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맘들이 말하는 애 안 낳는 이유

2005년 국내 출산율 1.08명.

홍콩(0.95명)을 제외하고 세계 최저로 떨어진 한국의 출산율은 젊은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안하고 또한 기혼 여성들 역시 아이 낳기를 꺼리는 오늘의 우리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저출산 시대의 주역 아닌 주역(?)이 돼버린 키티맘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저는 둘째 아이를 낳고 싶어요. 아이가 동생 없이 외롭게 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하지만 남편이 반대를 하고 있어요. 둘째를 갖게 되면 양육비 부담이 훨씬 커질 뿐만 아니라 첫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줄어들기 때문이라나요.”(홍유리 씨)

“제가 직장 생활 12년차인데 사회에 첫발을 함께 디딘 동료들은 지금 대부분 퇴사했어요. 결혼하면서, 아이를 출산하면서, 육아 문제로, 둘째를 낳으면서 하나씩 둘씩 차례로 직장을 그만둔 거죠. 우리 사회는 맞벌이를 하는 주부들이 아이를 키우기에는 너무 힘든 환경이에요. 제 경우만 하더라도 첫째 키우기도 벅차 한참 지난 뒤에야 둘째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죠.”(이영빈씨)

키티맘들은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역시 우리 사회의 열악한 육아 여건을 꼽았다.

사교육비 등 아이를 키우는 데 허리가 휠 만큼 돈이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설령 낳는다 하더라도 마땅히 맡겨놓을 곳이 없어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20대 커리어 우먼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까닭도 물론 여기에 있다.

또한 취업난 등으로 자식의 장래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훗날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는 생각도 저출산에 한몫한다.

키티맘들이 말하는 정부 대책의 출발점은 간단 명료하다. 출산 장려를 공허한 구호만으로 떠들 게 아니라 실질적인 육아 및 교육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라는 것이다.

“육아로 인한 맞벌이 주부들의 어려움이 공론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멀었어요. 정책 입안자들은 현실을 보다 직시하는 눈이 필요해요.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출산 비용 지원 같은 것도 따지고 보면 단발성 처방일 뿐이잖아요. 그걸 믿고 누가 애를 낳겠어요. 그보다는 아이를 수월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마련이 선행돼야 하는 거죠.”

물론 정부가 도와줘야 애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도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뜻대로 할 수 없게 하는 엄연한 현실에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아이를 가진 부부들이 둘째 갖기를 주저하지 않게 하고, 둘째나 셋째를 가진 부부들이 아이 키우느라 지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노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키티맘들은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김윤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