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와 쌍벽 세계 최고 비즈니스 스쿨, 아시아 최초 개설

최고경영자과정에도 ‘외국계 명품’ 시대가 열렸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ㆍ대표 김종립)이 올해 처음 국내에 도입한 ‘와튼스쿨 CEO과정’은 그 신호탄이다.

KMAC는 3월 21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와튼스쿨 CEO과정 1기 입학식을 갖고 한국 내 출범을 공식 선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국에서 날아온 존 스펙터 부학장이 직접 축사도 하고 오리엔테이션도 진행해 와튼스쿨 측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와튼스쿨은 미국 명문사립 8개 대학(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을 일컫는 이름이다.

1881년 자선 사업가 조셉 와튼이 금융과 경제 교육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설립했다. 이후 한 세기를 거치는 동안 와튼스쿨은 우수한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쟁쟁한 졸업자들을 배출하면서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로 성장했다. 명성에서는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과 쌍벽을 이룬다.

현재 교수진은 정교수만 215명에 멤버 교수도 100명이나 된다. 학위를 준비 중인 전체 학생 수는 4,300여 명, 경영자과정 참여자도 1만여 명에 이르는 매머드급의 경영자 양성소다.

와튼스쿨 출신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세계적인 CEO를 수없이 배출했을 뿐 아니라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평판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에 흩어져 활동 중인 졸업생들은 82개의 클럽과 커뮤니티를 통해 끈끈한 동문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KMAC는 와튼스쿨과 손잡고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하기 위해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커리큘럼 구성, 교수진 선정 등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의 접점을 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 노력 덕택에 커리큘럼과 교수진 등 미국 와튼스쿨 최고경영자과정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

4개월 과정 마친 뒤 미국서 수료식

이번에 출범한 와튼스쿨 CEO과정은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일본과 중국 등 이웃의 거대 경제권을 제치고 한국이 처음 와튼스쿨을 유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현재 와튼스쿨 최고경영자과정은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만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튼스쿨 CEO과정의 가장 큰 매력은 국내 기업인들이 굳이 미국에 가지 않고도 글로벌 경영 기법을 안방에서 손쉽게 전수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와튼스쿨의 교수들은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선진 경영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KMAC 관계자는 “이번에 개설된 최고경영자과정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을 컨설팅하는 와튼스쿨의 분야별 정예 교수진이 방한해 직접 교육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수강생들은 최신 경영이론과 세계 유수 기업 경영 컨설팅 사례를 접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의 성장과 혁신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CEO과정의 커리큘럼은 모두 12개 단위로 구성돼 있다.

주요 내용은 CEO를 위한 전략적 시각(Strategic Perspectives For CEO’s), CEO 리더십과 변화관리(Leadership And Managing Change), 주주가치 경영(Creating Shareholder Value),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경영자 협상(Executive Negotiations) 등이다.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수준 높은 동시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영어에 약한 수강생들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굵직굵직한 국제행사에서 매끄러운 동시 통역으로 성가를 드높인 배유정, 이연향 씨가 번갈아 수강생의 귀가 되어준다.

또 수업은 교수 강의와 수강생들의 토론, 발표, 사례연구,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룹 프로젝트 수행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수강생의 자발적인 학습을 북돋우기 위해서다.

와튼스쿨 CEO과정 1기 명단
(이름 가나다 순)
강영중 대교홀딩스 회장, 강제훈 화이트치과 대표원장, 고기영 금비 부사장, 구자철 한성 회장, 권형기 한라산업개발 회장, 김동극 한국보석협회/극동보석 회장, 김성윤 나노원 이사, 김승남 조은시스템 회장, 김용빈 K&COMPANY 대표이사, 김태식 동양물산기업 이사, 김형근 인터렌탈 대표이사, 문규영 아주산업 회장, 박계신 다이아텍코리아 회장, 박달영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박명권 그룹한 대표이사, 박성진 신라교역 부사장, 박종대 동성중공업 대표이사, 박춘선 인평 대표이사, 박태식 삼성탈레스 대표이사, 백정호 동성화학 회장,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서옥석 현대오일뱅크 전무, 손순혜 ㈜손정완 대표이사,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신영철 한국능률협회 부회장, 심영섭 우림건설 대표이사, 심현옥 피아제타 대표이사, 오병기 넥서브 대표이사, 오윤석 해든실산업 대표이사, 유병현 세양정공 사장, 이강욱 프라임산업 상무, 이경우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사무총장, 이동춘 아주산업 CIO, 이병구 네패스 회장,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 이원준 액센츄어 부사장, 이종명 동영코프 사장, 이호석 대지석유 상무, 이휘성 한국IBM 사장, 임진득 이건창호시스템 상무, 정세혁 두산의류BG 대표이사, 정종환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정해주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최섭 태경씨엠 사장, 최양식 행정자치부 정부혁신본부장, 하창식 도시와사람 회장, 한광희 포항강판 사장, 함태헌 셀렉트론코리아 대표이사, 홍경근 애즈워드트러스트 회장,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 황우진 푸르덴셜생명 사장, 황윤상 나모텍 이사, Betty K. Devita 한국씨티은행 대표.

교육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수강생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와튼스쿨대학 본부에서 수료식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글로벌 CEO로서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자신감에 더해 ‘와튼 동문’이라는 자격도 보너스로 주어진다.

와튼 CEO과정을 수강할 수 있는 대상은 제한적이다. KMAC는 공ㆍ사기업체 CEO 및 예비(Pre) CEO, 고위 공무원, 전문직 고위직,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 주요기관ㆍ단체의 장급 이상 등으로 수강 신청 자격을 정해 놓았다.

그럼에도 와튼 CEO과정을 들으려는 지원자들이 줄을 섰다. 이번 1기 수강생 모집에선 200여 명이 지원해 54명이 엄격한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 4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이다.

1기생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강영중 대교 회장, 문규영 아주산업 회장,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 이휘성 한국IBM 사장, 황우진 푸르덴셜생명 사장 등 재계에 잘 알려진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와튼스쿨의 밀도 있고 빡빡한 교육 방식을 익히 소문으로 들어서인지 수업 분위기도 상당히 진지하다. KMAC 관계자는 “1기 수강생들은 입학식이 열리던 날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한사코 고사하더라. 공부하러 왔지 얼굴 알리러 온 게 아니라는 그들에게서 범상치 않은 학구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와튼스쿨 CEO과정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글로벌 명품 CEO’들의 요람이 될지 주목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