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계 계열사 거느린 재계 7위, 유통·건설·에너지 부문서 눈부신 성장

허씨와 구씨의 ‘아름다운 이별’이 단행된 지 3월 31일로 꼭 1년을 맞는다. 1947년 구인회 창업회장이 설립한 락키화학공업사(현 LG화학의 전신)에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이 자금을 대면서 시작된 구씨와 허씨의 동업 관계는 국내 기업사에 크나 큰 족적을 남겼다.

숱한 기업들이 2,3세 형제간의 갈등으로 와해되는 상황에서도 허씨와 구씨는 지난 57년간의 결실을 아름답게 매듭지었다. 이런 동업관계의 성공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케이스다.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은 계열 분리 이후에도 서로 관련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은 물론, 분리 이전과 다름없는 돈독한 상호 협력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관심은 독자 생존의 길에 나선 GS그룹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올해 신년모임에서 강조했듯 ‘모두가 선망하는 밸류 넘버 원 GS’ 비전이 달성될 수 있을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지 1년째를 맞은 GS그룹에 대한 평가는 일단은 긍정적이다. 49개 계열회사(친인척 계열사를 제외하면 16개)를 거느린 재계 자산 순위 7위의 GS그룹은 지난해 총 27조5,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는 계열분리 이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우선 주력사인 GS칼텍스가 고유가 파동에도 불구하고 16조원의 매출로 8,478억원의 건설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GS건설도 지난해 이천 GS홈쇼핑 물류센터 공사장 붕괴 사고 등의 악재가 있었음에도 5조6,3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건설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사업구조 개편뿐 아니라 인지도 확산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GS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주유소 간판 교체를 비롯해 홍보 광고 마케팅 비용으로 지난해 1년간 약 1,000억원을 투입했다.

최근 자체 소비자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GS그룹 인지율은 99%에 달했다. 출범 1년 만에 GS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는 그룹 인지도를 높이고 계열사들이 안정적으로 착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올해는 내실을 강화해 성장기반을 쌓는 게 목표”라며 “GS그룹이 분리하면서 그간 소외됐던 유통과 건설 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계열사들의 내실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계열사들의 실적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GS그룹의 눈부신 성장은 확연히 드러난다.

▦GS칼텍스…3,400여 개의 에너지 네트웍

GS칼텍스는 2005년 매출액 16조2,339억원에 영업이익 8,478억원, 당기순이익 7,28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계열 분리 전인 2004년(14조632억원) 대비 15.44%(2조1,707억원)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1.7%, 당기순이익은 13.9% 감소했다.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국제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일반유 석유제품의 내수 및 수출금액 증가와 석유화학제품의 수출금액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반면 국제 원유가격 상승 폭이 국제 제품가격 상승 폭보다 높아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증가율이 커져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아울러 전년 대비 환율 하락 폭 축소에 따른 외환차익 등 영업외수익이 큰 폭 감소해 당기순이익 감소 폭이 영업이익 감소 폭보다 컸다. 이에 따라 2004년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6% 수준을 보였으나 2005년에는 다소 낮은 4.5% 수준을 나타냈다.

GS칼텍스는 매출액 기준으로 48% 이상을 수출을 통해 이루어냄으로써 기존의 내수 기업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는 보습을 보였다.

GS칼텍스는 특히 휘발유 브랜드를 KIXX 변경하면서 전국 3,400여 개의 주유소, 충전소의 모든 사인물을 교체, 새 브랜드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GS건설…창사 이래 최고 실적

GS건설은 지난해 회사 창설 36년 만에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한 해 수주액이 2004년보다 36% 증가한 8조2,403억원, 매출은 39% 증가한 5조6,308억원으로 처음으로 건설업계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영업이익은 2004년 대비 47% 증가한 3,360억원, 경상이익은 2004년 대비 52% 증가한 3,681억원을 실현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수주 잔고는 2005년 말 약정잔고 13조4,000억원을 포함하여 총 25조6,000억원으로 4.6년치 매출에 해당한다.

GS건설이 이런 놀라운 성적을 거둔 데에는 파주 LCD공장 설립 등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LG와 GS의 그룹 물량이 큰 힘이 됐다. 여기에 플랜드와 주택사업이 각각 1조원, 1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뒤를 받쳤다.

GS칼텍스의 최고급 청정휘발유 제품을 생산하는 알킬레이션 여수공장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가는 GS건설 분양 현장. GS홈쇼핑은 브랜드 교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사진위부터).

GS건설은 지난해 이천 붕괴사고와 양주 자이 아파트 민원 문제로 한때 곤란을 겪기도 했으나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 GS건설은 올해 매출 6조원에 수주 8조8,000억원을 달성, 2년 연속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안정적인 그룹 공사와 주택, 플랜트 사업의 호조로 지난해는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며 “올해도 베트남 신도시 등 대형 사업들이 있어 좋은 성과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물류 효율화로 제2도약

GS리테일은 2005년 3조원의 매출을 달성, 2004년(2조8,000억원) 대비 약 8%의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경상이익은 2005년 480억원을 달성하여 전년(350억원) 대비 무려 38%가 신장하는 호조를 보였다.

GS리테일의 이런 성과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개선과 혁신추진’이라고 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GS리테일은 어려운 경영 여건 하에서도 ‘물류 효율화를 통해 물류비 50억원 절감’이라는 성과를 달성해 한국물류대상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한 편의점인 GS25의 경우 2,000호점 돌파해 외국계 편의점과의 치열한 경쟁 하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성장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퍼마켓, 할인점의 경우도 지난해 초 GS 출범 후 첫 M&A인 코오롱마트 10개점 인수해 확고한 1위 자리를 구축했다.

백화점 역시 엔터테인먼트형 복합 쇼핑센터로 변신한 부천점의 리뉴얼 성과를 바탕으로 구리점, 안산점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재정립 작업을 착수할 계획이다.

▦GS홈쇼핑…경영혁신 통한 성장체제구축

브랜드의 신뢰성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무점포 유통업의 특성으로 볼 때 2005년은 GS홈쇼핑에 있어서 가장 힘든 한 해였다.

그럼에도 GS홈쇼핑은 브랜드 교체 우려를 씻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을 견인할 신사업에도 잇따라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GS홈쇼핑은 2005년 매출액 5,256억원 영업이익 760억원을 기록, 연초 계획했던 연간 목표 금액 684억원을 뛰어 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실현했다.

또한 연간 취급액 1조6,648억원을 달성,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외형 취급액을 플러스로 반전시켰다.

내수 부진에 케이블TV 가입 가구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홈쇼핑 사업의 성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으나 GS홈쇼핑은 상품 믹스, 식스시그마 경영기법을 통한 효율 증대, 반품률 등 고비용 요소 제거 등 노력 끝에 안정적인 성장 체제를 갖추었다.

사업 부문별로도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 카탈로그 쇼핑에 이르는 전 사업분야에서 외형 성장과 이익 확대를 실현했다.

또 중국 충칭(重慶)시에 단독 출자 법인 ‘충칭GS쇼핑’을 설립해 홈쇼핑 방송을 개시하는 한편, 오픈마켓 GS이스토어를 런칭해 시장 확대를 꾀했다.

이밖에 T커머스 홈쇼핑 GS Tshop(GS티숍) 본 방송 서비스를 시작하고, 강남케이블TV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가오는 디지털 뉴미디어 환경을 이끌어가기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