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 대학 경영전문대학원 9월 신설… 학비 3,000만원선

▲ 경영전문대학원이 신설되는 고려대.
미래의 최고경영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국내서 경영전문석사(MBA) 코스를 밟을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국내 유명 대학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토종 경영전문대학원 신설에 나선 덕분이다. 이들이 얼마나 운영을 잘 하느냐에 따라서는 ‘MBA는 해외파’라는 지금까지의 통념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6개대는 오는 9월 일제히 경영전문대학원의 첫걸음을 뗀다. 당초 교육인적자원부에 설치 인가 신청을 낸 대학은 모두 16개였으나 교육 여건 등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10개 대학은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국내 토종 경영전문대학원은 모두 12개로 늘어나게 됐다. 기존에 MBA를 길러내는 곳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개발연구원(KDI), 성균관대, 세종대, 경기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등 6개. 여기서 배출되는 MBA는 1년에 590명 정도 되지만 국내 기업들의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태부족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6개 명문 대학들이 경영전문대학원을 신설함으로써 토종 MBA의 저변은 더욱 넓어지는 셈이다. 학교별 정원은 고려대 412명, 서강대 292명, 한양대 260명, 연세대 257명, 이화여대 140명, 서울대 100명 순이다. 기존 6개 대학원과 합치면 토종 MBA 배출 규모는 매년 2,000명을 넘어선다.

국내 대학 MBA 운영 능력 '수준급'

교육부는 9월 이후 교육 여건 등을 충족하는 학교가 경영전문대학원 신설을 원하면 추가로 설치 인가를 내준다는 방침이어서 한국도 본격적인 MBA 양성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교육부는 일단 한국형 MBA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가 미국의 경영대학원 평가인증기구인 AACSB로부터 국제 인증을 이미 받은 데다 연세대도 곧 인증을 받을 예정인 만큼 국내 대학들의 MBA 운영 역량이 상당 부분 축적됐다는 판단에서다. 대학들 역시 이제 막 걸음마를 떼려 하는 단계지만 벌써부터 명문 MBA 스쿨로의 도약을 자신한다.

토종 경영전문대학원의 최대 이점은 해외 MBA 스쿨에 비해 학비가 훨씬 싸다는 것이다. 통상 미국 등지에서 MBA를 취득하려면 학비와 체재비 등을 합쳐 2년 동안 대략 1억5,000만원~2억원 가량 든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학교마다 차이는 있어도 3,000만원 안팎의 학비만 있으면 MBA를 딸 수 있다.

문제는 교육의 질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경영전문대학원들이 과연 해외 MBA 스쿨에 못지않은 교육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전망을 내놓는다.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경영학 박사 학위 취득자가 줄어든 데다 외국인 교수 초빙 역시 처우 문제 때문에 수월치 않다.

실제로 교육부 심사에 탈락한 대다수 학교들은 전임 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토종 MBA 스쿨의 성패는 결국 우수한 교수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