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으로 입맛을 길들인다

35도→30도→25도→23도→…그리고 마침내 20도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대중주’인 소주의 알코올 도수 변천사다.

1924년 35도로 출범한 출범한 소주 도수는 8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줄곧 하향세를 보여왔다. 이 기간에 소주 알코올 도수는 올라간 적은 한 번도 없이 오로지 내리기만 했다.

소주가 우리 국민과 처음으로 만난 계기는 24년 ㈜진로의 전신인 진천양조상회가 설립되면서부터다.

이 때 진천양조상회가 출시한 소주는 알코올 도수 35도의 증류식 소주였다. 이즈음부터 소주는 ‘서민의 술’로 자리를 잡으면서 국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왔다.

이후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처음으로 낮아진 것은 무려 41년의 시간이 흐른 65년. 이때 종전보다 5도를 낮춘 30도의 희석식 소주가 처음으로 선보였다.

8년 후인 73년에는 진로가 일거에 알코올 도수를 5도 더 내리는 상품 전략을 택하면서 25도 소주 이미지가 정착됐다. 소주가 탁주를 밀어내고 한국인들의 ‘국민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때부터다.

96년부터는 소주 알코올 도수의 내리막 추세에 가속도가 붙는다. ‘시원’과 ‘화이트’ 소주를 비롯, 진로도 ‘참이슬’을 내놓으며 소주의 ‘23도 시대’가 개막된 것. 하지만 23도 시대도 그리 길게 가지는 못했다.

2000년 들어서는 1도 더 낮춘 22도 소주가 선보였다. 그러고도 1도를 더 낮춘 21도 소주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 불과 2년 후인 올해 20도 소주가 처음으로 등장하기에 이른다.

저도화 추세, 변화주기도 빨라져

이 같은 국내 소주 도수의 역사를 살펴 보면 최근 10년간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횟수가 부쩍 잦아진 것이 드러난다. 24년부터 95년까지 72년간 단 두 차례 도수 조정이 있었던 반면 96년 이후에는 무려 5번이나 변화가 있었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간격도 부쩍 짧아졌다. 65년과 73년 각각 5도씩 낮추는데 41년과 18년이 걸렸다면 96년 이후에는 2~4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주기가 빨라졌다.

이규철 ㈜진로 기업문화실 부장은 “소주가 출시된 이래 초반에는 수십 년 만에 한 번씩 알코올 도수를 낮출 정도로 국민의 입맛에 큰 변화가 없었다”며 “하지만 소비자의 욕구가 빨리 변화하기 시작한 최근 10년 전부터는 소주가 급속도로 저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