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 양성 고용창출의 선봉… 간판·명예보다 실리 우선, 정부·지자체 등서 무료로 운영

취업ㆍ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대졸자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졸자 취업률은 61.8%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 백수가 10명 가운데 4명이나 되는 셈이다.

반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진학률은 남성이 83.8%, 여성이 80.8%로 고등학생 10명 중 8명은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 진학률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요즘 직장인들에게는 ‘삼팔육’, ‘사오정’, ‘오륙도’의 그늘이 상시적으로 드리워져 있다.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직장인이나 한창 일할 30대 직장인들조차 40대 이후를 걱정한다.

그렇지만 국내의 많은 제조업체, 특히 3D업종 회사들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회사는 기존 인력의 노령화로 젊은 피 수혈이 다급하지만 괜찮은 사람을 뽑기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고용 구조는 수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 구직과 구인의 심각한 불일치, 인력의 조기 퇴출로 인한 실업률 상승, 이로 인한 성장 잠재력 훼손 등등. 때문에 일자리의 선순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 전문 기능인을 양성하는 ‘직업학교’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이들 학교는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며 고용 창출의 선봉 역할도 적잖이 하고 있다.

간판보다 실리, 명예보다 실속을 선택한 사람들은 이미 이곳을 노크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취업난 시대의 숨은 돌파구, 직업학교의 현황을 살펴봤다.

노동부, 직업학교의 컨트롤타워

노동부는 공공 직업훈련 기관들의 사령탑 격이다.

그중에서도 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한국폴리텍대학(www.kopo.ac.kr)을 기능인 양성 사관학교로 삼고 있다. 이 대학은 올 초 과거 국책 특수목적 대학이었던 24개 기능대학과 21개 직업전문학교를 통합해 출범시킨 ‘종합기술전문학교’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전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설치된 7개 지역거점 대학(1대학~7대학)과 여성, 바이오, 항공, 섬유패션 등에 중점을 둔 4개 특성화 대학으로 이뤄져 있다.

노동부는 이 대학을 통해 ‘기능사’와 ‘다기능기술자’ 양성훈련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기능사 양성훈련 과정은 주간 1년 과정으로 만 15세 이상 실업자 또는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면서 상급학교 진학을 하지 않기로 한 학생들을 받고 있다.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선발되는 훈련생들은 교육비 전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뿐 아니라 기능사 필기시험을 면제받는다.

다기능기술자 양성훈련 과정은 주간 및 야간 2년 과정을 운영하는데 훈련을 수료하게 되면 ‘산업학사’ 학위가 주어진다. 입학 자격은 고교 이상 졸업자 및 예정자.

노동부가 대한상공회의소와 손잡고 운영 중인 대한상의 인력개발원(문의: 02-316-3591~6)도 눈여겨볼 만한 직업훈련 학교다. 주간 2년 과정으로 운영되며 만 15세 이상 실업자 및 일반계 고교 3학년 중 상급학교 비(非)진학자가 지원할 수 있다.

훈련생들에게는 국가기술 산업기사 응시 자격이 주어지며 학점은행제를 통해 공업전문학사 학위도 취득할 수 있다. 훈련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노동부는 민간 직업훈련 기관들도 공공훈련의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전국에 70여 개가 운영 중인 ‘노동부 지정 직업전문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학교는 노동부가 제시한 인력, 시설, 장비 등 훈련 요건을 갖추고 기능인을 배출하고 있다.

이밖에 전국에 산재한 수많은 기술계 학원들도 노동부의 지원과 감독 하에 특정 훈련 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양한 공공 직업훈련 제도에 대해 “미취업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와 더불어 산업계 수요 인력을 양성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을 위한 맞춤 직업학교

일반계 고교에 진학했지만 교과과정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3학년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학교도 청소년 진로 탐색 차원에서 주목할 만하다.

초중등 교육법상 ‘각종학교’(통상 산업학교 또는 산업정보학교로 불림)로 설립된 이들 학교는 일반계 고교 3학년 중 직업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위탁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위탁생들은 매주 월요일 하루는 소속 학교로 등교해 보통 교과를 이수하고 나머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해당 산업학교에서 자신이 선택한 전문 교과를 집중 이수하게 된다. 교육비는 무료이며 전 교육과정 수료생에게는 국가기술 자격 검정시험의 필기시험을 면제해준다. 졸업장은 소속 학교에서 수여받는다.

이 제도는 1990년대 도입됐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떠오르는 직업을 훈련 과정에 반영한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요 대도시에 7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에 서울산업정보학교, 아현산업정보학교, 종로산업정보학교 등 3개교가 있다. 부산(부산산업학교), 대구(대구산업학교), 대전(대전전자기계산업학교), 인천(인천산업정보학교)에도 각각 1개교가 설치돼 있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직업학교

서울, 경기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직업학교도 많지는 않지만 틈새 인력 양성소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서울시는 저소득층 시민들에게 자립 기반을 갖춰주고 지역 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 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서울종합직업전문학교, 한남직업전문학교, 상계직업전문학교, 엘림직업전문학교 등 4개 시립 직업전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각 학교는 훈련 직종별로 특화돼 있다.

교육 과정은 6개월짜리와 1년짜리가 있고 만 15세 이상, 55세 이하의 서울시민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교육비도 전액 무료.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는 안산과 화성에 2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다. 기능사 과정, IT 과정, 산업기사 과정, 단기교육 과정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둬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도에서 교육비를 지원하며 응시 자격은 과정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아쉽게도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서울과 경기 두 곳뿐이다. 사업 성격상 엄청난 재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재정이 여의치 않은 자치단체들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초자치단체인 경기 성남시가 40세 이상 중장년층 실업자들의 재취업 교육을 위한 직업훈련학교 건립을 추진 중인 것은 주목된다. 다른 자치단체들에도 직업학교 설립 바람이 불지 지켜볼 일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