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초마다 인상률 갈등,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성큼

경제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가상승률을 훌쩍 넘어 껑충껑충 뛰는 대학 등록금.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마침내 한해 등록금 1,000만원시대가 열리고 있다.

노후를 대비하기에도 숨찬 50대 가장의 허리를 휘게 하는 가장 무거운 짐이다. 대학생 자녀가 2명이라면 한해 등록금만 해도 2,000만원 가까이 된다.

웬만한 중산층 가정이라도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아직도 적다고 말한다. 고삐 없이 뛰기만 하는 대학등록금. 왜 그런가?

서울 구로구에서 기계공구상을 하는 김인식(50)씨는 지난달 장남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업과 무관한 은행 대출을 신청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서울 유명 사립대학 의예과에 입학한 아들의 입학금이 500만원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70년대 중반 대학을 다닌 김씨는 요즘 대학등록금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 충남 홍성 출신인 김씨는 “당시 고향에서 소 1마리를 팔면 등록금을 내고 하숙비, 책값까지 댈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350만원 안팎의 소 값으로는 등록금만 내기에도 부족하다. 게다가 의대 등록금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김씨는 “장차 소가 아니라 집을 팔아야 되는 게 아니냐”며 반문했다.

김씨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 의대의 등록금은 500만원을 넘었다.

최근에는 다른 대학들도 앞다퉈 등록금을 인상, 의약학계열과 예체능계열의 등록금이 500만원에 육박했고 공학, 상경계열의 등록금이 4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성균관대와 동국대 의대의 등록금은 480여 만원으로 한해 등록금은 1,000만원에 가깝다.

이화여대 의대와 숙명여대 약대의 등록금이 450만원을 넘는 것을 비롯해 연세ㆍ중앙ㆍ경희ㆍ한양ㆍ건국대 의대의 등록금도 400만원대에 이른다. 고려대와 이화여대 공대의 등록금도 400만원대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사립대 연간 등록금은 200만원 가량 인상됐다. 국내 주요 사립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지난 2001년 500만원 대로 올라선 이래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대부분 사립대학들이 600만~700만원선의 등록금을 거둬들였고 올해 대부분 대학들이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의 인상률을 고수해 올해 등록금은 대부분 연간 700만원 선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립대는 지난 2001년 한해 등록금이 300만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서울대가 국립대 최고액인 466만원의 등록금을 기록했다.

특히 국립대 등록금은 2003년 이후 인상률에 자율성이 보장된데다 대학 구조조정에 따른 정부의 차등 지원 등으로 향후 인상폭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1년 등록금이 1,000만원이 되는 시대를 가속화한다. 지난달 초 평균 12%의 등록금 인상안을 확정한 연세대는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의 기폭제가 됐다.

그 결과 연세대 의학계열 등록금은 지난 해 2학기 374만원에서 올 1학기 419만원으로 올랐고. 공학계열의 경우 354만원에서 397만원으로 인상됐다. 다른 단과대학의 등록금도 30만~40만원선 인상됐다.

평균 7~8% 인상, 물가상승률의 2배

올해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5~12%에 이른다. 서울 주요 사립대의 경우 외국어대 등록금이 11.4% 인상된 것을 비롯해 중앙 8.6%, 동국 8.4%, 홍익 8.7%, 한양 7.8% 등으로 작년에 비해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고려ㆍ이화ㆍ숙명 등은 각각 6%, 5.8%, 5% 등으로 작년과 비슷한 인상률을 나타냈고 건국대는 드물게 작년보다 0.6% 낮은 5.3%의 인상률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인문ㆍ사회계열과 이학계열에서는 이화여대가, 공학계열과 의학계열에서는 고려대가 등록금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등록금은 시대에 따라 인상폭을 달리했지만 최근에는 평균 7~8% 인상률로 물가상승률의 2배에 달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70년도 이전까지는 대부분 물가상승률이 10%대였던 것에 비해 등록금 인상률은 20%대를 웃돌았다. 90년대는 물가상승률이 한자리대로 감소했으나 등록금 인상률은 10%를 넘는 해가 많았다.

환란 때인 98년에는 물가상승률이 7.5%로 사립대와 국립대의 등록금 인상률 0.8%와 0.5%를 크게 앞섰으나 99년 이후 등록금 인상률은 다시 물가상승률을 앞질렀다.

