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성 지방 원료로 만들어진 경유 대체 에너지석유 의존도 줄이고 대기오염 등 환경개선에 탁월한 효능

/ 박철중 기자
국제 유가가 70달러 선을 무너뜨린 뒤 일부에서는 100달러 돌파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초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 무역수지 흑자는 52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억7,000만 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수입되는 원유의 80%를 웃도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가 배럴당 65달러 안팎으로 지난해 평균가격(배럴당 49.37달러)보다 무려 15달러나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확보와 대체에너지 문제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올해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에 적극 나서 총 투자액이 30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대체에너지로‘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불리는 신ㆍ재생 에너지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ㆍ재생 에너지란 태양광, 풍력 등 자연력을 이용하거나 바이오매스, 수소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얻는 것을 말 한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이 주축이 된 9개 공기업은 올해부터 2008년까지 모두 1조1,000억원 가량을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쏟아붓기로 했다

최근 세계는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 가운데 ‘바이오디젤’은 경유를 대체해 환경을 개선하고 현재 차량 연료로 사용 가능한 유일한 신ㆍ재생 에너지란 점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상훈 정책실장은 “바이오디젤은 각종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감소시켜 지구 온난화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농민들이 바이오디젤의 원료 재배에 참여하면 농업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정부분 원유 수입대체 효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형태는 바이오디젤의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영국석유회사(BP)가 14일 발표한 연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1%를 차지, 9위를 기록했다. 특히 석유만 놓고 보면 한국은 전 세계 석유의 2.7%를 사용해 7위의 소비대국으로 기록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실가스(CO2) 배출 감축의무를 규정한 ‘교토의정서’도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비준으로 본격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제1차 공약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선진국을 비롯한 40개국의 온실가스를 9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평균 5.2%를 감축하고 교토메커니즘(배출권거래제도, 청정개발제도(CDM), 공동이행제도) 도입을 통해 국가 간 협력 하에 공동으로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상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은 아니지만 2002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이자 에너지 소비량 세계 10위의 OECD회원국으로서 제2차 공약기간(2013~2017년)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압력을 받고 있다.

만약 2차 공약기간 중 의무감축이 시행될 경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5월 3일 ‘기후변화협약 대응 R&D 종합대책’을 확정하고 기술의 경제성과 온실가스 감축 능력, 미래 시장환경 및 국내 기반 등을 고려해 바이오디젤을‘장기지속 투자형’기술로 분류해 놓고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바이오디젤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교토의정서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바이오디젤은 심각한 대기오염을 감소시키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디젤 100%(BD100)를 쓰면 미세먼지, 매연을 대폭 감소시키며 발암위험을 80~90%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도표2)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엄명도 박사는 “바이오디젤의 환경오염정도를 조사한 결과, 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경유보다 미세먼지는 15~40%, 탄화수소는 15~30%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경유를 바이오디젤로 대체할 때 바이오디젤 1톤당 2.2톤의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바이오디젤 연간 생산 가능량인 28만톤이 모두 보급되면 이산화탄소 61.6만톤을 줄일 수 있다.

차량연료 사용 가능

바이오디젤은 차량 연료로 사용이 가능한 유일한 신ㆍ재생에너지로 2002년부터 수도권, 전라북도 등에서 지정 주유소를 통해 BD20이 공급됐다.

하지만 석유사업법 개정과 지난 3월 정부와 정유사 간의 자발적협정을 통해 7월 1일부터 BD20은 자가정비시설이나 자가주유시설을 갖춘 버스, 트럭회사 등 제한된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경유에 5% 이하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한 경유(BD5, BD5는 경유로 분류)만 정유사를 통해 전국의 주유소에 보급된다.

