의 인기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 전 총리는 ‘안정적 관리자’와 ‘욕망의 구세대 정치인’이라는 이질적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일수록 고 전 총리에게서 안정감을 느끼지만 반대층에선 일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생색만 내고 자기 관리에 강한, 출세욕 강한 샐러리맨을 연상한다.

지지층에선 황희 정승이나 일본의 전형적 총리를, 반대층에선 장쩌민이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대하 드라마 ‘토지’의 조준구를 떠올렸다.

이 시장은 강력한 추진력 혹은 특유의 불도저 스타일로 ‘CEO형 장군’과 ‘폭주 증기기관차’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위기상황을 돌파하거나 현실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확고한 이미지가 존재하는 반면 독선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미를 못 느끼게 하는 약점도 있다. 지지층은 일본 통일을 이룬 오다 노부나가, ‘용의 눈물’의 배우 유동근 같은 인물로, 반대층에선 구시대적인 고문 수사도 마다하지 않는 ‘살인의 추억’의 형사 송강호 형(型)으로 본다.

이미지 정치인, 박근혜와 정동영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우아하고 단아한 ‘조신한 양갓집 딸’ 이미지다. 노 대통령이 ‘잡초 같은 영업팀장’ 이미지라면 노 대통령에 대한 혐오가 클수록 박 대표에 대한 호감이 커진다.

그래서 ‘박풍(朴風)‘의 유효기간은 노 대통령에 달려있다. 리더라는 느낌보다는 팀장처럼 느껴진다.

지지층들은 박 대표에게서 성공한 여성 CEO, 웰빙형 인간, 또는 성공한 멋진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반대층은 대하 소설 ‘토지’의 서희와 같이 재기를 노리는 재벌가 자손이나 몰락한 황손의 모습으로 느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전문적이고 깨끗한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의 이미지지만 정치 입문 10년이 넘은 당 대표급의 인물임에도 여전히 ‘신인’으로 본다.

이미지 정치로 부상했지만 지금은 그 덫에 걸린 양상이다. 유사한 인물로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나 배우 장동건 등이 꼽힌다.

영웅정치를 이미지 정치로 바꿔놨지만 애증을 가진 마니아층이 없는 게 한계다.

전문가의 비극, 김근태와 손학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신있는 잠룡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노 대통령의 아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회 참여 성직자’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미국의 소비자운동가 랄프 네이더나 최일도 목사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반대층에서는 내용없이 세력화에 매달리는 패거리의 보스로 보며, 나쁜 의미의 386 의원들을 떠올렸다.

대중들에게 선명한 이미지가 없어 현실적 영웅 이미지 또는 ‘별종의 정치인’ 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경제를 중시하고 행정과 경영능력을 갖춘 CEO형 정치인으로 어필하려다 보니 과거의 민주화 운동 이미지를 다 잃어 버렸다.

일은 잘 하고 문제 해결 능력은 있지만 결정자가 아니라 조정자라는 이미지다. 지지층에서조차 일 잘하는 총리라는 느낌이 강했고,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나 5공 때 남덕우 부총리, 6공의 김종인 경제수석을 연상했다.

반대층에서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고 우유부단한 눈치꾸러기 대기업 과장이라는 이미지로 비쳐졌다. 드라마 ‘손자병법’의 오현경 과장 같은 이미지다.

무조건 거부와 무조건 열광, 이해찬과 강금실

이해찬 총리는 ‘강박적 전문가’와 ‘행동대장’ 이미지다. 과거 독재에 항거한 경력조차 독재자 비슷한 이미지로 변질돼 있다.

국정 전반을 무리 없이 잘 운영하고 있고, 특별히 부정을 행하지도 않지만 포용력과 인간적 이미지 부족으로 대중들에게 평가 절하되어 있는 상황. 지지층은 완벽을 지향하는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 같은 느낌을 받았으나 반대층은 보스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행동대장형으로 박정희 시대의 차지철 경호실장이나 5공의 장세동 경호실장을 떠올렸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희망의 동반자’ ‘인턴 정치인’ ‘한국형 힐러리’의 이미지다.

강 전 장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집단의 이미지(결단력, 고집, 순수한 동기와 열정)조차 긍정적이다. 강 전 장관만의 개성과 가치관이 반영된, 인기에 연연치 않으면서 자기 색깔을 지키는 사람의 이미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권력에 관심 없는, 정치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