2000년 국립대와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각각 6.7%와 9.6%로 물가상승률 2.3%의 3~4배에 달했다. 작년에는 국립대와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이 각각 8.4%와 4.8%로 같은해 물가상승률 2.7%보다 2~3배 높았다.

2002년을 기점으로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사립대를 앞지른 것도 큰 변화다. 최근까지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7~9%인데 반해 사립대는 4~6%대의 인상률을 보였다.(상자기사 참조)

전국의 대학들이 국립대ㆍ사립대 가릴 것 없이 등록금으로 인해 봄철마다 홍역을 치루지만 등록금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등록금 인상의 주요인으로 대학들이 등록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재정 운용마저 불투명하고 비계획적인 것을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사립대의 재정은 등록금, 국가 지원, 외부 발전기금, 재단 전입금, 수익사업 수입, 연구 수주에 의한 수립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사립대 중에는 재단 전입금이나 외부 발전기금, 수익사업 수입 등이 전무에 가까운 곳이 적지 않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사립대 182개 대학 중 122개 대학(67.0%), 전문대 105개 대학 중 93개 대학(88.6%)이 수익용기본재산 법정 확보율 규정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은 물가상승률과 장학금, 실습비 인상분, 교수 충원, 신규 투자 등의 상당 부분을 가장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등록금으로 해결한다.

최영순 의원의 자료에는 2003년 현재 사립대 69.3%, 사립전문대 82.7%가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방만한 예산 편성을 통한 과도한 이월금 적립도 등록금 인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대학연구소는 ‘2000~2002년 전국 사립대 예산ㆍ결산 분석’ 을 통해 대학들이 지출 부문에선 실제 나갈 비용보다 뻥튀기해 예산을 편성하고 수입은 실제 들어올 금액보다 축소 편성해 결산 때 남긴 수천억원의 차액을 이월적립금으로 쌓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는 2003년 등록금 책정이 자율화된 것을 계기로 사립대와의 경쟁과 구조조정에 따른 재정악화 등을 명목으로 등록금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등록금 진통과 관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병주 연구원은 “대학들은 등록금을 일방 적으로 올려 재정 적자를 해소하려 들기보다는 산학협동 확대, 정부 지원사업 추진 등 새로운 수익창출 경영모델을 개발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순영 의원은 “등록금 결정 과정에 학생들의 참여통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이 자행되고 있다”며 “대학 운영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대 인상률 가파른 상승세

국내 굴지의 대기업 간부인 이모(50)씨는 올해 딸이 서울대 약대에 합격, 주위로부터 “부녀가 동문이 됐다”며 축하를 받았다.

이씨는 지난달 딸의 납입고지서를 받아 보고 등록금이 300여만원인 것에 깜짝 놀랐다.

납입고지서의 명세는 입학금 15만9,000원, 수업료 38만1,000원, 기성회비 282만원으로 등록금이 336만원이었다.

이씨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국립대의 등록금은 사립대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국립대와 사립대의 등록금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지난 몇 년 간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국립대 등록금 평균 인상률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0.8%, 1999년 1.3%에 그쳤으나 이후 2000년 6.7%, 2001년 4.7%, 2002년 6.9%, 2003년 7.4%, 2004년 9.4%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특히 2003년부터 국공립대 등록금 책정이 대학 자율에 맡겨지면서 이들 대학의 등록금은 크게 올랐다.

2003년과 2004년, 2005년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각각 7.4%, 9.4%, 8.4%로 같은 기간 사립대의 6.7%, 6.0%, 4.8%보다 훨씬 높다.

정부가 ‘국공립대운영에관한특별법’ 제정으로 국공립대의 회계를 독립체산제로 한 것과 국립대 인기학과의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국립대발전계획안도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됐다.

2003년 이후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7~9%대에 이르면서 해마다 등록금을 둘러싼 진통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들은 등록금(수업료+기성회비)의 60%를 차지하는 기성회비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인상률이 터무니 없이 높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사회대의 경우 2005년과 2006년의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비교하면 수업료는 2만원이 올라 32만9,000원이 됐지만 기성회비는 무려 41만2,000원이 올라 174만9,000원이 됐다.

문제는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의 주요인은 기성회비이지만 이를 제어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데 있다.

형식상 학부모들로 구성된 기성회가 기성회비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액수를 정하고 통보하는 게 현실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