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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영어마을 열풍] 경기 영어마을 안산캠프 르포 - '왁자지껄' 재미로 가득 "몸과 마음으로 영어 익혀요"
5박6일 동안 영어권 국가의 관습과 문화도 배워



“How do you feel? You feel exciting? Terrifying?”(기분이 어떠니? 짜릿해 아니면 무서워?)
“I’m afraid!”(무서워요!) “It’s very dangerous!”(너무 위험해요!)
“Teacher! Teacher! What is terrifying?”(선생님! ‘terrifying’이 무슨 뜻이에요?)

선생님과 아이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마치 영어를 쓰는 어느 나라의 초등학교 수업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 120-1번지. 서해 바다가 눈앞에 활짝 펼쳐진 대부도 섬마을 언덕에 자리잡은 경기 영어마을 안산캠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광경이다.

5박6일 프로그램, 영어 재미에 흠뻑

3월 29일 기자가 찾은 안산캠프는 검은 머리의 한국 학생들이 거침없이 뱉어내는 영어로 교실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이들은 경기 안산 원일중학교와 구리 장자중학교의 2학년 학생들. 이틀 전 입소해 5박6일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영어로 말하고 듣는 데 단단히 재미를 붙인 듯 얼굴에 생기가 잔뜩 묻어났다.

Exciting, terrifying, afraid 등의 감성적 단어로 대화가 오간 교실은 드라마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의 감정표현 공부 시간. 영화 ‘타이타닉’의 주요 대목을 함께 시청한 뒤 남녀 주인공의 감정을 스스로 느끼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무대 가장자리에 선 남자 선생님 에드워드와 여자 선생님 조.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과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가 하나가 되는 그 유명한 ‘뱃머리’ 장면을 아슬아슬한 포즈로 재연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아이들은 번갈아 무대 위로 올라가 선생님과 짝을 이뤄 같은 동작을 연출했다.

두 팔을 한껏 펼친 아이들은 선생님의 “How do you feel?”이란 질문에 갖가지 답변들을 쏟아낸다. 이 시간에 뜻과 쓰임새를 익힌 단어들은 satisfied, surprised, happy, cold, sad 등등. 직접 특정 상황 속에 빠져들어 말 그대로 몸으로 익힌 표현들은 아이들의 뇌리 속에 콕콕 박혔다.

정상휘 군(원일중)은 교재를 살짝 펼쳐보이며 “이번 시간은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를 배우는 중인데 영화 속 장면을 보고 직접 연기도 하면서 익히니까 너무 재미 있다”고 말한다.

옆에 있던 친구 박지훈 군은 묻지도 않았는데 “We’re from Wonil Middle School!”(우리는 원일중 학생들이에요!)이라고 외치며 학교 자랑이라도 하듯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이번엔 과학 전공 학생들의 콜라 만들기 교실로 가봤다. 너무나 익숙한 콜라지만 원료와 제조법 등 이론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자못 진지하다. 드디어 콜라를 직접 만들어보는 실습 차례.

여자 선생님 앤지가 “What do you use for making cola?”(얘들아, 콜라를 만들려면 어떤 재료를 써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 여학생이 자신 있게 손을 들더니 일어나 대답을 한다. “Soda(탄산수), cube sugar(각설탕), coca juice(코카나무 즙)….” “Right!(맞아요!)”

과학 전공 학생들은 하루에 한 가지씩 이론과 실습을 겸한 과제를 소화한다.

계란으로 낙하산 만들기, 태양열 자동차 만들기, 물 로켓 쏘아올리기, 김치로 전기 발생시키기 등 모든 과제는 일상과 가까운 소재를 활용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연스레 자극하면서 동시에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장기가 조금씩 밀려드는 오후 시간. 어느 곳에선가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온다. 식당인가 싶었지만 그것은 착각. 팬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먹는 요리 교실이다.

Ingredients you need: About 25 grams of butter, 1 egg, 1/4 cup of sugar,…. (필요한 재료: 버터 25그램, 달걀 1개, 설탕 1/4컵….)

What to do: First, we will melt butter in a frying pan. Second, we will mix the egg and sugar in a mixing bowl. …(만드는 절차: 첫째,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다. 둘째, 달걀과 설탕을 그릇에 담아 섞는다….)

교실 한쪽 벽면에 걸린 차트에는 팬케이크의 재료와 요리법이 영어로 일목요연하게 씌어 있다. 이미 이론 공부를 마친 듯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뒤섞여 열심히 팬케이크를 구워내고 있다.

손놀림이 빠른 이진영, 최현태, 김병준, 채종일 군(이상 장자중) 팀은 친구들보다 앞서 자신들의 작품을 시식하며 뿌듯해 한다. “영어 공부가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어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 모자까지 쓴 남자 선생님 라이언.

“영어마을 오기 전에 팬케이크를 만들어 본 적이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너스레를 떤다. “팬케이크는 주말마다 종종 만들어 먹어요. 보통은 30분 만에 뚝딱 끝내는데 학생들과 함께 만드니 1시간이 걸리네요. 하하!”

수업 시간을 마칠 때가 되자 라이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뒷정리를 하자고 연신 외쳐댄다. “Clean~! Garbage, garbage! When you finish!”(끝나고 나면 청소해야지! 쓰레기, 쓰레기!)

안산캠프에서의 생활은 여느 학교나 학원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수업 시간은 지루함과 따분함 대신 흥미와 재미로 가득하고, 선생님들은 마치 친구나 형, 누나처럼 푸근하기만 하다.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외국인 강사들과 함께 놀고 대화하고 어울리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영어의 세계에 흠뻑 빠져든다.





