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 본격화로 투기 열풍 주춤, 매수 타이밍이 관건

“올해 부동산 시장은 침체 국면 하에서 거래가 위축되는 반면 실거래 가격의 정착으로 부동산 시장 투명화가 이뤄지고 1가구 1주택 재테크 시대로 진입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은 2006년도 전국 아파트 값이 평균 4.7%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몇%나 떨어질지 명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2001~2003년과 2005년 상반기처럼 자고 나면 수천만 원씩 오르던 대박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김희선 부동산114 전무)

병술년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투기 광풍이 주춤해지는 대신 실수요자들에게는 주택 마련의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8ㆍ31 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받은 신규분양 아파트 시장의 청약률과 실 계약률이 최근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은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실어주는 징후라는 풀이다.

그 동안 분양 시장은 무주택자보다는 평수를 늘리거나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수요와 투기 세력 등이 주도했는데,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 공공택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1가구2주택 양도세 강화 등 정부의 규제 드라이브가 잇따르면서 돈을 가진 가수요층이 시장 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던 5%대의 낮은 담보대출 금리가 6%대로 올라선 점도 시장 위축을 부르고 있다.

김희선 전무는 “단기투자 목적의 수요자들에게는 시장불안과 규제강화 등 악재가 수두룩한 상황이지만 실수요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넓어진 셈”이라며 “청약 시장 침체로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데다 대출 부담이나 세금 부담을 우려한 매물까지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들로서는 시장이 조정을 받는 올해가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다만 매수 타이밍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어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6월 이후 11, 12월에 급매물 노려라

김영진 대표는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금 회피성 매물이 나올 6월과 11~12월에 급매물을 노리는 것이 좋다”며 “대신 가수요자나 투자자들은 세금 부담으로 인해 투자 실익이 줄어들고 있으니 시장 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매매 가격은 약 5%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8ㆍ31 대책 후속 입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고, 특히 유망지역보다는 외곽지역과 비인기지역, 그리고 소형 평형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아파트 위치에 따른 국지적 차별화 장세를 감안해 유망 단지에 선별 청약ㆍ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매매 가격의 하락세와 달리 전세 가격은 5~7%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매수 수요가 대거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수요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 수요자들은 현재의 전셋집을 재계약하거나 이사하더라도 전세 계약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

부동산 시장 위축의 여파 속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재테크 방법도 없지는 않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경매와 상가, 펜션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상가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아울러 주택, 토지 시장의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이며 대략 2~3%의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공급이 넘치는 데다 정부의 세금 부과 방침까지 결정된 주거용 오피스텔은 일단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약 규제와 분양권 전매금지 등으로 조정기에 들어간 주상복합 역시 대단지, 역세권 등 일부 유망 단지가 아니라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토지도 3~5% 정도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데, 일부 호재 지역을 제외하고는 단기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