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후 더 떨어진 당 지지도 "바닥서 다시 시작"

여론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김헌태)는 최근 한국 사회의 장래를 가늠할 향후 2년의 중대한 시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린 책을 펴냈다.

올해 5월 지방선거에서 2007년 대선까지 한국정치 격동의 700일을 전망한 ‘2006년 오피니언 트렌드’다.

국내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 컨설턴트, 당 관계자 등이 참여해 쓴 책은 여론에 나타난 한국 사회의 관심사와 정치권의 풍향을 분석했다.

KSOI의 보고서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정동영(DY) 의장의 행로는 명암이 교차한다. 1년 반 만에 당에 복귀했으나 바닥권의 당 지지도는 DY의 대권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5년 우리당은 29%의 지지도로 시작해서 현재 18% 대의 지지도를 보인다. 1년 사이에 10% 이상의 지지도가 하락한 것이다.

여권의 유력 주자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DY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당장 5ㆍ31 지방선거가 관건이고 2007년 대선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동영ㆍ김근태(GT) 두 대선주자가 복귀하면 당 지지도가 오를 것이고 2ㆍ18 전당대회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KSOI가 21일 전국의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우리당 지지도는 전대 이후에도 침체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전 조사와 비교해보면 되레 1.9% 포인트 하락한 18.4%로 나타났다. 반면 한나라당은 34.7%에서 37.4%로 2.7% 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DY와 GT의 당 의장 출마로 흥행 기대감이 높았으나 전대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 지지도 하락은 당장 5ㆍ31 지방선거 뿐만 아니라 멀리는 DY의 대권 꿈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KSOI의 작년 12월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7.3%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우세를 점쳤다.

5ㆍ31 지방선거가 차기 대권 구도의 윤곽이 드러나는 첫 번째 국면이라는 점에서 DY의 대권 행보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DY가 고건 전 총리와 강금실 전 법무장관 영입에 사활을 걸다시피하며 지방선거에 올인하는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우리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당 정체성 위기와 정책 혼선ㆍ무능으로 인해 30대와 호남, 고학력ㆍ화이트칼라 등 핵심 지지층이 이탈한 때문으로 나타났다. DY가 허약한 당권 및 리더십을 시급히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대선주자 경쟁력 조사(2005년 12월 전문가 대상 조사) 결과 전문가들의 68.0%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꼽았고 그밖에 고건 8.1%, 박근혜 8.1%, 정동영 7.9%, 김근태 4.2%, 손학규 1.8%, 이해찬 0.9%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권 구도가 2007년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 차기 대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이념갈등(39.5%)과 계층갈등(28.0%)을 꼽았고 지역갈등(20.7%), 세대갈등(11.8%)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지적했다.

현재 대선 주자들의 지지도와는 달리 대선 변수에 따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대적 가치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후보가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DY는‘평화이슈’, GT는 ‘복지이슈’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 다른 여야 후보들과의 이슈 경쟁에서 일단 앞설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5월 지방선거다. DY 리더십이 평가받는 첫 시험무대다.

DYㆍGT가 중심이 돼 치를 5ㆍ31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이 참패할 경우 그들의 대권 행보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고건 전 총리 등 외부인사 영입론이 고조돼 자칫 대선 후보 경쟁에서 낙마할 수도 있다.

우리당 지지층의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고건 전 총리가 29.3%로 가장 높게 나왔고 DY와 GT 지지도는 각각 14.6%와 4.5%로 나타났다.

DY는 지역적으로는 호남, 연령별로는 20~30대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한다.

또한 거론되는 대선주자들 중 ‘진보 개혁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입각한 세 장관 중 가장 높은 직무수행 평가를 받아 향후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대선 지지도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와는 지역적 기반이 같으나 지지 연령층, 이념 성향 등이 다르다. 우리당이 고 전 총리를 영입할 경우 양측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당내 지지도에서 고 전 총리가 15.4%로 DY의 8.4%와 차이를 보였으나 ‘지지 충성도’에서는 DY가 38.9%로 고 전 총리의 38.0%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여하튼 DY가 당내 경선을 통과 경우 한나라당의 박근혜ㆍ이명박ㆍ손학규와 격돌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지방선거 기여도 정도에 따라 ‘이명박 굳히기’냐 아니면 박ㆍ이 양강구도로 가느냐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DY의 경쟁력은 상대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5·31 지방선거 한나라당 위세 전망 압도적
우리당 고건영입론 50%이상이 공감

5ㆍ31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작년 12월 전문가 대상 조사결과 전문가들의 대다수인 87.3%가 한나라당 우세를 점쳤다.

특히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이다’라는 전망도 46.8%에 이르렀다.

반면 양당이 팽팽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은 12.7%, 열린우리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은 0%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도, 이에 대비되는 정부 여당의 낮은 지지도가 자리한다.

이외에 ‘투표율 효과’도 한나라당 우세를 뒷받침한다.

한나라당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우리당은 20대와 30대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아 투표율이 낮아지게 되면 정치 무관심이 팽배한 젊은층에 지지기반을 둔 우리당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

또 현직 기초단체장에 대한 재신임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현직 기초단체장이 대거 속해 있는 한나라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대권 구도의 윤곽이 드러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우리당은 정동영 의장이 중심이 돼 선거를 치르되 김근태 최고위원이 선대본부장을 맡아 동반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이 기대 이상의 승리를 거둘 경우에는 DY가 향후 대선가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지만 반대로 참패할 경우에는 지방선거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외부인사 영입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KSOI 조사(2006년 1월10일)에 따르면 우리당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당내 후보로는 안되므로 고건 전 총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52.4%, ‘공감하지 않는다’38.2%로 나타났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