BD20의 공급 시장이 제한되고 BD5의 보급을 정유사가 좌지우지하게 됨에 따라 총 보급량은 줄어들 전망이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바이오디젤 보급안이 시범사업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표=각 국가별 바이오 디젤보급 현황

환경운동연합 김연지 부장은“BD5로는 공해물질 배출 저감효과가 매우 적다”면서 “외국처럼 인구 10만명이 넘는 도심에는 바이오디젤 사용을 의무화하고 BD20~30의 보급은 물론 BD100의 보급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정부는 바이오디젤 보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정유사의 독점권을 제한해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도 바이오디젤을 보급할 권한을 주고 소비자들의 바이오디젤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오디젤은 원료인 농산물을 농민이 생산, 농촌과 기업이 윈-윈하는 방안으로도 제시되고 있다. 농림부 농업기술지원과 박종민 사무관은 “바이오에너지원인 농산물을 국내서 재배하면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줄이고 교토의정서에 규정된 배출권(CO2 감축효과)을 확보하는 등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국산원료의 경제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의 선도기업인 ㈜가야에너지의 유정우 사장은 “휘발성이 좋은 유채를 농촌 휴경지를 활용해 대량 재배하면 가능성이 있다”면서 “농촌이 바이오디젤 원료의 공급기지가 되면 농촌과 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1897년 디젤 엔진을 발명한 루돌프 디젤이 처음 사용한 연료는 바로 땅콩이다. 땅콩에서 추출한 바이오디젤을 넣어 엔진을 가동시켰던 것으로 디젤 엔진의 최초 에너지원이 바이오디젤이었던 셈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화석연료시대에서 바이오디젤로 눈을 돌리고 점은 우리도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바이오디젤 이란

바이오디젤은 식물성유, 동물성지방 등 다양한 신ㆍ재생 원료로 만들어진 경유(디젤)의 대체에너지이다. 일반적으로는 유채씨, 대두, 팜(palm), 코코넛, 해바라기씨 등에서 뽑아낸 기름을 사용하지만 폐식용유로도 제조가 가능하다.

생산방법은 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에스테르화(Trans-Esterification) 공정을 사용한다. 촉매인 메틸알콜과 식물성기름을 반응기에 넣으면 식물성기름이 유지(에스테르)로 변환되는데 여기서 글리세린(Glycerol)과 지방산(fatty acid)을 제거하면 바이오디젤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바이오디젤은 경유와 물리·화학적 특성이 거의 같아서 5~30%까지 경유와 섞어 사용할 경우 일반 경유 차량에 사용할 수 있다. 혼합비율에 따라 BD5(바이오디젤 5% + 경유 95%), BD20(바이오디젤 20% + 경유 80%)과 BD100(바이오디젤 100%)으로 불린다.

독일에서는 BD100이 시중에 시판돼 대량 보급돼 있다. 프랑스는 공공기관의 바이오 디젤 사용을 의무화할 정도로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태리, 스웨덴, 체코, 스위스 등지에서는 대형트럭, 또는 버스회사 차량을 대상으로 BD30을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2002년부터 3년간 바이오 디젤(20%)과 경유(80%)를 혼합한 BD20이 시범 보급됐지만 법 개정으로 7월 1일부터는 BD20의 판로가 대폭 축소됐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은 모두 수입 대두유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유동점이 낮아 겨울에 잘 얼지 않는 유채유가 최적의 재료로 꼽히고 있다.

국내 바이오디젤 관련 일지

2001. 10 자동차 공해 연구원에서 바이오디젤유의 성능 평가 실시 및 산업자원부에 시범 보급 요청(환경부)

2002. 5 바이오디젤을 대체에너지 시행령에 포함(산자부)

2002. 5 국내 바이오디젤의 연료로서 표준 규격 제정(산자부)

2002. 5 바이오디젤의 2년간 시범 보급 사업 실시(산자부, 수도권과 전북 지역의 시범 보급 주유소 73개소)

2004. 5 바이오 디젤 시범 보급 기간 2년 연장 (시범 보급 주유소 200여 개)

2006. 7 바이오디젤 전면 보급 실시 예정 (BD5, BD20)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