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도움되고 인맥 쌓고… 멘티 뽑히기 최고 5대1

▲ 홈쇼핑 관련 멘토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이 모의 홈쇼핑 무대를 갖고 있다.
지난 14일 숙명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는 200여 명에 참석한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멋쟁이 차림에 먹고 마시는 자리가 아닌, 이름하여 ‘멘토링 파티’다.

새로 뽑힌 멘티들의 기초 소양교육을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는 동문인 이금희 아니운서(정치외교학과 88년 졸업)의 멘티 등 기존의 멘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세 팀의 학생들이 등장해 ‘멘토 쇼 케이스’를 펼쳤다.

특히 멘토 홍성원 현대홈쇼핑 대표이사와 쇼 호스트 유난희 동문(가정관리 88졸)의 멘티들이 펼친 ‘모의 홈쇼핑’ 무대는 눈길을 끌었다.

“나와 똑같은 학생이지만 벌써 저렇게 사회 생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부러워요. 저도 멘토 프로그램을 마치고 저런 멋진 무대를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네요.”

이번 학기 멘토 홍성규 TU미디어 부사장의 ‘기자, PD, 아나운서 되기’ 멘티로 선발된 이금선(정보방송학과 4학년)씨는 멘티들 간의 개별 만남 시간이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축하 무대 등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번 행사에 무척 만족한 표정이었다.

숙명여대는 2003년 국내 대학 최초로 멘토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매 학기 성공적인 운영으로 타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학기에도 총 21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각각 일정한 심사를 통과한 10명 내외 학생들의 ‘책임 멘토’를 맡는다.

그동안 이 대학에서 멘토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전문가들은 화려하다. 이현봉 삼성전자 사장,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윤용훈 KBS PD, 박광서 타워스페린 대표 등 50여 명에 달하고 이들이 배출한 멘티도 800명을 넘는다.

멘티들은 책임 멘토의 지도 하에 관련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기업 탐방 등 현장 활동도 활발하게 펼친다.

그 결과 일부 멘티들은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멘티로 활동 중에 능력을 인정 받아 멘토 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하는 경우도 잦아 멘토 프로그램이 산학협력에도 큰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대학의 멘토 프로그램은 희망하는 분야로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돕는 것 이외에도 성숙된 인품과 리더십을 겸비한 인재 육성을 지향합니다.” 숙명여대 취업경력개발원 강정애 원장은 멘토 프로그램의 취지가 ‘취업’을 넘어선 여성리더 양성임을 강조한다.

멘티는 어떻게 선발하나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필요한 능력과 리더십을 키우고 ‘사회적 네트워킹’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멘티 선발 경쟁은 치열하다.

▲ 아나운서 이금희 멘토의 멘티들이 쇼 케이스를 펼치고 있다.

경쟁률은 평균 3대1. 마케팅, 방송 등 일부 인기 분야의 경우 최고 5대1까지 치솟는다. 재학 중 전문가 멘토 프로그램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경쟁률이다. 지원 자격에 제한은 없지만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고 취업을 눈앞에 둔 3, 4학년생이 주를 이룬다.

선발된 멘티들은 한 학기 동안 멘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멘토와 매주 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한 번 모이면 보통 2~3시간 지도를 받는다.

이 대학 취업경력개발원 관계자는 “멘토 대부분이 사회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다보니 따로 고정된 시간을 정할 수 없어 고민이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멘토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나

멘토 프로그램은 멘토가 누구냐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현재 SBS라디오 ‘이숙영의 파워FM’의 구성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서희(정보방송학과 4학년)씨는 ‘동문 멘토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진로를 결정한 케이스다.

김씨는 지난해 ‘방송작가로 가는 길’이란 주제로 실시된 방송작가 송정림(경영학과 83년 졸업 동문)씨의 멘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처음엔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했지만 시놉시스와 극본 쓰기 실습 등 체계적인 지도를 받고 방송계 동향 정보까지 함께 접하면서 아예 방송작가로 인생 진로를 정했다.

김씨는 “멘토가 동문이기 때문에 더 가깝게 느껴지며 한 학기의 프로그램이 끝나도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음으로는 직업 교육에 초점을 맞춘 ‘전문가 멘토 프로그램’이 있다. 멘토는 동문 출신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멘토의 직업과 개성에 따라 각양각색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해 2 학기 때 박천웅 스탭스 대표이사의 멘티로 활동했던 홍윤정(산업디자인학과 4학년)씨는 “전문가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삼성전자 인사부에서 근무하다 독립해 창업한 박 대표는 ‘물고기(인재) 잡는 법’이란 주제의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마라톤 참가, 지하철 안에서 자기 홍보하기, 자연 속에서 자기 성찰의 시간 갖기 등 갖가지 이색 체험을 실시했다.

▲ 멘토 프로그램 활동 보고 전시회.

이와는 달리 2004년부터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된 ‘교수 멘토 프로그램’이 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사 양성(국어국문과)’, ‘중국어 번역의 길잡이(중어중문과)’ 등의 주제로 해당 전공과목에 대해 실용적, 실무적으로 깊이 탐구한다.

현재 40여 명의 교수가 참여하고 있으며 멘티 학생들도 “전공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애정을 갖게 되었다”고 호평한다. 특히 학부제, 개인화로 수업 시간 외엔 전공 교수와 말 한번 못해보는 요즘 학생들에게 교수 멘토 프로그램은 진정한 멘토(스승)의 의미를 깨우쳐준다는 의의도 크다.

이밖에 학생들이 직접 멘토가 되기도 한다. 교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고학년 선배가 주로 저학년의 튜티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튜터링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정은미(중문학과 4학년)씨는 전공과목인 ‘중급중국어’를 공부하는 소모임 2개를 튜터로서 이끌고 있다. “튜터링 수업을 이끌면서 튜티들과의 토론을 통해 저도 몰랐던 것을 많이 배웁니다. 튜티들을 지도하다보니 자신감과 리더십도 함께 생기는 것 같고요.” 정씨는 튜티들에게 교과 지도 외에 대학교 생활 전반을 돕는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의 멘토링은 사회봉사 분야에도 확산되고 있다. 박하늘(아동복지학과 4학년)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중학교 3학년생의 ‘무료 과외 선생님’이자 ‘언니’가 되었다.

박씨가 단장으로 활동 중인 ‘숙명 지식봉사단’은 2004년 창단 이래 ‘소망을 찾는 이’, ‘한우리재단’ 등 용산구 관내 4개 복지기관과 연계해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1대1학습을 지도 중이다.

지식봉사단은 단순히 지식 전달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관계 형성’이 주목적이다. 그래서 소외계층 학생들과 야외 나들이, 운동회 등을 통해 친목을 다지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방지현 객원기자 leina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