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법 개정으로 7월부터 주유소에 판매 못해, 업계 "정유사 횡포" 주장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부근 포승국가산업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끝자리에 ‘BioDiesel’글자가 선명한 대형 저장탱크 대여섯 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국내 바이오디젤(BD) 생산 업체를 대표하는 ㈜가야에너지(대표이사 김영호, 구 신한에너지)다.

현재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업체는 가야에너지를 비롯해 ㈜BDK(구 신양현미유), (주)BND에너지, (주)에코에너텍, (주)쓰리엠안전개발, 무등바이오에너지, 단석산업, 바이오대체에너지 등 8곳.

그중 가야에너지는 국내 바이오디젤 총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뿐 아니라 2002년 BDK와 공동으로 정부의 바이오디젤 시범 보급사업을 이끌어 내고 경유에 바이오디젤이 혼합되도록 품질기준 개정을 주도하는 등 국내 바이오디젤 산업의 간판이다.

가야에너지는 2000년 6월 ㈜신한에너지에서 출발, 2002년부터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시작해 그 해 11월 단일단계 연속식 반응공정이라는 세계적인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산 10만톤 생산규모의 바이오디젤 공장을 준공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바이오디젤 특허 7건을 출원했고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플랜트 수출에 나서는가 하면 고품질의 바이오디젤(블루 디젤)을 개발하는 등 선도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그런데 가야에너지가 요즘 창립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바이오디젤 확대를 위한 석유사업법 개정과 지난 3월 정부와 정유 5개사와의 자발적협약으로 인해 가야에너지의 바이오디젤 주유소 공급이 타격을 받게 된 것.

그 결과 바이오디젤 업체의 생사여탈권이 정유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석유사업법 및 자발적협약에 따르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BD5(바이오디젤 5% + 경유 95%)의 혼합 및 공급책임이 정유사로 제한되고 기존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들은 오는 7월 1일 이후 더 이상 주유소에 바이오디젤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13일 만난 가야에너지 유종우 사장은 “표준안을 BD5로 정하여 바이오디젤 업계를 기존 정유업계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은 고사(枯死)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유 사장은 또“기존에 공급되던 BD20(바이오디젤 20% + 경유 80%)도 품질기준을 정하고 있으나 바이오 혼합연료유(BD20)는 저장시설, 자가 정비시설과 자가용 주유취급소를 갖춰 관리가 가능한 사업자로 한정해 BD20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고사’위기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6월 초 이뤄진 S정유사의 바이오디젤 입찰에서 가야에너지를 비롯해 생산능력이 가장 큰 상위 2개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서류심사에서 탈락, 입찰참가 기회를 박탈당했다.

S사가 산업자원부 평가기준 외에 추가적인 조건을 요구했던 것.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B사 관계자는 “추가 조건을 맞출 경우 손해를 보게 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정유사들이 담합해 바이오디젤 업체를 도태시킨 뒤 그 시장을 빼앗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바이오디젤에 대한 수요 감소도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가야에너지가 공급하는 바이오디젤을 판매하는 인근 금곡주유소의 김정욱 사장(34)은 “작년 초부터 바이오디젤(BD20)을 취급해 월평균 70만ℓ(이중 순수한 바이오 디젤은 13만ℓ 정도)를 판매했는데 요즘은 10만ℓ 정도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경유 가격보다 ℓ당 20~30원 정도 싸게 팔아 단골도 많았는데 7월 1일부터는 BD20을 팔 수 없고 BD5는 정유사가 공급하게 돼 수급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디젤 업체의 주장에 대해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팀 관계자는 “주유소 판매만 제한했을 뿐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직납거래는 계속 가능하며 직납처의 경우 시범사업 때와 같은 BD20을 공급토록 해 정유사 이외에도 자생기반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BD20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할 부분이 있고 정유사들이 부담을 토로해 일단 BD5만 주유소에서 판매토록 했다”면서 “앞으로 유관기관들과 협의해 혼합비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게 산자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관 관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이진석 바이오매스센터장은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바이오디젤 정책은 종래의 확대 보급 방침과 부합하지 않고 정유사에 유리하게 돼 업체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면서 “BD20이 문제된다면 정유사와 바이오디젤 업체가 동의하는 검증 원칙을 마련해 따르되 원칙적으로 바이오디젤 보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인터뷰 / 유정우 가야에너지 사장
"세계적 기술 경쟁력… 정부가 보호해줘야"

▲ 유정우 가야에너지 사장

"정부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같아 안타깝다." 가야에너지 유정우(48) 사장은 13일 7월부터 시행되는 바이오디젤 보급 방침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환경과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정책과 거리가 있고 바이오디젤 업체의 운명을 정유사에 좌우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원(NPT) 화학박사 출신인 유 사장은 1990년대 유럽에서 바이오에너지가 보급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지켜봤고 2001년 가야에너지에 부임해 바이오디젤 선도업체의 위상을 확고히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 7월부터 시행되는 바이오디젤 보급 방침에 대한 입장은.

바이오디젤 정책이 후퇴했다는 느낌이다. 바이오디젤 보급을 위축시키고 생산업체를 정유사에 종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디젤 사업은 관련 기관 뿐 아니라 농민, 국민과도 연결된 광범위하고 미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기존 바이오디젤 업체들이 BD20을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BD5마저도 정유사가 좌지우지할 수 있게 한 점이다. 정유사들이 특정 바이오디젤업체들의 사업참여를 막아 도태시려는 움직임이다. 바이오디젤 보급의 축소 및 왜곡은 결국 피해가 국민에게 간다.

- 일부에서는 시장경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국제 경쟁력 차원에서도 대기업이 참여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있다.

올바른 시장경제 정책을 위해 정부가 나설 때는 나서야 한다. 정유사의 월권에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본다. 경쟁력은 대기업만이 갖추는 것이 아니다.

가야에너지의 기술력은 세계적이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바이오에너지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약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고 있다.

- 바이오디젤 자체 문제, 특히 BD20에 대해서는 자동차운행과 기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초기에는 겨울 저온에 자동차가 서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동안의 연구성과로 거의 개선됐다. 또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첨가제나 보조장치를 통해 문제를 제거할 수 있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정부, 정유사, 바이오디젤 업체 3자가 원칙을 정하고 그에 따라 검증하면 된다. 일부 문제를 침소봉대해 바이오디젤의 훨씬 큰 긍정적인 면을 상쇄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위기상황'을 벗어나는데 최선을 다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플랜트 수출이나 공장 증설을 통해 명실상부한 바이오디젤업체의 선두주자가 되려고 한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