효과적인 영어교육 방법의 핵심은 바로 체험 학습에 있다. 이곳에선 모든 커리큘럼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연스런 영어 체득을 이끌어내도록 짜여져 있다.

드라마, 아트, 음악, 과학 등 흥미롭게 구성된 4개 전공 과정 중 하나를 택한 학생들은 대화와 토론, 창작과 발표 등을 거치면서 어느덧 영어와 익숙해진다.

김종진 안산캠프 교육팀장은 “영어 공부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영어권 국가의 문화와 관습을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학습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영어마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체험 학습은 교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입국 심사장, 은행, 상점, 호텔, 우체국, 병원, 식당 등 영어권 국가의 생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체험 시설을 통해서도 상황에 맞는 영어 표현을 생생하게 익힐 수 있다. 또한 운동, 게임 등 다채롭게 꾸며진 특별 활동들도 영어를 배우는 커리큘럼의 연장선이다.

아무리 교육 프로그램이 뛰어나도 아이들이 선생님과 거리감을 느끼면 학습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법. 때문에 시설, 커리큘럼 못지않게 신경을 쓴 대목이 바로 강사진의 교육 방법이다.

경기 영어마을이 외국인 강사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딱 2가지다. 첫째가 아이들의 친구가 돼줄 것, 둘째가 영어를 친숙한 것으로 인식하게 할 것.

실제 캠프 곳곳에서 만난 외국인 강사와 학생들은 서로 장난도 치는 등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영어마을에 들어온 첫날에는 외국인 선생님과 눈도 제대로 못 맞추다가 이틀, 사흘째가 되면 친구가 되고 퇴교하는 엿새째에는 이별의 아쉬움에 눈시울을 적시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석별의 정은 영어 공부에 대한 새로운 의욕으로 재차 승화된다. 짧지만 강렬했던 6일간의 ‘이국 체험’이 아이들에게는 더 넓은 세계로 시선을 돌리고 호연지기를 키우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We’re all friends. We’re the world. Let’s go together!”(우리는 친구, 우리가 곧 세상, 모두 함께 나가자!”)

인터뷰 - 앤드류 퍼킨스 안산캠프 원장
“Wonderful idea!”(정말 멋진 발상입니다!)





경기 영어마을 안산캠프의 앤드류 퍼킨스 원장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원더풀”감탄사를 몇 차례나 말했다. 한국의 영어마을이 혁신적인 영어 교육의 전당이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의 표현이다.

영국(잉글랜드) 출신의 퍼킨스 원장은 지난 2월 초 안산캠프에 부임하기 전까지 청주교육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0여 년. 한국에서 오랫동안 영어를 가르친 그는 국내 영어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한국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아무리 열심히 영어를 배워도 교실을 벗어나면 영어를 쓰지 않죠. 비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영어는 배우고 연습하고 써봐야(learning, practicing, using) 잘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동차 운전과도 같아요. 책으로 운전하는 법을 배웠다고 해서 처음부터 자동차를 잘 몰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자꾸 연습하고 돌아 다녀야 운전이 느는 법이지요.”

퍼킨스 원장은 비 영어권 국민들이 영어를 익히기 위해 지불하는 값 비싼 비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영어를 쓰는 나라에 몇 년 동안 가서 공부하는 게 가장 좋겠죠. 한국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어학 연수다 뭐다 하면서 해외로 나가잖아요. 그러나 그 방법은 손쉽지만 돈이 아주 많이 든다는 점이 문제죠. 그런 점에서 영어마을은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연수를 대신할 만한 훌륭한 대안입니다.”

그는 안산캠프 개원 초기부터 한국의 영어마을을 관심 깊게 지켜 봤다고 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영어 교육 방법(new way)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오직 영어만 쓰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입니다. 외국인 방문객들도 여기 와서 다들 놀라며 돌아갑니다. 이런 영어 학습 환경은 처음 봤다는 찬사죠.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할까요. 안산캠프는 월요일은 아주 적막하다가 토요일로 갈수록 점점 영어로 시끄러워집니다(get noisier in English). 물론 아이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죠. 저는 그 ‘소음’이 너무 좋습니다.”
인터뷰 - 디어드리 맥케너 안산캠프 강사
짙은 빨강머리가 돋보이는 디어드리 맥케너(25)는 아일랜드 출신의 외국인 강사다.





심리학을 전공한 그녀는 처음 한국에 왔던 2002년부터 1년 정도 울산의 한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 뒤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지난해 말 영어마을 프로그램에 큰 매력을 느껴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의 어린 학생들과 지내는 게 너무 좋아요. 제가 즐기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공부에 열의를 갖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까지 지닌 아이들 덕분이죠. 게다가 애들의 유머 감각도 뛰어나죠, 질문도 많이 하고 잘 놀기도 하죠,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랍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한국 학생들과 지내는 게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맥케너는 천만의 말씀이라는 반응이다. 오히려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고 다른 나라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편하다고 한다.

“한번은 한 여학생이 제게 편지를 보냈어요. 자기는 미국과 영국식 액센트만 알고 있었는데 선생님의 나라 아일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액센트를 접하고 그 차이를 알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었죠. 얼마나 대견스럽던지…. 뿐만 아니라 영어마을을 다녀간 많은 제자들이 제게 이메일로 안부를 묻는답니다. 걔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것도 참 즐겁습니다.”

맥케너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영어마을이 가진 장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외국인 영어 선생 입장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영어마을의 흥미진진한 프로그램들이 학생들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영어마을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루할 겨를이 없을 정도죠.”

아이들도 즐겁고 선생님들도 즐거운 곳.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Life here is great!”(이곳 생활 너무 좋아요!) 영어마을은 영어가 재미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터전이 되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4/05 15:16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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