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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노화시계 멈출 수 있을까
생명과학기술 진화, 세포노화 인위적 조절로 불로장생·회춘에 도전



‘왜 우리는 늙어 죽어야 하나?’ 불로불사(不老不死)에 대한 집착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영원한 화두다.

젊고 오랫동안 살고 싶어하는 무병장수에의 갈망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과 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불노초를 찾으라고 명한 진시황이나 회춘(回春)하겠다면서 젊은 여자를 탐한 알렉산더 대왕이나 방법은 달랐지만 마음만은 똑같았다.

미래 인류의 삶의 모습을 다룬 헐리우드 SF영화들 속에도 이런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하다. 생명 복제나 팔ㆍ다리 재생쯤은 그저 일상의 일부분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영화는 말 그대로 영화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병장수에 대한 열망은 생명과학자들의 오랜 꿈이며 그것에 끝없이 도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세포생물학ㆍ줄기세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화와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실체가 어렴풋이나마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쩌면 우리의 믿기지 않는 꿈이 머잖아 혹은 아주 먼 훗날에는 가능할 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 노화방지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과연 인류는 노화시계를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

왜 우리는 늙어 죽음에 이르는가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몸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온다. 얼굴에 주름살이 늘고, 검은 머리가 희어지고, 뼈가 쉽게 부러지고, 눈과 귀가 희미해지면서 기억력도 크게 떨어진다. 이런 신체적ㆍ정신적 변화가 노화(老化ㆍAging)다.

생물학적으로 본 노화는 나이가 들어 우리 몸의 세포와 조직이 기능적ㆍ구조적ㆍ생화학적으로 퇴화하는 과정이다.

노화를 얘기할 때 매번 등장하는 대표적인 논쟁거리가 있다. 노화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입력된 노화 프로그램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작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살면서 우리 몸이 유해한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닳고 낡아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다.

전자가 ‘프로그램 이론’이며, 후자는 ‘마모 이론’이다.

노화 학자나 생명과학자들도 노화가 왜 일어나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있다. 자연히 노화에 관한 가설과 학설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이론ㆍ마모이론 이외에 주목을 끄는 것으로는 ‘텔로머레이즈 이론’을 들 수 있다. 염색체 양쪽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텔로미어라는 것이 우리 몸의 세포가 분열을 거듭함에 따라 길이가 짧아지면서 세포 분열을 멈추게 하여 결국 죽음으로 내몬다는 주장이다.

속속 밝혀지는 '노화의 X파일'

세포생물학ㆍ유전학ㆍ줄기세포 등의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생명과학자들 사이에는 세포 노화 과정에 관한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특정 조건 하에서 유전자 조작을 하면 50번 정도만 세포 분열을 하던 것이 70번, 80번 등 얼마든지 분열을 계속하게 만들 수 있고, 늙은 세포를 재생하거나 노화의 과정을 거꾸로 역전시킬 수도 있다는 게 그것.

과학자들이 이런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중들에게는 쉬쉬 하는 이유는 사회적 파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 이런 성과들의 대부분은 아직까지는 동물이나 인체에 대한 실험을 거치지 않은 실험실 내에나 확인된(‘인 비트로’라고 한다) 것에 불과하다는 것.

즉 과학적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들이어서 인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는 아직까지 말할 수 없는 단계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노화 억제 방법 중 효과가 가장 확실하다고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믿는 것은 저칼로리 음식 섭취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토머스 프롤라ㆍ리처드 웨인드러치 박사팀이 세계적 권위의 과학저널 ‘사이언스’ 1999년 8월 27일자에 발표한 쥐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가 그것. 정상적인 먹이를 준 그룹과 칼로리를 24% 줄인 두 그룹으로 나눈 뒤 30개월 후 쥐의 근육 세포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칼로리를 제한한 쥐의 수명이 최고 50%나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동물들은 적절한 칼로리 제한을 통해 수명을 1.5배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다. 이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최대수명이 이론상으로는 180세까지 늘어날 수 있다.

노화란 아주 복잡한 생명현상이어서 메커니즘을 분석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가령 저칼로리 음식 섭취에 대한 연구만 하더라도 그동안 다양한 학자들이 비슷한 결론을 내놓았지만, 몸 전체와 단위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 간 상관 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불가능했을 정도.

그러다가 올해 2월 세포의 노화가 신체 기능의 전반적 노화로 이어진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되면서 과학적 믿음을 얻게 됐다. 개코원숭이에 대한 일련의 실험 결과, 나이를 먹음에 따라 피부의 노화세포 수가 급증하고 세포 노화에 따른 분열 능력 저하가 신체 노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규명해낸 것.

세포의 분열 능력 저하가 노화의 원인이라면 세포 노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노화를 억제하거나 반대로 그 과정을 되돌림으로써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에 대한 실마리는 이달 중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부 김태국 교수팀이 과학저널 ‘네이처 케미컬바이올로지’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한 연구 결과에서 나왔다.

김 교수팀은 인체 세포의 노화를 조절할 수 있는 CGK733이란 화합물질을 발견해낸 것. 노화한 인체 세포에 이 물질을 가해주면 분열을 멈춘 노화 세포가 분열을 재개하였고, 펑퍼짐하던 젊은 세포의 모양새로 뚜렷하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CGK733이란 물질을 다시 제거하면 노화 과정이 재연되는 현상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엄밀한 검증을 통해 이런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이 물질의 개발이 치매 등 각종 성인병 치료제의 개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면 사람은 과연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노화 학자나 생명과학자들에게도 간단한 질문이 아니다. 인류 역사 상 최고령 기록 보유자는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의 할아버지 므두셀라로, 969세까지 살았다지만 믿기 힘든 기록이다. 기네스북에 따른 최고령자는 1997년 사망한 프랑스의 잔느 칼망이란 할머니로 122세.

최대수명에 관한 학설에는 ‘7배 법칙’도 있다. 대부분의 포유동물들은 성장 기간의 7배까지 산다는 것. 이 계산에 따르면 인간의 최대수명은 120세 안팎이니 잔느 칼망의 실제 기록과 크게 틀리지 않는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1932)’란 소설을 남긴 영국의 동물학자 올더스 헉슬리는 저명한 과학자 집안 출신이면서도 과학 진보의 개념, 특히 노화에 관한 것을 엄청나게 증오하고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는 그의 소설에서 인간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200세 수명 달성에 성공하지만, 그것은 사람을 ‘괴성을 지르며 할퀴는 침팬조이드 괴물’로 만들어야만 가능하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책에서도 미래엔 60세 노인이라도 전혀 늙지 않고 17세 청소년의 정력을 지닐 것이지만, 대신 신경안정제에 의지해서 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헉슬리의 예견이 다소 시대착오적이라 하더라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국내의 유명한 노화 학자는 “최대수명 연장에 관한 연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평균수명의 연장 문제이지 최대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저명한 두 노화 의학자가 인간의 최대수명을 놓고 500만 달러의 내기를 건 일은 생명과학계에 널리 퍼진 유명한 일화다.

하버드대에서 생태학 교수를 역임하다가 노화 학자로 변신한 텍사스 의대 노화연구팀 스티븐 어스태드 박사와 이 분야의 또 다른 권위자인 울샨스키가 그 주인공들.

130세를 주장한 울샨스키는 생물학이란 숙명과도 같은 것이어서 노화 속도에 큰 변화를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 반면, 150세를 주장한 어스태드는 10~20년 내 생의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져 인간 수명이 급속하게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구의 말이 옳을지는 신만이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인간은 생명의 판도라 상자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입력시간 : 2006/06/29 11:22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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