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추천 '아름다운 어촌 100選'… 다양한 어촌 생태 체험의 기회

바닷가에 면해 있는 포구, 그리고 듬성듬성 집들이 자리잡은 작은 마을, 앞바다에 떠다니는 작은 배들, 그리고 날이 맑으면 볼 수 있는 황홀한 해돋이와 해넘이···. 한적한 듯하지만 부산함이 숨어 있는 어촌. 그곳으로 올 여름 휴가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어촌들이 새로운 피서 및 휴가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저 어민들의 생활터전으로만 생각되던 어촌들이 이제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각광 받고 있는 것. 어촌 마을이 아직은 때묻지 않은 자연의 본모습과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다.

올해는 특히 이른 더위 때문인지 벌써부터 바닷가가 생각난다. 그래서 휴가지로도 당장 떠오르는 것은 북적이는 해수욕장. 하지만 엄청나게 몰려드는 인파로 홍역을 앓을 것만 같고 휴가 비용도 왠지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

대신에 주변의 어촌 마을을 찾는다면 도시인들에게 접하기 힘들었던 어촌의 아름다운 속살과 풍성함을 맛보고 다양한 이색 체험까지 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도 지난해부터 ‘아름다운 어촌100곳’을 선정해 우리 어촌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산물 시장 개방과 연근해의 각종 어자원이 날로 감소하면서 수산업 경쟁력이 떨어진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다.

‘아름다운 어촌100곳’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어촌 마을은 이제 관광 자원으로 도시인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자연 지역으로서 충분히 상품화시킬 수 있는 여건을 어촌 마을들이 갖고 있는 데다 이를 그냥 방치하지 않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광자원화에 나서고 있는 것.

물론 국내 어촌 모두가 가볼 만하고 둘러볼 곳도 많지만 해양수산부는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아름다운 어촌 100군데를 골랐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선정된 어촌들은 지역별로 구분돼 안내되고 있다.

인천의 연화, 서포, 부산의 신평, 대변, 공수, 송도, 전북의 선유도와 격포, 위도, 죽도 등···. 특히 전남 지역에는 송이도와 석두, 톱머리, 가거도, 외달도 등 30여 군데가 명소로 추천을 받았고 강원, 경남 등 동남해안 지방도 가볼 만한 어촌이 많이 소개돼 있다.

어촌 마을마다 경치도, 먹을거리도 제각각이지만 ‘체험’의 재미란 점에서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서해안에서는 조개나 바지락을 잡아 보는 개펄 체험, 남해안에서는 속잡이, 동해안에서는 창경바리나 낚시 등 다양한 체험거리들이 준비돼 있다.

무엇보다 바지락 칼국수, 오징어 구이, 전어구이 등 어촌에서 직접 잡은 해산물로 현장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은 입맛을 돋구고 여행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는 그만이다.

어촌 마을의 자연 풍광 또한 해수욕장에 비견되지 않는 매력이다. 일례로 신평 마을은 영화와 TV드라마로도 방영된 갯마을의 무대로 이름 높다. 1970년대 이곳을 무대로 한 오영수 소설의 갯마을이 영화화되면서 유명해진 신평 마을은 해안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손꼽힌다. 최근 조성된 해안 소공원도 갖추고 있고 인근 칠암횟촌 또한 유명하다.

어촌 마을에서 그 지역의 특산품을 먹어 보는 기쁨도 빼놓을 수 없다. 멸치의 고장인 기장 내에서도 멸치의 주산지로 꼽히는 대변항에서는 멸치회와 멸치구이, 멸치찌개 등을 산지에서 바로 먹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살 센 동해에 접해 있지만 파도가 밀려와도 자연스럽게 방파제 역할을 해 주는 죽도를 눈앞에 두고 있는 대변항은 천혜의 어항을 낀 어촌마을이다.

또 기사문 마을은 깨끗한 모래사장과 파란 바닷물을 갖춘 마을로 인기가 높다. 분단의 상징인 38선이 지나는 38휴게소와 하조대가 인접해 있는 이 마을은 항구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어 어민들의 삶의 현장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하조대에서 일출을 보고 선상 낚시, 방파제 낚시 등을 즐기며 청정해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를 맛보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

▲ 동해안 영덕 인근 어촌의 밤 풍경

물론 어촌 마을에 와서 바닷물에 몸을 안 담글 수는 없다. 어촌에서 조금만 가도 해수욕장이 늘려 있어 수영이나 선탠을 즐길 수 있고 주변 관광지나 온천을 찾아가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

이처럼 우리 어촌은 도시인들의 여가선용과 아이들의 교육 체험 공간으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도 이런 도시민들의 관광 수요를 어촌으로 흡수, 어촌 관광사업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촌들 또한 스스로가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싶은 문화와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하려고 힘을 쏟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04년부터 어촌관광진흥종합대책을 수립, 어촌관광 3개 모델을 개발,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들을 통해 도시인들은 소중한 어촌 체험 기회를 갖고 어업인들 또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어촌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곳’이란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광명소 탐방, 특산물 시식, 각종 어업체험, 밤바다의 낭만 등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어촌. 싼 비용으로 이만큼 다양한 추억을 낚을 수 있는 피서지로는 어촌 말고 어디 있을까.

‘도시민 여러분! 아름다운 우리 어촌으로 오세요! 그곳에는 꿈과 희망이 있습니다.’

순박한 어촌 주민들이 도시인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주간한국 이번호 별책부록을 보면 아름다운 어촌 100곳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열심히 일한 그대, 어촌 피서를 결심했으면 예약을 서두르자.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