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용배 '괴물' 제작자 청어람 대표 - 주연배우 4명 연기력과 봉 감독 연출력이 성공 비결

“봉준호 감독을 항상 봐오면서 느낀 것은 하겠다고 얘기한 것은 끝까지 책임지고 실현해 낼 수 있는 책임감과 치밀함을 가진 사람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성공을 확신하게 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영화 ‘괴물’이 연일 흥행 신기록을 질주하는 요즘에도 서울 청담동의 사무실에서 영화 제작 업무에 몰두해 있는 제작ㆍ배급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 개봉 작품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어 흥분하거나 들떠 있을 것 같은 예상과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의 그는 영화 성공의 공을 감독과 배우들에게 먼저 돌렸다.

“2002년 봄, 봉감독이 저한테 영국 네스호의 괴물과 한강을 합성한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즉각 하겠다고 대답한 것은 아니지만 그날의 대화가 오늘 성공의 씨앗이 된 것만큼은 분명하지요.”

최 대표는 “이후 봉 감독의 제안을 신중하고도 꼼꼼히 생각해 볼 여지는 충분했다”고 털어 놓는다.

‘우리 영화는 그런 것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과 CG를 해낼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가능할까?’ ‘나도 한강을 지나갈 때 뚫어지게 바라보며 뭔가 튀어 나오는 것은 없을까 상상해 봤었지.’

이런저런 고민 끝에 그는 마침내 “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결심했다. 이제 한국 영화도 본격 CG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라는 도전의식도 작용했다.

영화에서 최대의 성공 요인이자 어려움은 CG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고 할 정도. “국내 CG 전문가들은 죄다 만나봤어요. 조언을 종합한 결과 결국 영화의 완성을 위해서는 경험상으로도 해외로 나가야 된다는 것이었어요.”

미국 CG회사는 자체 영화 제작으로도 바쁠 것 같아 처음 뉴질랜드부터 접촉을 시도했다. 얘기가 잘 무르익어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깨졌고 서둘러 다른 업체를 수소문해 결국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한 오퍼니지와 손잡고 작업을 끝냈다.

“흥행 목표요? 글쎄, 처음부터 봉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보다는 많았으면 좋겠다 정도만 기대했죠. 당시 540만이었으니까요. 헌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만큼 부담감은 컸습니다.”

최 대표는 영화 ‘괴물’의 파워 소스는 감독과 주연 배우 4명이라고 단언한다. “송강호, 변희봉, 배두나, 박해일, 포스터에 실린 이들의 모습만 봐도 왠지 좋은 영화일 것 같지 않나요? 연기력 있는 이들이 영화를 잘 만들 것이라는 느낌만으로도 ‘괴물’ 마케팅의 본질었고 나머지는 다 부차적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최 대표는 이후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마친 후 조감독을 거쳐 ㈜대우 영화사업부, 시네마서비스 등에서 영화 제작 및 배급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효자동 이발사'를 필두로 '작업의 정석', '흡혈형사 나도열' 등이 그가 만든 작품들. 이때 쌓아 놓은 경험과 인맥은 지금도 그에게 큰 힘이 된다.

“특히 배급 때 일정이나 날짜를 잡는 것이 굉장히 미묘한데 그 부분에는 크게 신경을 써요. 이번에도 영화 ‘한반도’와 일정이 엇비슷해 몇 차례 일정이 뒤바뀌곤 했지요.” 그는 전 직장에서 상사로도 모셨고 선배라고 부르는 강우석 감독이 만든 영화 ‘한반도’의 부진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크다. “서로 잘 돼야 우리가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영화 완성 후 제작 관계자들끼리는 기술시사회를 하는데 그는 이 영화를 수십 차례 틀어봤다.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드는 거에요. 제가 눈을 부라리고 봤는데 ‘진짜 밀도 높게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20시간 짜리 영화를 2시간짜리로 압축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괴물’에 보여준 팬들의 성원에 깊이 감사한다는 최 대표는 “지금까지 거둔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장르의 영화에 더 도전해 보고 나아가 한국 영화가 해외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라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